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소위 작가님의 출간소식
외출하려고 현관을 나서자마자, 산자락에서 피어오르는 한 줄기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누가 산에서 불을 피우나 싶어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아니었다. 송홧가루였다.
노란 가루가 떼 지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철새 떼가 방향을 틀며 솟구치듯, 무언가가 집단 탈출하듯.
이 동네의 봄은 송홧가루가 계절을 점령한다.
자동차들은 매일 아침 뽀얗게 분칠 한 얼굴이고.
작년, 처음 이사 왔을 땐 ‘1년은 안 닦은 차 같네’ 싶어 부지런히 닦았는데
한 시간도 안 돼 다시 덮이는 걸 보고는,
아— 이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둔다.
이맘때쯤이면 벤츠도, 소나타도, 오래된 트럭도 모두 평등하게 노랗다.
송홧가루가 내리는 계절은, 누구의 차에도 공평하다.
마치 함박눈이 누구 머리에나 사뿐히 내려앉는 것처럼.
모든 차가 송홧가루를 뒤집어쓰고 있는 이 풍경이,
나는 많이 귀엽다.
#차종불문 #송홧가루는평등주의자 #봄의기록 #보통의풍경
<알립니다>
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소위’ 작가님이 며칠 전 첫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2년 전, 그녀의 글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설원 위를 걷는 한 마리의 아름다운 늑대를 발견한 느낌이었어요.
굶주리고 외롭지만, 늑대로서의 자존을 결코 내려놓지 않는 그 위엄과 결기에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지요.
(무아 작가님이 그리신 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땐, 제 첫인상과 너무 닮아 있어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글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은 결코 제 감상만이 아니었습니다. 곧 많은 브런치 독자들이 그녀의 문장에 마음을 내주었고, 그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연재글을 읽을 때마다 저는 마치 늑대가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삶의 고저와 여러 결을 통과한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신음 같고 고백 같은 문장들. 그건 소위님 개인의 서사이면서, 동시에 비슷한 통과의례를 거쳐온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공감의 울음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이야기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쏟아냈고, 저 역시도 고해성사를 하듯 한참을 읊조리다, 결국 글을 프린트해 밑줄을 긋고 또 곱씹었습니다. 읽는다는 건, 그런 방식으로 마음의 주파수를 맞춰가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이 책은 감정의 정제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왜 우리는 어떤 말들을 꺼내야만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삶의 균열을 비껴가지 않고, 그 언저리를 오래 천천히 어루만져온 한 작가의 기록. 그래서 저는 이 책을, 글을 쓰는 사람은 물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는 모든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책 표지를 보면, 저자의 이름이 들어갈 자리에 ‘소위 에세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저는 그 문장이 하나의 선언처럼 느껴졌어요. ‘소위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단단히 자리를 잡았다고, 조용히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부사로 삶을 직조해 내는 소위님의 문장들. 그 아름다움에 더 많은 분들이 깊이 빠져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소위님의 매력은 단지 문장에 그치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2년간 그녀의 꾸준함과 성실함에 깊이 감탄해 왔어요. 글쓰기가 어두운 터널을 걷는 일처럼 느껴질 때, 옆을 보면 언제나 묵묵히 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소위님이 계셨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앞을 보며.
고백하자면, 소위님이 쓰기 때문에 저도 썼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녀는 저와 동갑이고, 저처럼 뒤늦게 글쓰기를 시작했으며, 전직 편집자였고, 병환 중인 부모님을 돌보는 딸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지칠 때마다 ‘그녀도 쓰는데’ 하는 마음으로 다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브런치 작가님들이 비슷한 마음이었을 거예요. 이제는 소위님은 저만의 작가님이 아니라, 모두의 작가님이 되신 것 같습니다.
그 여정의 첫 결과물이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이, 그 곁을 지켜본 동료로서 정말 벅차게 다가옵니다. 무엇이든 ‘처음’은 특별하잖아요. 이 책이 그녀에게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 앞으로도 더 멀고 깊은 글을 써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책을 읽으신 분들께서는 구매처에 짧은 리뷰를 남겨주시거나,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책소개라기 보다 일종의 펜레터. 그리고 아름다운 늑대를 향한 존경과 애정의 조용한 울음입니다. : )
소위 작가님 https://brunch.co.kr/@elizabeth99/351
=> 말은 곧 마음이다.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부사를 꺼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