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옥 안자요
아들에게,
네 겨울 외투를 꺼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날씨는 그것만 기다렸다는 듯 바로 급격히 추워졌어. 눈도 펑펑 내렸지. 이틀간 얼마나 눈이 내렸는지 맞은편 초록대문집 지붕에 쌓인 걸 보니 대만 대왕카스텔라 두께 정도는 되어 보이더라. 소복이 쌓인 눈을 밟으며 등원하던 너는 자꾸만 주저앉아 눈을 공처럼 만들어 내게 던졌지. 이 얼마나 예쁜 장면이니.
이제 내년이면 7살이 되겠네. 7살이 되면 혼자 등원하라고 했더니 너는 슬슬 연습해둬야 한다면서 어느 날은 중간까지만 같이 가고 어느 날은 거의 집 앞까지만 같이 가면서 너 내키는 대로 연습 중이야. 어느 날은 네가 혼자 돌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뒤에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다가 엄마는 그게 아까워서 동영상을 찍어 간직했어. 그런데 네가 가다 말고 돌아오는 거야. 어리둥절한 엄마에게 너는 말했지.
“아침햇살이 반짝일 때 꼬옥 안자요.“
우리는 꼬옥 껴안았어.
“이제 간다요.”
나는 네가 보고 있지도 않은데 오랫동안 손을 흔들었어. 웃기지?
엄마는 종종 걸어가는 네 뒷모습을 찍어둔 동영상을 봐. 그리고 네 말을 떠올리면 온기가 쫙 퍼지지. 이렇게 사랑스러운 말은 상상해 본 적도 없는데.
곧 주말이야. 김장하고 배춧잎에 수육고기 싸서 새우젓 얹어서 야무지게 먹자.
사랑해.
이따 만나.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