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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만난 키다리 아저씨

두 달 뒤, 그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다

by 도럽맘

2008년 5월 12일, 중국 쓰촨 성 원촨 지역에서 규모 8.0의 강진이 발생하여 약 4만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있었다.


이 지진은 중국 전체를 뒤흔든 대재앙이었고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자연재해였다.


24살 이었던 나는 단 한 번도 중국을 가본 적이 없었다.

대만에 기독교 집회에 반주를 하러 간 적은 있었지만 중국은 내게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나라였다.


“공산주의”

“자유가 없는 나라”

“독재주의”


이러한 단어들이 내 머리에 박혀 있었고 중국 사람에 대한 어떠한 호기심과 관심도 없던 사람이었다.


그래도 뉴스를 통해 쓰촤성 지진을 접하게 되고 한 순간에 일터와 집터를 잃고 사랑하는 가족과 영영 헤어지게 되어버린 중국 사람들의 표정을 보자 마음이 무거운 망치로 때려치우듯이 아팠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나라를 위해서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황폐해진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그 땅을 복음으로 재건시켜달라는 기도였다. 크리스천이었다면 누구나 한 번쯤을 기도했을 그런 기도였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 후, 며칠 이 지나지 않아서 꿈을 꿨다.


꿈 속의 배경은 분명 대지진이 일어나는 쓰촨성이였다. 건물들이 무너져 도시가 흙빛으로 가득했고 여러 명의 중국 사람들이 그 자제들을 치우고 있었다. 그 사이로 이전부터 알고 지내온 중국 선교사님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위로의 말을 건네러 지친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계시는 선교사님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선교사님, 많이 힘드시죠?..”


그때 선교사님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은혜야. 너 미국에 가고 싶지? 그런데 중국에 할 일이 너무 많아.. 중국에 죽어가는 영혼들이 정말 많단다.. 중국으로 오렴 “


꿈이지만 나는 당혹스러워서 어버버 거리고 있는데 그 순간 긴 그림자가 내 곁으로 성큼 다가오니 섰다.


분명 키가 큰 남자였다. 그림자처럼 검은색이라 얼굴도 보이지 않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남자라는 것을..


그렇게 꿈에서 눈을 떴다.


‘이게 무슨 꿈이지? 무슨 이런 꿈을 꾸지? 도대체 이런 꿈을 왜 꾼 거야?….. ’


이러한 질문들이 머릿속을 가득 메꿨다.


나는 미국 유학을 너무 소망하고 있던 꿈 많고 열정 많았던 평범한 20대 청년이었다.


재즈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었기에 미국에서 재즈 음악을 배우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했다. 내 모든 관심은 오로지 미국 유학뿐 이였는데 한번도 생각치 않았던 ‘중국‘ 이라는 나라를 오라고? 아무리 꿈이라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그 꿈에 대해서 기도하지도 않았다.

혹시나 정말로 중국을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일까 봐..

기도를 하게 되면 중국을 가라는 응답을 받게 될 거 같아. 알면 안될 거 같아 그냥 개꿈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럴수록 꿈은 계속 선명하게 기억 속에 맴돌고, 밥을 먹고 급체한 거 같은 기분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7월 어느 날,


나는 대전에 있는 수련회 회관에서 꿈에서 본 키다리 아저씨를 만났다.


정말로 꿈속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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