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대지의 속살이 그리웠더냐.
하늘은 바람을 먼저 보내
그리운 마음 흔들어놓고
손님처럼 살며시 대지에 스민다.
두 팔 흔들며 먼저 비를 맞이하는 해바라기들
온몸 흔들어대며 비에 젖는 들풀들
그리운 것들은 모두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
이 초록들의 잔치는 7월이면 최고에 이를 것이다.
제 각각 열매를 준비하는 과수들
그 틈새에 살아남아 자기들도 곱게 씨앗을 품어보는
들풀, 들풀들
*에필로그-<시인과 어머니> 첫시집 발간이후 22년반에 제2시집으로 발간한 시집이다. 시집 추천사를 나태주시인과 윤석산시인께서 써 주셨다. 2019년 성호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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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권태주를 학생으로 본 것은 꽤나 오래 전의 일이다. 그가 공주교육대학교에 다닐 때 나는 그가 다니는 학교의 부속초등학교 교사였던 시절이다. 학생시절 그는 문학도였고, 시를 쓰는 사람이었고, 매우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나태주가 시인이니 권태주도 시인이어서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또 그런 생각 자체가 신비하다는 생각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흘렀던가. 그는 어느새 초등학교 교장이 되어 있었고 시인이 되어 있었다.
공주의 중심을 흐르는 제민천 가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나눈 약속을 이루어준 그의 삶이 대견하다. 칭찬을 해 줄만하다. 더불어 시를 읽었다. 사람을 닮아 시가 옹골차다. 허풍이 없다. 그런 점에서 그와 나는 다같은 촌놈이다.
촌놈은 근본을 버리지 않고 사는 사람, 서두르지 않는 사람, 가야할 곳이 어딘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사람, 목표지향인 사람, 그가 꿈꾸는 인간의 나라, 시의 나라에 언젠가는 그가 도달할 것을 믿는다. 부탁하고 축원하고 싶다. 부디 오래 참고 기다려 한국시의 큰 바위 얼굴이 되시라. - 나태주 (시인)
권태주 시인은 서정시인이다. 기교나 현란한 수사보다, 진솔하고 정갈한 시어와 이미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룬 소품들의 시, 이러함이 권태주 시인의 시의 한 특색이다. 권태주 시인의 시의 원천에는 유년의 기억들이 자리하고 있다. 유년의 시절, 이루지 못한 꿈, 또는 이룰 수 없었던, 그래서 아직까지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쓸쓸함의 편린들. 이러함이 바로 권태주 시인이 노래하고 있는 시의 원천이다. 우리를 아득하고 또 그리운 추억의 시간으로 몰고 가는, 유년에의 꿈들이 진솔하고 정갈한 언어를 만나므로 직조되는 서정의 세계. 이번 시집에서 우리는 이러한 권태주 시인의 시적 세계를 만나고 있다. -윤석산(시인, 한양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