어바웃 시리즈
사람들은 선택과 집중이 인생에 있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선택을 해야 한다.
아주 간단하게 학생들은 자신이 문과인지 이과인지, 어느 대학의 어느 학과가 가고 싶은지, 어떤 과목을 수강신청할 것인지, 진로의 방향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관한 선택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또 다른 의미의 선택도 있다. 앞선 선택들은 다양한 옵션 중 무엇을 선택할지에 관한 문제였다면, 이제는 몇 개의 선택지를 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존재한다.
누군가는 선택의 폭을 지나치게 좁히면 안 되고, 퇴로를 열어 두라고 이야기한다. 또 누군가는 퇴로를 없애야 그만큼 절실하게 현재의 선택지에 도달할 수 있기에 어설픈 분산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에 관한 선택의 의미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는 주로 퇴로를 마련해 두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인 것 같지만 이건 절대적인 선택이 될 수 없음을 요즈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퇴로를 만들어 두면 결국 제가 깔아놓은 수많은 길 속에서 걸려 넘어진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또 모든 일에 퇴로를 없애 버리면 하위 퇴로들을 처리하느라 정작 몰입해야 하는 일에는 낭패를 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요즘 나는 작년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다양한 선택지들을 마주한다. 당장 어떤 전공을 택할 것인지부터 내년의 계획은 어떨지, 그리고 이제 내가 준비할 진로는 어느 방향으로 잡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며
내가 이미 선택해놓은 것들 (ex. 수강신청한 과목들…) 을 함께 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내 수많은 선택들에 대해서 꽤 자주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기도 하다. 어쩌면 아직 하지 않은 선택 뿐 아니라 이미 진행한 선택들에 대한 고민으로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이 긴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선택이 우리 인생에 있어서 ‘그렇게까지’ 중요할까? 물론 어떤 문제는 상당히 중요해서 신중한 선택을 요하는 경우도 많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한 선택들이 내가 쏟은 에너지를 요할 만큼 가치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하나의 선택을 할 때도 고민을 ‘아주 기깔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무조건 맛있는 저녁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메뉴만 2시간 동안 고민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시간표를 어떻게 짤지에만 하루종일 매달려서 결국 별 소득도 없이 하루를 날릴 수도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 때 한 끼의 식사가 그리고 한 과목의 시간표가 지금에까지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칠 만한 것들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선택을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고민을 했다면’ 어떠한 역치는 충분히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2시간을 고민하고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내가 정말로 먹고 싶었던 초밥을 먹어도 80으로 좋았겠지만, 그냥 30분 고민하고 사 먹었던 햄버거도 70으로 좋았겠다는 것이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역치는 60으로 이미 둘 다 행복한데, 다른 것들을 모두 제쳐두고 10의 행복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하는 1시간 30분은 과연 잘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냥 이제는 집중을 하고 싶다. 나도 이번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을 선택했고 그 선택으로 인한 일들을 톡톡이 (!)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할 일들이 많아질 때마다 자꾸 나는 이미 벌어진 선택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이미 지나간 선택들을 오래 고민하는 게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있을까… 이제는 집중을 해야 할 차례다.
내가 나름 고민해서 한 선택들은 다른 선택지들과는 어떤 점수의 차이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역치는 넘겼을 것이라고 믿고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는!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