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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Apr 18. 2024

혼자 가는 먼 길


혼자 가는 먼 길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침잠하는 슬픔을 두레박으로 건져가며

꽃길도 아닌 폭우 내리는 길

    

머뭇거리지 말고 가라 한다

때로는 하얀 이빨 드러내며 밀려오는 파도를 만나고

천산天山에서 쏟아지는 눈사태를 만날지라도

나의 영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리 

    

지금은 깎아지른 절벽 길을 맨발로 걷고

빙하 아래 차가운 심해를 헤엄쳐나가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리

혼자 가는 먼 길

그 길의 끝에 나를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을

사랑하는 그대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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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2020년 3월 1일 자로 안산의 본오초등학교 공모교장 4년을 마치고 경기도교육청 장학관에 지원하여 부천교육지원청 초등교육과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내가 사는 곳이 동탄역 앞에 있는 아파트라 부천까지 출퇴근하기에는 먼 거리였다. 하지만 새벽 6시 30분에 승용차로 출발하면 8시경에 교육청에 도착할 수 있어서 도전했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에서부터 차량 정체가 시작되고 영동고속도로로 이어가면 또 수원 근처에서 정체, 다시 서서울톨게이트를 지나면 다시 제1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야 한다. 시흥시 소래산 근처에서부터 부천 중동신도시 길이 꽉 막혀 있다. 험난한 출근길이었다.

교육지원청에서 바쁜 일과를 마치고 저녁 6시에 퇴근하며 반대로 오다 보면 마찬가지로 정체가 지속되었다. 8시에서 8시 30분에 도착하면 하루의 피로가 몰려왔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몸은 지쳐갔다.

때마침 중국 후베이성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대한민국에도 닥쳐왔다. 신천지 교인들이 중국에서 포교활동을 하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전염되기 시작해서 쿠팡 직원을 통해 부천시민들에게 감염되었다. 학생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드디어 학교가 폐쇄되기에 이르렀다. 수많은 코로나 관련 사안을 처리하다 보니 내 몸에도 이상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구안와사라는 안면마비가 온 것이다. 구안와사는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피로, 감염 등이 원인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과 8시간 이내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것이었다. 초기에 치료하면 정상을 되찾을 수 있는 병이었다. 그래서 한림대 응급실에 가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고 약물 처방을 받아 치료했다. 그리고 제천에 있는 한의원에 가서 명의를 소개 받아 금침 주사를 맞았다. 한약을 먹으며 건강을 회복하니 안면마비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힘든 일 년의 세월을 출퇴근하였다. 어느 초겨울 눈 쌓인 고속도로를 달리며 귀가하는 길, 문득 이 시가 떠 올랐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서 가는 먼 길 아닌가? 하지만 그 길 열심히 가다 보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과 사랑하는 이가 있을 테니 포기하지 않고 가야겠다고 다짐하여 이 시를 쓰게 되었다. 2023년 12월 이 시들을 묶어 교학사 양진오대표님이 <혼자 가는 먼 길>이라는 제목으로 다섯 번째 시집을 출간해 주었다.  인생길 험산준령도 넘고 깊은 심연도 통과해야 되지만 또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리는 날도 오리라 믿으며 오늘도 살아본다.

2020년 어느 날 폭우가 쏟아지는 부천 시내를 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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