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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경 Feb 11. 2024

231003) 하니아 2일

Phalasarna beach


새벽에 호스트가 세제를 가져다주었다. 드디어 드디어 빨래!


건조대에 걸어 밖에 내놨더니 바람이 너무 심해 건조대 자체가 흔들렸다. 결국 옷걸이에 걸고 커튼 봉에 걸어놓았는데 어딘가 귀여운 모습이 되었다.





전날 간식으로 툰이 콘치즈를 해주었는데 어딘가 만족하지 못하고는 아침으로 재도전했다. 콘치즈는 다 진리지.





엘리베이터가 고장나서 우리는 계단으로 다녀야 했고 그 덕분에 이런 풍경도 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5일 내내 볼 필요는 없었는데…)






초록과 잘 어울리던 이날 도아의 OOTD.





Nea Chora Beach

바다에 가기 전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 식당은 Nea Chora Beach라는 해변 앞에 있다.




 

The Five Restaurant


인테리어도 괜찮은 곳이었다.







여기서는 오징어를 먹어서 마침내 거의 모든 해산물을 정복했다.





여기는 그리 유명한 비치는 아니지만 온 김에 잠깐 놀았다.





귀여운 노란색 연두색 파라솔.






귀여운 초록색 친구.






세상 평화로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왼쪽에 나무가 꺾일 것처럼 휘어있다.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부는 중이었다. 그래서 우리도 안쪽으로 들어가서 밥을 먹었는데, 강풍에도 끄덕않고 야외에서 식사하는 서양인들 정말 대단하다.





이곳도 나쁘지 않았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다른 해변이었다. 빠르게 돌아보고 주차해놓은 곳으로 가던 길에 도아가 튜브를 파는 가게에 멈춰 서더니 홀린 듯이 들어갔다. 그러더니 튜브 하나를 집어들고는 이걸 공금으로 사자고 설득했다. 내가 암튜브를 못 쓰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도아는 암튜브를 쓸 거고 툰은 그냥 물개고 암만 봐도 이걸 쓸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이걸 공금으로 사자는 인프제여… 


심지어 그 튜브는 툰한테는 어깨조차 안 들어갔다. 이걸 왜 공금으로 사? 나 말고 누가 써? 이 님이 이걸 쓰겠어? 이거 봐 어깨도 안 들어가! 하면서 툰한테 씌우다가 또 직원을 웃겨줬다. 그리스의 모든 직원들을 웃겨주고 다닌다고 혼났다.






결국은 졌다. 인프제의 따뜻한 인류애에 건방진 T는 덤비지 못하는 법.


마지막 해변에서 딱 한 번 사용해본 튜브는 서로서로 양보하다가 결국 툰에게 넘어갔다. 넘어갔다기보다 떠맡겨졌다는 게 적절하지만…  누구보다 튜브가 필요없는 사람에게 갔다는 것도 웃기지만… 나는 정말 바다를 안 다닌단 말이야.






가는 길에 눈부신 풍경을 발견하고 잠깐 차를 세웠다. 캠코더를 촬영하는 김 감독님.







오랜만에 등장하는 허벅지의 멍. 이때는 많이 옅어져 있었다. 친구가 사진을 보고 타투인 줄 알았다고 했다. 누가 타투를 이렇게 해…





Falasarna Beach


비치 도착! 이 선베드는 유료다. 두 개가 한 세트인데, 한 세트에 15유로였다. 세트를 대여해 짐을 풀어놓았다.


파라솔의 흩날리는 짚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여기서 바람이 미친 듯이 불었다. 날씨도 흐려서 바닷물도 차가울 것 같아 들어가기도 전부터 의욕이 꺾였다.



 


바닷물의 온도를 체크하는 도아. 나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선베드에 앉아 있었다.






체온이 평균보다 높은 도아는 견딜 만하다며 곧장 들어가서 수영을 했다. 물개면서 나와 마찬가지로 추위를 많이 타는 툰도 마찬가지였다.






정말 괜찮은가, 하고 발만 담가봤다. 괜찮긴 개뿔. 나는 발까지가 최선이었다.






그래도 이런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건 행운이었다.






낙소스의 비치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곳이 그저 맑고 투명하다면 여기는 빈티지 필터를 얹은 청량함이라고 할까.


한참 발을 적시다 보니 체온이 어느 정도 적응되었던 때, 해도 구름을 벗어나 잠깐 쨍쨍하게 내리쬐었다. 이때야! 당장 지금이야! 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튜브를 가져와 첨벙첨벙 들어갔다.


그런데세상에… 바람이 너무 심해서 발이 닿을 정도로만 들어가도 파도가 거셌다. 그저 이 파도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도아의 말에 튜브를 생명줄처럼 붙잡고(이렇게 비장한 표현을 쓰기에는 모래사장에서 열 걸음 정도였다…) 몸에 힘을 뺐다. 한번씩 파도가 몰려왔고 그럴 때마다 그 흐름을 타서 출렁였다. 







짧고 강렬한 천연 워터파크를 누리고 급격히 추워져서 후다닥 바다를 나왔다. 그때가 바람의 절정이었는데, 백사장의 모래가 날려와 온몸을 때렸다. 모래로 회초리를 맞아본 건 처음이었다. 회초리 외에는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주 작은 알갱이 수백 개가 온몸을 후려갈기는 감각이 딱 회초리였다.






그래도 잠깐 잠잠해지면 또 그 틈을 타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나는 대체로 도아보다 사진을 못 찍지만 또 가끔은 이렇게 건지기도 한다. 초점이 나간 사진도 분위기 있지.






모래 폭풍이 지나간 뒤의 쉬는 시간.






나를 찍는 캠코더를 찍는 나.






키는 한참 큰 친구가 어쩜 이렇게 귀여운가 몰라.

귀여울 거면 키는 나 줘라.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불었지만 해는 따뜻했다.






여기서 과일을 먹기 위해 저 돗자리를 야심차게 가져왔지만… 무시무시한 모래바람으로 인해 과일은 꺼내보지도 못하고 그대로 가지고 돌아가야 했다.






그래도 행복했어.






이제 슬슬 가자, 하고 짐을 챙길 때였다. 우리한테 요금을 받았던 관리인 아저씨가 미련 없이 일어나 간소한 짐을 챙기고 칼퇴를 하셨다. 그러면 저 아저씨가 없을 때의 이 선베드는 무료인 건가…? 얼렁뚱땅 굴러가는 지중해의 시스템 하여간 희한하다. 조금 뒤에 툰이 그 아저씨의 자리에 앉아서 통화하는데 너무 관리인 포스여서 웃겼다. 저기서 15유로 벌어오라고 그럴걸.



 



짐을 챙기는 동안 이 사진을 찍어준 도아가 잘 찍은 것 같다고 보여줬다.






나도 질 수 없어서 찍어봤다. 이런 식으로 도아에게 사진을 배운다. 그리고 여행이 끝나면 리셋된다.







저녁을 먹으러 차를 대놓고 걸어가는 길에 고양이 천국을 보았다. 앞에 계신 분은 혹시 <식빵의 정석> 쓰신 교수님이신가요…?





한참 보고 있으니 그중 몇 마리가 다가왔다. 

주위를 맴돌며 배를 발라당 까고 애교를 부리는데 정말 나도 드러누울 뻔했다…






고양이도 봐야하고 저녁도 먹어야 하고 바쁘다 바빠.





Corinna Star Restaurant


이 식당은 해변 앞의 호텔 안에 있어서 수영장과 해변을 동시에 볼 수 있는 희귀한 뷰가 있다.






김 감독님은 여기서도 열촬영. 셔츠와 묶은 머리 때문인지 정말로 신인 감독 느낌이 난다.






오징어에 이어서 이번엔 도미를 먹어봤다. 정말 맛있으니 꼭 먹어보길. 사가나키도 여러 견과류로 덮여 있어 독특하고 맛있었다.



 


빠지면 섭섭한 디저트의 짠 타임.






빠지면 섭섭한 촬영 타임.






잘 먹고 잘 보고 잘 쉬었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누군가 내일이 마지막이라니, 중얼거렸다. 어느 한 명은 그런 말 하지 말라며 말을 끊었고 다른 한 명은 한숨을 쉬었다. 누가 어떤 쪽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테네에 막 도착했을 땐 충분한 날이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 낙소스의 햇볕 뜨거운 항구에 내렸을 때도 그랬다. 산토리니의 숙소 자쿠지에 발을 담그고 있을 때는 더없이 평화로웠다. 어쩐지 이런 낮, 이런 밤이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여행은 언젠가 끝나고 그 밖에 있는 일상을 지속하는 게 우리의 할 일이었다. 마지막이라니, 하다가도 숙소에 돌아가 해변에서 먹지 못했던 과일을 꺼내 씻어서 깎아 먹었다. 또 힘을 내고 다음날, 그 마지막날을 잘 보내기 위해서. 여행 안에 있는 일상도 충실히 돌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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