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를 퀴어하게 여행하는 법 7
사람마다 옷을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다를 것이다. 브랜드가 우선인 사람, 옷 자체가 중요한 사람, 가게 분위기를 따지는 사람, 직원과의 관계, 한정판인지 아닌지, 가격, 아니면 그냥 갑작스러운 충동구매 등등.
오스씨와 나는, 옷을 아주 좋아하지만, 옷에 "열광"은 하지 않는다. 그 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안 그러면, 음... 난리가 나니까. 그래서 일단 사람이 많이 모이면 패스한다. 열광하는 무리에 속해 있으면 마구마구 사게 된다. BTS에 열광하는 아미(army) 무리에 있다 보니 한번 보고는 처박아둘 콘서트 블루레이 한정판을 거금 주고 사게 되는 것처럼.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마도 옷 그 자체보다, 그 옷을 사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우연히 방문했는데 인테리어가 아주 멋있고, 점원은 친절하고 옷에 해박하여 내가 고른 옷의 소재나 제작 방식, 브랜드의 추구 목적 등을 설명해 주고, 막상 입어보니 별로라서 그냥 사지 않고 나와도 웃음을 계속해서 보여주어서 기억에 오래 남은 가게를 알게 되는 것. 그리고 이후 그 가게에 또 들러 이번엔 맘에 드는 옷을 골라 사고, 회원가입까지 해서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 그 과정이 즐겁다.
한편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옷들을 머릿속으로 나열해 보고, 그와 어울릴만한 아이템을 사서 상상 속에서 옷 갈아입히기 놀이를 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의 쇼핑은 사실 대부분 아이쇼핑과 상상 속 쇼핑이다.
"내가 싫어하는 게 그거야. 안 살 거면서 들어가서 이것저것 입어보는 거."
오스씨는 질색팔색 한다.
그의 쇼핑 과정은 이렇다. 옷장 문을 열어보고 가진 옷들을 주욱 살펴본 후, "노란색 바지가 필요하군." 결론짓고, 백화점이나 로드샵에 가서 노란색 바지를 찾는다. 찾으면 사고, 없으면 안 산다. 그는 "현물"을 원하고, 나는 "경험"을 원한다. 이 약간의 차이 덕에 우리는 서로의 쇼핑에 일정 정도 경찰관 역할을 하게 되고, 그 덕에 아직 파산하지 않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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