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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복과 털양말 Jul 17. 2024

또 이렇게 다시

난 네 마음을 읽어줄 수 있을까?

  아들에게,     


  오늘은 비가 쏟아붓는구나. 억수같이 내리는 비 때문에 네가 그렇게 기다리던 태권도장 슬러시데이에 못 갈 것만 같아 엄마는 마음이 불안하네. 친구들 초대도 이 빗속에 오라고 하기가 부담이 되어 아무래도 취소하고 비가 그친 다음에나 불러야 할 듯해.      


  엄마는 네게 잔소리를 많이 줄였어. 먼저 말을 걸지 않고, 주로 네가 하는 말에 반응만 해주려고 의식적으로 행동하고 있어. 고작 며칠이지만, 엄마는 나름대로 꽤 줄였다고 생각해. 아직 갈 길이 멀겠지. 이렇게 오랫동안 지내야 엄마는 네게 다다다다 말을 쏴대는 사람이 아니라 네 말도 수용해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겠지. 엄마는 특히 식사 시간에 네게 주의를 주는 걸 많이 줄였어. 그러다 보니 네 아빠가 주의를 주기 시작했지. 네 아빠가 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가 어떻게 해왔는지 눈에 보이더구나. 옆에 앉은 엄마가 듣기에도 마음이 불편하고 위축되는데 너는 오죽했을까 싶어. 네 아빠도 어쩜 그렇게 엄마랑 똑같이 하는지. 불안감이 스며들었을 네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더라.     


  씻고 나서 약을 먹고 안약 넣고 비염스프레이 칙칙 뿌리려는데, 너는 약을 먼저 먹겠다, 엄마는 옷을 먼저 입어라로 또 이야기가 나뉘었지. 엄마는 당연히 싹 다 마치고 깔끔하게 약 먹고 뿌려서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네게 안된다고 말하는데, 너는 손가락으로 귀를 막아버렸어. 네 아빠는 엄마가 말씀하시는데 그렇게 행동하는 게 어딨냐며 너를 혼냈지. 너는 결국 아침부터 울었어. 엄마는 놀라고 슬프고 화가 났지. 엄마도 너처럼 어디 방에 혼자 들어가서 울다 나오고 싶은 심정이었어. (엄마도 마음이 순두부 같은 사람이거든. 몰랐지?) 아침의 경직된 분위기도 싫었고, 네가 우는 모습을 보자니 마음도 아팠고, 난 나름대로 한다고 했는데 입을 여니 아들이 귀를 틀어막는 아줌마가 된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들었어. 지금 생각하고 보니 무엇을 먼저 하는 게 뭐가 그리 중하다고 대립각을 세웠을까 싶네.


  엄마는 또 이렇게 다시 책을 집어 들었어. 제목은 <엄마, 내 마음을 읽어주세요>란다.           

  난 네 마음을 읽어줄 수 있을까?




  비가 많이 오지만, 무사히 현장학습 장소에 도착했다는 알림이 왔어.

  기다려왔던 거니까 즐기렴.



  그냥... 보고 싶네, 우리 아들.

  변함없이 사랑해.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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