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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삶에는 여러 개의 기둥이 필요하다

어바웃 시리즈 2

by 싱가

인스타그램을 하다 보면 가끔 기억에 남는 문구를 마주치게 되는데, 그 중 하나였던 문장이다.

삶에는 왜 여러 개의 기둥이 필요할까?

그래야 하나의 기둥이 무너져도 나머지 기둥들이 여전히 지탱해줄 수 있기 때문에, 하나의 기둥이 무너진다고 내 삶도 같이 무너질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투자로 따지면 일종의 포트폴리오식 투자인 셈이다. 기둥을 여러 개 만들다 보면 하나의 기둥에 들어가는 폼이 적어지다 보니 거대한 기둥 (큰 수익) 을 기대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한 종목이 급락했다고 해서 어마어마한 손실은 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위험회피형/포트폴리오식 삶 선호형인 인간이라 이 문장이 참 와닿았다.

삶의 기둥은 정말 다양한 것들로 만들 수 있다.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나의 어떤 능력/스펙/학벌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될 수도 있고, 운동 같은 건강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이루어진 취미가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기둥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어떤 사람들은 최대한 많은 기둥들을 만드는 걸 추구하기도, 어떤 사람들은 하나의 기둥에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서 때로는 진짜 개 큰 기둥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느 스타일이 정답이라고도 할 수 없고 사람마다 추구미는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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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개의 기둥을 만드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 건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인데,

아무래도 대학 입시가 최대의 목표였던 학생 때는 공부 외에 할 것도 별로 없고 경험도 얼마 없었어서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그전까지는 공부를 열심히 했고 잘 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스펙을 쌓고 진짜 쩌는 커리어를 만들겠다 ! 는 생각으로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한 스펙이라는 기둥을 쌓는 데 집중했었다. 물론 그렇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기 때문에 내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겠지만

막상 대학에 와서 보니 날고 기는 사람들이 너 ~ 무 많아서, 내가 이 방향으로 기둥을 보강하고 짓는다 하더라도 개 큰 기둥을 만들 수 있을까? 내 능력치로? 차라리 그 기둥을 만드는 데 쏟을 에너지를 조금 분산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스펙을 인정받는 진로를 택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학점이 너무 중요해져서 한 번 학점이 삐끗했을 때 숨이 턱턱 막히면서 멘탈이 갈려나가는 (ㅜㅜ) 내 모습을 보고 이건 무리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끝내주는 커리어!!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적당 ~ 히 돈 벌고 사람들하고 만나면서 운동도 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어쩌면 제일 이루기 어려우면서도 지향하고 싶은 삶의 모습이라고 여기게 되었는데

이건 내가 주변에 참 열심히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이 깨져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 다른 환경이었다면 커리어 기둥을 쌓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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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든 걸 chill 한 모드로 돌려놓고 살기에는 아무래도 현실을 살아야 하니까

여전히 많은 에너지를 쏟고 노력을 해야 하는 건 맞지만, 한 종목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짙었던 전보다는 조금 다양한 종목에 내 에너지를 분산투자한다면

사실 하나에서의 결과가 아주 마음에 들지는 않더라도 다른 기둥이 아직 남아있다는 자기합리화 아닌 합리화로 내 심적 붕괴를 방어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아주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임하다 보면 어쩔 때는 그 여유로 더 좋은 결과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아직 방학이라 학업, 학점같은 요소의 비중이 덜한 것도 사실이지만 요즘에는 사람들 만나고 운동하는 것에서 나름의 기둥을 쌓고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친한 사람들을 만나서 수다 떠는 시간이 주는 즐거움이 있고, 기분이 영 안 나쁘다가도 러닝 한 번 하고 냉수샤워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어서 좋다. 나중에 아무리 바빠지더라도 의식적으로 이런 기둥들에 에너지를 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원래 브런치에 매주 월요일마다 어바웃 글을 올리기로 되어 있어서 대부분 월요일날 어바웃 글을 쓰곤 했는데

당장 이번 주도 월요일에 못 썼고 ..

다음 주부터는 개강이라 얼마나 재깍재깍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아무 생각 없이 글 쓰는 게 재밌는 저로서는 글쓰기 기둥도 놓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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