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루함에 질식했다.

회사에 로그인하는 순간 나는 로그아웃

by 머니페니

여름휴가철은 노상 그렇듯, 업무가 개점휴업이다. 우리를 귀찮게 하거나 바쁘게 할 사람들 모두 "휴가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정말 " 한가하다"


사무실의 오전 시간대 풍경은 흡사 도서관도 같다. 종이 한 장 넘기는 소리, 볼펜 사각거리는 소리, 키보드 또각소리, 이 모두가 시계초침 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흡사 고요했다.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들 모두 눈 뜬 심봉사라도 된 양 초점이 없었다. 그러다가 정적을 깨고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 "레드썬"이라 된 듯 반사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또 그러다가 업무가 마무리되면 다시금 조용해졌다. 조금은 소란스러울 때는 10시 안될 무렵, 무려 2시간이나 남아 있는 점심시간 메뉴 선정에 관한 심도 있는 토론을 할 때였다.

그때만큼은 갑자기 써치능력이 뛰어나고 선택장애란 애초 부터 없었던 사람들 마냥 시원하게 탁탁 결정내고 순식간에 주문까지 마무리 한다.

영업 마케팅 18년 차들의 "재능낭비"의 현장이다.


우리들은 모두 함께 업무경력이 거의 20여 년 되어가는 베테랑이다 보니 우리 회사에는 없는 인사치례 하나가 "칭찬"이다. 어떤 일을 잘 해내어도 우리에겐 "수고했어"가 끝이다. 그 말이 진심 칭찬이 아닌 기계적인 응답이라는 거. 예전에는 우리가 업무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때 매번 임원들은 노심초사했다. 니들이 확인한 게 맞는지 아니면 잘못된 건 아닌지, 지금은?

우리가 아니다 하면 아닌 거다. "어 그래"


요 근래 들어서는 우리가 일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굵어지니 점점 임원이 하는 일 하나하나도 불만스러웠고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이것만 개선하면 참 좋은데'

'이걸 이렇게 바꾸면 안 되나?'


회사 업의 특성상 임원 또는 직원이 하는 일이 동일하다 보니 머리가 굵어질수록, 그 표현의 수위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이런 일 은 우리 회사에선 비일비재한 일중 하나일 뿐 언제 또 그런 일 있었냐는 듯 조용하게 다시 루틴 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루하다, 늘 같은 우리 일에 약간의 변화를 주면 보다 업무가 효율적 일 텐데 , 변화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이하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매출이 더 떨어질 거 같은데 걱정되는 건 비단 우리뿐 인 걸까?


오늘도 적막한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비전 없는 내일을 위해 또 퇴근을 하겠지. 이곳에 새로운 바람을 기대하는 건 무리인 걸까?

아니면 내가 무능한 것일까?

어쩌면 우리 회사의 진짜 업무는 ‘루틴 유지’인 걸까?


말 그대로 내 몸은 회사에선 로그인, 내 마음은 로그아웃.

그리고 나는 지금 지루함에 질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