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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저 Apr 13. 2023

1pm. 주식은 도시락 후식은 멍 때리기

점심시간

1pm.

회사 점심시간은 유연하다. 12시부터 자유롭게 나가기도 하고 도시락을 먹기도 한다. 분위기도 자유롭다. 각자 먹고 싶을 때 먹기 시작하고, 그 타이밍이 맞으면 같이 먹는다. 그리고 가끔은 가까운 망원 시장에서 반찬을 사다가 햇반을 데워 뷔페식으로 다 함께 먹기도 한다. 


점심은 도시락

나는 주로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기 때문에 도시락을 준비하는 건 어렵지 않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 서너 개랑 그날그날 끓인 국과 밥을 담으면 된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데는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주된 반찬은 나물과 김치다. 가끔 단백질이 부족할 때는 계란 프라이를 해서 밥에 올리기도 한다. 


아주 가끔 점심을 사 먹는데, 그럴 때는 김밥을 먹는다. 회사 사무실 주변에 정말 맛있는 김밥집이 있다. 그 김밥집은 점심시간에 가면 포장 손님, 배달 손님, 매장 내에서 식사하는 손님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소고기 김밥과 매콤 멸치인데 갈 때마다 고민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라테 사이에서 고민하듯이 말이다. 


도시락을 먹으면 바로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할 때는 반찬 통의 고무 패킹을 항상 분리해서 씻는다. 몇 번 귀찮다고 그대로 씻으면 그 안에 물기가 들어간 채로 잘 마르지 않아서 위생상 문제가 생긴다. 설거지를 하고 양치를 한다. 그 후에 영양제를 먹고 핸드크림을 바른다. 


점심 산책

식사를 끝내면 약 30분이 지나가 있다. 점심시간이 약 30분 정도 남은 셈이다. 그러면 운동화를 신고 산책을 나간다. 천천히 사무실 주변 동네를 돈다. 사무실은 한적한 주택가에 있어서 산책하기 좋다. 큰 길가보다 작은 골목길을 산책하는 걸 좋아한다. 매연도 적고 소소하게 구경할 거리도 많다.


산책을 하면서 이런저런 공상을 하거나 멍을 때린다. 가끔은 생각을 비워내려고 노력한다. 바짝 긴장해서 일을 하면, 머릿속에서 생각이 빠르게 빠르게 도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산책을 하면서 심호흡도 한다. 


길거리 사진가

요즘에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스마트폰으로 길거리 사진을 찍는 것이다. 길거리에 드리운 빛의 경계선, 반짝이는 상점 진열대가 내 피사체다. 내가 가진 것 중에 가장 비싼 것은 스마트폰인데 이 뛰어난 카메라를 잘 활용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찍기 시작했다. 


자동 촬영이 아니라 프로모드에서 조리개, 셔터 속도, 빛의 감도를 조절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브런치의 커버 사진으로 쓰기도 한다. 


내 정신 건강의 8할은 점심시간 산책 덕분이다. 산책하면서 하루의 중간에 천천히 긴장을 내려놓고 생각을 정리한다. 그러면 더 상쾌한 마음으로, 리프레쉬된 상태로 오후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 





사진: UnsplashAnom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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