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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타인은 지옥이다

어바웃 시리즈 2

by 싱가

타인은 지옥인가?

생각해 보면 개인에게 있어 타인은 참 어려운 존재다.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수많은 타인들을 마주하고 자신도 누군가의 타인이 되는데,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 로빈슨 크루소마냥 무인도에 가서 살지 않는 한 평생 동안 우리는 타인을 마주해야 하는데, 만약 타인이 지옥이라면 좀 슬플 것 같다 ....

'타인은 지옥이다' 는 문장을 처음 알게 된 건 어떤 웹툰 원작 드라마였다. 내용은 아예 모르는데, 그냥 제목이 인상깊어서 기억이 났다.

이 글을 쓰려고 다시 한 번 찾아보니, 이 문장은 장-폴 사르트르 (Jean-Paul Sartre) 의 실존주의 철학에서 나온 유명한 말 "L'enfer, c'est les autres" 에서 비롯된 것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챗지피티 참조)

사르트르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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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지피티한테 물어보니까

1) 타인의 시선과 자유

사르트르에 따르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유로운 존재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정의하고, 우리의 행동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타인이 존재할 때, 우리는 그들의 '시선과 판단'에 노출된다. 타인은 우리의 행동을 평가하고, 심지어 우리 스스로도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정의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본래의 나'가 아닌 타인이 만든 이미지 속에 갇히게 되고, 이는 심리적 구속감이나 불편함 - '지옥' - 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2) 타인과 자기 객체화

타인이 나를 바라보면, 나는 단순한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된다. 사르트르는 이를 "타인에게서 나는 스스로를 객체화한다" 라고 표현하는데,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를 비판한다면 나는 그 평가를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평가하게 되고, 이때 나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은 제한된다,

3) 관계의 갈등과 불가피성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므로 타인과의 관계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 타인은 우리의 자유를 제약하지만, 동시에 인간 존재의 필수적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타인은 지옥이다'는 '관계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갈등의 필연성'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정리해보면, "타인은 지옥이다" 는 타인의 존재가 우리의 자유와 자기 인식에 미치는 제약과 갈등을 표현한 문장이다. 즉, 단순히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다는 말이 아니라, 존재론적/철학적 차원에서 타인이 나를 규정하고 나를 객체화하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내적 고통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르트르 형님 말을 들어 보니

대충 왜 타인이 지옥인지는 알 것 같다 .......

사르트르와 결이 같지는 않아도, 타인은 지옥이라는 말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타인과 함께 산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그리고 그런 타인이 내 삶에 들어와서 일부가 되고, 빼놓고 설명하기 힘든 존재가 되고, 그만큼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은 그 리스크를 더욱 키우는 일이기도 하고 / 비단 비중이 큰 타인이 아니더라도 그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쏟아야 하는 에너지는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타인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걸 참 싫어했던 것 같다.

니가뭔데!!! 서로를 온전히 알지 못하는 타인들이 나에 대해/다른 사람에 대해 하는 말들이 거슬렸고, 필연적으로 다른 여러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는 과정을 목격했다. 이렇게 타인이랑 같이 사는 게 힘든 일인데.... 그냥 혼자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타인으로 인해 내 세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건 어째보면 무서운 일이기도 했다. 저 사람의 시선에 내가 갇혀 버리면 어떡하지? 그게 긍정적/부정적인 시선인 것과는 관계없이, 사르트르의 생각처럼 '본래의 나'가 아닌 타인이 만든 이미지 속에 갇히고, 그 이미지를 잃지 않으려고 나를 끼워맞추고, 궁극적으로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타인이 느낄 실망에 대해 두려워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것에 큰 방점을 두었었다.

나는 심지가 참 굳으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이런 평가를 해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나는 객체가 되기를 거부한다!

그 러 나

이게 과연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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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트르는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스스로를 정의하고, 행동을 선택할 자유'가 있는 그 본질의 상태가 무조건적 참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온전한 나'로 존재하라고 하는데, 과연 온전한 나는 무엇인가?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는 것은 분명 지양해야겠으나, 타인의 영향 따위는 내 삶에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는 또 하나의 오만이 아닐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객체가 되면서 비로소 나를 좀 더 잘 알게 되었던 경험이 참 많다.

사람들과의 관계/상황 속에서 이렇게 행동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한 면도 가진 사람이었구나 생각하는 때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가끔씩 해 주는 말에서 나를 구체화시킬 때도 있다.

무엇보다 나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보다 타인이 내게 주는 긍정적 영향이 더 클 때가 정 ~ 말 많았다.

온전히 개인이었다면 대하기 어려웠을 상황에, 타인의 존재로 인해 많은 도움을 받을 때도 있었고 .....

내가 스스로에게 잘 해 주지 못하는 말들을 타인에게서 듣고/나는 또 타인에게 어떤 말을 해 주면서 긍정적인 선순환이 일어날 때도 있었다.

또한 나는 당연히 내 편이겠지만, 막상 내 편인 타인이 있다는 건 또 다른 맥락에서 참 든든한 일이기도 하다.

이런 것처럼 단순히 개인의 자유를 놓고 타인을 지옥이라고 하기에는 아직까지 타인이 우리에게 지옥이 아닐 이유는 꽤 많이 남아 있다는 것

타인은 지옥일까?

나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 상황에서 타인의 시선'에만' 집중한다면 타인은 지옥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은 궁극적인 해답이 될 수 없고 그들에게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

타인만이 줄 수 있는 가치도 꽤 많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가 누군지 어느 정도 중심을 잡은 상황에서 타인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랬다. 타인의 영향은 받지 않고 고유한 나로 살겠다고 징징거렸고 지옥같은 타인도 만나보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정작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키고 행복한 순간에 있던 건 내 주변의 타인들이다.

타인은 꼭 지옥은 아닌 것 같다.

왜 사르트르가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는 가지만

타인은 언제나 우리 삶 속에 존재해도 타인이 지옥이 되는가 or 아닌가의 문제는 내가 얼마나 건강한가/그리고 거기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을 잘 보살피고 타인을 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필연적으로 타인과 함께 살아야 하는 우리의 삶 속에서

견지해야 하는 인간의 태도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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