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선유도, 군산의 초여름 열흘 13
숙소에 돌아와 책을 읽고, 글을 정리하는데, 아무래도 여행의 마지막 밤이다 보니 가만히 있기가 그랬나 보다. 어제 술을 마셨기 때문에 주저하는 나를 오스씨가 일으켜 세웠다. 전날 재미있었던 <해무>는 만석이라 못 들어가고, '딱 와인 한 잔'만 하려고 근처에 있는 이태리 레스토랑 <UNO>에 갔다.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 사장님과 토크를 하게 됐는데, 전라도 고창 출신이라고. 고창에서 유명한 것 - 청보리축제, 고창수박,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 을 얘기하다가 SK회장의 최근 이혼 송사에 대한 화제로 넘어갔다. 이 사람도 고창 출신이란다. 본처 버리고 나대다 망해버린 재벌회장님의 막장스토리를 한참 소비하고 나니, 아, 갑자기 현타가 왔다. 이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로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다니. 노태우 비자금으로 컸지만, 어쨌든 이후 수십 년 동안 직원들이 피땀으로 키운 회사를 독재자 딸내미가 이혼 송사로 홀딱 따먹는 이야기를 뭐가 재미있다고 신이 나서 떠들어댔을까. 아이고, 아직도 갈 길이 먼 인생이구나, 꼬무룩.
이 이후의 이야기는 전자책을 통해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