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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운동은 쉴게요

by 제법 Jan 22. 2025


시대를 지배하는 분위기란 늘 변한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태어나보니 부자인 사람보다 자수성가한 사람의 업적을 높이 샀다. '성공시대'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자란 세대는 개인의 노력으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는 삶을 존경해 왔다. 막노동꾼 출신으로 서울대 수석합격한 이가 유행시킨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는 캐치프레이즈 앞에 그 시절 수험생들은 감히 할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미 성공한 변호사가 된 본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 커뮤니티에 똑같은 스토리가 올라온다면 분명 주작이라는 댓글이 달릴 것이고, 주인공을 응원할지언정 옛날만큼의 화제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양산형 쇼츠에서 볼법한 일화로서 찰나의 각성을 일으키긴 하겠지만 이내 부모님으로부터 강남 아파트를 물려받은 직장동료가 부러워질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소위 인생 역전을 하려면 과거보다 월등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차라리 금수저를 부러워하는 편을 택한다.

시대에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별 생각 없이 부유하는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부도 타고나는 것이고 노력도 타고나는 것인 요즘, 체형이야말로 더 이상 논할 가치조차 없다. 나의 하체 비만은 유전이다. 나를 제외하고 집안에 하체 비만인 사람은 없지만 어쨌든 유전적 요인일 확률이 높다. 오늘만은 몸도 마음도 편하게 이지은 허벅지 돌려 까기와 땅끄부부 하체 조지기를 폄훼하고 타고난 11자 다리를 동경하기만 할 작정이다. 오늘 거대담론의 결말은 운동을 쉬겠다는 거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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