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머신이 원두를 가는 소리와 향기
오전 10시
사무실은 주택을 개조한 공간으로 1층을 쓰고 있다. 주택가에 위치한 건물이라 햇살이 잘 들어오진 않지만 따뜻한 화사한 조명이 있다. 일에 집중하게 모든 것이 꾸며진 공간이라서 사무실에서 일하면 몸이 훨씬 편하다. 사무실 책상은 집에서 쓰는 책상보다 훨씬 크고 의자는 더 안락하다.
사무실에 가면 가장 먼저 손을 씻는다. 사무실에서 에이솝 핸드워시를 쓰는데 향기가 좋다. 한 번은 록시땅 바디워시가 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손을 씻을 때마다 화장실에 낭만적인 향이 가득했다. 손을 씻고 나서는 사무실 책상 위에 먼지를 닦는다. 손때 묻은 키보드도 살짝 닦는다.
조그만데 만능인 커피 머신
컴퓨터를 켜고 부팅되는 시간을 동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간다. 사무실의 한쪽에 있는 원두커피머신 앞이다. 원두커피머신은 조그만데 우유 스티밍도 되고 원두량도 조절할 수 있는 만능이다. 게다가 사무실 정수기에는 얼음도 나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 라떼 다 만들 수 있다.
원두커피에 원두를 넣고 버튼을 누르면 탈탈탈 소리가 나면서 원두가 갈린다. 곧이어 사무실에 원두 향이 퍼진다. 향긋한 커피 향을 맡기만 해도 행복하다. 사무실은 주로 아라비카를 주문하는데, 가끔 내가 베트남에 다녀오면 로버스타 원두를 사 오기도 한다. 최고의 원두는 갓 볶은 원두라 하지 않는가. 일주일도 전에 볶은 원두를 넣고 커피를 내리면 향긋한 향이 가득 찬다.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무실에 우유가 없는 곳이 많다. 정말 행복하게도 우리 사무실에는 멸균 우유가 항상 있다. 나는 아이스 라떼를 주로 마시고 가끔 하늘이 흐리거나 추운 겨울날에는 스팀을 넣은 따뜻한 라떼를 마신다.
유리 빨대의 청량한 소리
아이스 음료를 마실 때 행복함을 더해주는 굿즈가 있다. 저번에 베트남에서 사 온 유리 빨대다. 유리 빨대를 처음 사용하고 회사 멤버는 그 끝이 동그래서 단소를 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멤버는 유리잔에 유리 빨대가 부딪히는 청량한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다고 했다.
커피는 정말 신기한 음료다. 한 모금만 마셔도 온몸에 피가 신나게 도는 느낌이 든다. 카페인을 섭취하면 잠을 잘 들지 못해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에 베트남에서 신선한 원두를 사 와서 그 유혹을 거부하기가 힘들다.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하기 전 일종의 의식이 됐다. 커피잔을 들고 반짝이는 눈을 장착한 채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이제 업무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