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우비입니다, 나는 난민입니다

중년 게이 부부의 제주 한달살이 14

by 선우비

제주여행기 더하기+


우리는 모두 난민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보면 새삼 살 떨리게 다가오는 정의다.

북한을 응징하자고 호기 있게 외치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또는 그의 가족들이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런 주장을 쉽게 하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평소에 난민을 도우는데 앞장서는 사람일까?

설마~!

우리가 왜 난민을 도와야 하냐며 추방을 외치는 사람일 가능성이 더 크다.



오름 투어의 마지막이 오스씨의 바지를 먹어버린 가메오름이었다면, 서점 투어의 마지막은 이 책이다.

『암란의 버스, 야스민의 자전거: ‘난민됨’을 배우고 경험한 3년의 여정』

이 책에 대해선 참 할 말이 많다. 책 자체도 좋지만, 책이 준 인연이 더 소중하다.

언젠가 그 이야기를 할 때가 올 것이다.


책 이야기를 해보자면,

책은 난민의 정의가 어려움에(難) 부닥친 사람(民)이라는 본래의 뜻에 더해,

단지 가난하고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닌,

현재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머물 곳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전쟁을 피해 예멘에서 온 암란과 야스민 뿐만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작가의 어머니,

낯선 유학생활에서 어려움에 부닥쳤지만 도움을 받기 힘들었던 작가,

생각과 행동이 느려 회사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해야만 했던 회사원,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동성애자, 청각장애인 등을 언급하며 난민의 정의를 이렇게 확장한다.


난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있어요.

나는 다음 두 가지에 집중하고 싶어요.

첫째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고,

둘째는 그 어려움을 말하지 못하거나 외면당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나는 난민입니다.


저자는 이 관점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나도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들처럼, ‘내가 난민인 이유’를 말해보고 싶다.


나는 선우비입니다.

나는 난민입니다.

나는 오스씨와 동성애자 부부로 17년을 살아왔습니다.

온 집안에 커밍아웃을 했지만, 나에게 결혼생활에 관해 묻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나는 누나의 남편 이야기(주로 욕), 조카 이야기를 계속 들어주지만, 누나는 내 파트너에 대해 “건강은?” 한 마디 묻고는 땡입니다. 그의 가족들도 물론 ‘아무것도’ 묻지 않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무관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도 모르는 거겠죠.

우리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지난여름에는 한국성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진행한 온라인 강좌 <동성파트너와 함께 나이 듦을 준비하는 법>을 들었는데, 참가자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파트너와 함께 오래 함께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아요. 이성애자들이야 보고 자란 부모도 있고, 상담센터도 많고, 관련 정보도 많지만, 우리는 주변에 롤모델이 없어요.”


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우리 사이에 위기가 다가왔을 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시스템도 없었습니다.

우울증 때문에 정신과를 갔을 때, 나의 삶에 대해 묻는 의사 선생님에게 나의 파트너를 여자로 바꿔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부부.

은퇴 후의 삶, 한 사람이 병에 걸렸을 때, 어쩌면 둘 다 병에 걸렸을 때... 상상조차 무섭습니다.

평등법이 국회에 계류되어있는 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해줄 "사회적 장치"도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덜 아프길, 더 느리게 늙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난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이 있어요.

나는 다음 두 가지에 집중하고 싶어요.

첫째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고,

둘째는 그 어려움을 말하지 못하거나 외면당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나는 난민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난민이 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난민인지도 모른다.

내가 난민임을 인정한다는 건, 내가 당신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 책은 봄에 제주시 <야후북스>에서 샀는데, 가을에 <책방소리소문>에 갔더니 이런 전시가 있어서 반가웠다.

제주 독립서점의 매력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제람씨가 하는 운동에 관심이 있는 분은 여기로..

https://www.instagram.com/jeram.kr/



그리고...


“우리 이번 가을에 제주도에 또 오자. 윗세오름도 가고, 이번에 건너뛴 서부 오름들도 다 가보자.”

“그르자, 그르자.”


이후의 이야기는 책 구매를 통해 읽을 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publish/book/8698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