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뒷집과 우리 집 사이에 있는 나무 위에 새 한 쌍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작은 부리로 잔가지를 물고 와서 하나씩 정성스럽게 쌓아 올리는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나는 아침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자연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기적 같은 순간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 새가 아마도 곧 알을 낳고, 새끼들을 품어 키울 것이라는 생각에 내 마음도 함께 설레었다.
둥지를 틀고 있는 직박구리
그 모습을 보며 문득 2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2년 전 봄, 우리 집 마당에 있는 커다란 나무에 새 한 마리가 둥지를 틀었던 적이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는 둥지에 알을 낳았다. 둥지 안에 반짝이는 작은 생명들이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새끼들이 태어나고 자라날 모습을 기대하며 나는 조용히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자신이 체온으로 알을 품고 있는 어미새
그러던 어느 날, 그 평온함을 깨는 사건이 일어났다. 창밖에서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까마귀 한 마리가 둥지 근처에 앉아 있었다. 까마귀의 까만 눈동자는 날카롭게 빛났고, 나는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순간 나는 급하게 창문을 열고 "쫓아내야 해!"라는 생각에 달려 나갔다. 그러나 내 발걸음이 나무에 다다르기도 전에 까마귀는 둥지로 날아들어갔고, 새는 절망적인 소리를 내며 주위를 맴돌았다.
까마귀는 둥지 속의 알을 찾아냈고, 그 알들을 무참히 깨뜨렸다. 그 순간의 충격과 속상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그리고 그 조그마한 생명들이 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현실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까마귀는 나무에서 날아갔지만, 둥지는 텅 비어버렸다.
까마귀에게 털린 빈 둥지
새는 한동안 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그 둥지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새의 상실감이 얼마나 클지 상상할 수 없었다. 알을 품고, 그 작은 생명들이 세상에 나올 날을 기다리던 그 시간들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이 내 삶의 어떤 장면들과 겹쳐지는 것을 느꼈다. 소중하게 품어온 꿈이나 희망이 예기치 않은 일로 무너져 내릴 때의 그 상실감과 비슷했다.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있음을, 그리고 그때의 무력함과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그 새와 함께 배웠다.
그리고 지금, 2년이 지난 후 또다시 새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자연은 결국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삶은 계속해서 흐르고, 상처와 상실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금 희망을 품게 된다. 그때의 슬픔과 상실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아물고, 새로운 생명과 기회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새들도 곧 새끼를 낳고 그들을 정성스럽게 돌볼 것이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마음속에서 조용히 기도한다. 이번에는 아무런 방해 없이 새끼들이 무사히 자라날 수 있기를. 그리고 2년 전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