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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떼 Jun 11. 2023

나의 치앙마이 이야기 Day-4 (1부)

(2023. 5. 1 월요일)

눈을 떴다.

이런... 10시다.

H와 만나기로 한 시간은 12시다. 시간상 아직 여유는 있다. 취기 때문인지 그동안 치앙마이에 와서 숙면을 취하지 못했는데 처음으로 꿀잠을 잤다.

근데 머리가 아프고 속이 좋지 않다. 원래 숙취가 오래가는 편이라 여행지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그리고 굳이 술을 즐겨 마시는 편도 아니다. 그냥 모임이 있을 때 분위기에 맞춰 함께 마시는 정도다. 일단 지금은 침대에서 뒹군다.

아~~ 속이 괜찮아져야 하는데... 살짝 메슥거려 힘든 몸을 겨우 일으켜 화장실로 간다. 변기를 붙잡아도 딱히 나오는 게 없다. 어젯밤 마신 맥주는 겨우 한잔 반인데 컨디션은 마치 과음을 한 것처럼 좋지 않다. 며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그런 건가?

30~40분 정도 더 침대에서 뒹굴다가 다시 일어난다.


샤워를 한다. 역시 샤워를 하니 좀 정신이 든다. 서두르는 걸 싫어하기에 여유 있게 움직인다.

12시 땡 하고 약속시간에 맞춰 로비로 간다. H는 이미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아침 7시에 눈이 떠졌단다. 나는 웃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H는 이것이 바로 노예근성이라며 더 자지 못하는 상황에 속상해했다. 이것이 모든 직장인들의 마음 아니겠는가!


우린 H가 가보고 싶다는 ‘쿤깨 쥬스 앤 스무디바“로 갔다.

그랩을 타고 가면서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미리 보고 싶어서 블로그 후기를 본다. 그런데 후기에는 웨이팅도 많고 주문을 하면 40분씩 걸리다는 내용이 꽤 있었다. 일단 우린 각오하고 그곳으로 갔는데 어라? 손님들이 있긴 하지만 우리의 자리는 충분히 있다. 그리고 우리를 제외하면 모두 서양인들이다.

생과일 쥬스와 요거트가 들어간 스무디를 판매하는 곳이다. 그리고 모든 메뉴가 아주 건강해지는 느낌을 준다. 소위 어린이 입맛인 나의 취향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각각 스무디를 다른 맛으로 주문한다. 나는 망고, H는 그린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데 잠시 후 동양인 가족 한 팀이 들어온다. 그런데 좌석이 예매하다. 현재 남은 테이블은 모두 2인석이다. 우린 4인석 테이블에 앉은 상태였고, 동양인 가족은 3~4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이포함 3명이다. 우린 그들이 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알 수 없어 제스처로 우리 테이블에 앉으라고 하고 우리가 2인석 테이블로 옮긴다.


옮긴 테이블의 양 옆은 모두 서양인들이다. 그들의 대화를 들어도 어느 나라 언어인지 추측이 되지 않아 국적은 모르겠다. 왼쪽은 젊은 여자 2명, 오른쪽은 연령대가 조금 다양한 남자 3명.


그런데 우리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 1명의 옷이 이곳이 마치 해변가인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핫한 의상을 입었다.

그녀는 이미 이곳에 들어올 때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H는 외국생활 경험이 있고, 여행도 많이 다녀 그녀의 그런 패션에 익숙할 듯싶었으나 그래도 눈에 띄는 그녀의 모습에 처음에는 당황해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H의 옆자리에 앉으니 그 모습이 재미있어 나는 사진을 찍는다. 글을 쓰는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나랑 자리를 바꿔 줬어야 했나 생각이 든다. 눈치 없이 내가 그녀랑 마주 보고 있네.

그녀의 건강해 보이는 구릿빛 피부에 배는 귀엽게 살짝 접히지만 탄력 있어 보이는 몸매가 마냥 부럽다. 원래 사람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끌리지 않는가! 나는 그녀가 부러워 힐끗힐끗 쳐다본다.


주문한 지 20~30분이 지났을까?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온다. 조리된 음식이 아님에도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추측으로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과일을 미리 손질해서 다듬어 두지 않고 주문을 받으면 그때마다 손질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오래 걸릴 수가 없다.


흠... 스무디의 비주얼은 잘 모르겠다. 그냥 사진과 똑같다는 생각뿐.


역시 블로그를 보고 오면 안 되는 것인가? 각종 SNS를 통해 후기를 미리 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장단이 있는 게 분명하다. 특히 여행지의 경우 실수를 줄여 주기도, 시간을 절약하게도, 두려움을 줄여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스포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감흥이 현저하게 줄어든다.


실 예로 작년 몽골이 스포가 거의 없는 여행이었다.

당시 검색을 많이 하지 않은 상태로 몽골을 갔었기 때문에 그곳에 대한 정보(사진, 영상 포함)는 내게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 몽골의 모든 곳이 내겐 그거 감탄의 연속이었다. 그 광활한 자연-대자연이 맞을 것 같다-에 나는 계속해서 감탄을 금치 못했고 그 감탄의 하이라이트는 고비사막의 정상에서 튀어나왔다.


사족보행으로 1시간을 힘들게 기어 올라 정상에 도착했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진 장면과 순간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주 오랜만에 우와! 우와! 우와!라는 감탄사가 내 입에서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나는 고비사막 정상 뒤편에 어떤 풍경이 펼쳐질지 아무런 기대도 없었고 상상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다 보니 그날의 감흥은 스포를 하나도 접하지 않은 순수한 날 것의 감정이 그대로 튀어나온 것이다. 오랜만에 스포 없이 만난 여행은 한 동안 내게 신선함으로 각인되었고 앞으로 있을 내 여행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몽골이야기가 조금 길어졌다.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오자.

 

블로그 후기 사진에서 보았던 것과 아주 똑같은 스무디가 내 앞에 놓여 있다. 누가 봐도 건강해 보이는 비주얼의 음식이다. 어린이 입맛인 내게는 군침이 전혀 돌지 않는다. 특히 H의 스무디는 식욕을 돋우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먹어보기 전에는 무슨 맛일지 추측이 되지 않는다. 연두색과 초록색의 중간쯤? 자연 풀잎색에 가까운 초록색이다. 예상 가능한 나의 스무디를 한 입 먹고 H의 것도 먹어본다. 초록색인데 고소하다. 참깨를 갈아서 넣은 것 같다. 건강한 맛들이라 둘 다 내 취향은 아니다. 나 혼자 왔으면 절대 오지 않을 곳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H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먹고 싶은 것이 없었으니까.

난 '먹으면 건강해진다. 이것은 약이다'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먹고 결국 1/3은 남기고 숟가락을 놓았다. H는 깨끗하게 초록색 스무디를 클리어했다.

그렇게 스무디 애피타이저를 먹고 메인디시인 피자를 먹으러 가기 위해 나왔다.


거리에는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이다. 선글라스 없이는 앞을 보기 힘들다. 그 와중에 H는 가게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길 원한다. 여행 시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 나이지만 이번 여행은 그 덕분에 나도 사진을 찍게 된다.


순식간에 인증샷을 마무리하고 땡볕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도보 1분 컷에 있는 화덕 피자집인 'By Hand Pizza Cafe'으로 간다.

먹자마자 바로 또 먹으러 가는 상황이 조금 우습긴 하다. 하지만 피자를 먹기 위해 다시 이곳으로 올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우린 한 번에 미션 완수를 결심했다.

H는 네이버에서 '치앙마이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방금 먹은 스무디가 1위, 그리고 이곳 화덕피자가 2위라고 한다. 검색해 보니 진짜다. 태국 고유의 음식도 아니고 스무디와 피자가 순위 1, 2위라니 뭔가 아이러니하다. 아마도 한국 검색창이었기에 한국인의 입맛이 반영된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이 1,2위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냥 두 가게가 거의 붙어 있어 우리처럼 스무디를 1차로 먹고 2차로 피자를 먹으러 가거나 혹은 그 반대로 가는 사람이 많아서 이렇게 된 거가? 순위를 책정한 기준이 궁금하기 그지없다.


어쨌거나 우리나라 기준 치앙마이 맛집 2위라 웨이팅이 있을까 봐 살짝 걱정하며 갔는데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다.

1차로 갔던 쿤깨 쥬스 앤 스무디바도 그렇고 2차로 온 피자가게도 그렇고 모두 맛집이라는데 손님이 적거나 아예 없어 후기를 보지 않았다면 이곳들이 맛집이 맞나 의심했을 것이다. 어제 늦은 밤 맥주를 마실 바를 찾은 것도 그렇고 오늘 음식점들도 그렇고 계속 운이 좋은 것 같다. 일부러 손님이 없는 시간을 확인하고 온 것도 아닌데 운이 따른다. 괜히 기분이 좋다.


나는 더워서 그런지 매운 음식이 당겨 스파이시 피자로 주문한다. 우린 각각 피자 한 판씩과 그는 맥주, 나는 콜라를 주문한다.

예쁜 가게다. 치앙마이에는 이런 예쁜의 가게 소위 인스타용 감성의 음식점과 카페, 펍이 많다. 에어컨은 없지만 그늘이라 아직은 참을 수 있는 수준이다. 가게 안 그늘에서 바라보는 쨍한 햇볕의 거리는 눈이 부시다. 한적적함과 어우러져 마음이 편안해진다.

음식을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전 스무디를 먹었던 곳에서 나의 오른쪽 테이블에 있던 남자들이 들어온다. 역시 이게 코스인가?

애피타이저 스무디->메인디시 피자, 혹은 메인디시 피자 -> 디저트 스무디

그리고 잠시 후 혼자 온 동양여자와 배낭여행객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들어와 테이블을 채운다.

그 사이 우리가 주문한 피자가 나왔다.


피자 맛은 뭐 그냥 피자다. 그런데 스파이시 피자는 참 맛있다. 한국인이 딱 좋아할 만한 맛이다. H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스파이시 피자는 토마토소스 베이스에 마치 고추장으로 양념된 듯한 고기가 토핑으로 올라온 것 같다. 없던 입맛도 군침돌게 만드는 맛이다. 스파이시 피자가 자극적인 맛이다 보니 그가 주문한 피자는 싱겁게 느껴져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다.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매운 음식을 먹으니 더위가 훅 느껴진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이런 더위 속에 에어컨 없는 음식점은 들어가지 않았을 테지만 이곳에서는 이런 생활이 당연하다. 이 더위 속에 화덕 앞에서 피자를 만드는 이도 있는데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내가 무슨 더위 불만을 토로할 자격이 있을까?

그래도 지금의 날씨가 얼마나 더운지 궁금해 애플워치를 확인한다. 시계는 35도라고 알려 준다.


1차, 2차 음식을 먹으면서 나는 혼자 여행도 좋지만 말벗이 있는 여행이 좋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낯선 장소와 익숙한 사람이라는 이질적인 요소의 결합은 여행에서 오는 긴장감을 낮추고 경험을 공유해 즐거움을 주는 더없이 좋은 요소이다.  물론 이것도 여행 성향이 맞아야겠지만..


그나저나 난 내일 어떻게 해야 하지?

한국을 가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일정을 연장할까?

앞서 언급했지만 나는 백수다. 하지만 다음 주 화요일(5월 9일) 이직하기로 한 회사에 방문해야 한다. 고로 그전까지는 시간이 있다. 그런데 비행기를 연장하면 추가 비용이 26만원정도 나온다. 그리고 체류비용이 나올 것이다.

사실 돈보다는 내 마음이다.

내가 이곳에 더 머물고 싶은지 진짜 내 속마음을 모르겠다. 그래서 계속해서 자문해 왔다.

H가 오기 전 일요일 나는 편안하지만 조금은 무료한 시간을 보냈다. 휴식시간이라 자처했지만 내게 굳이 휴식시간이 필요했던 건 맞았을까? 나는 백수이지 않은가! 이미 1년째 휴식 중인데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회사에 들어가면 힘든 일상이 이어질 것이고 지금의 백수 생활이 너무 그리울 것 같아 치앙마이에서 마무리하고 하고 싶기도 했다. 반면에 예정대로 내일 떠나고 싶다는 마음도 공존했다.

스무디를 먹으면서도 피자를 먹으면서도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내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아~~~~ 머리 아파'

일단 다시 생각을 미룬다. 아직 나에겐 오늘이라는 시간이 조금 남아 있다.

눈앞에 맛있는 피자를 두고 이런 머리 아픈 생각을 하다니 내가 잠시 불손했다.


나의 시선은 맞은편 테이블에 혼자 온 동양 여성에게로 간다. 국적은 알 수 없지만 나의 느낌은 한국인이다. 편견일 수 있겠지만 동양인 중에서는 한국여자들이 혼자 해외여행을 잘 다니는 것 같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다. 중국인은 보통 여럿이 다니고, 언젠가부터 일본인 여행객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잃어버린 30년의 영향 때문이지 않을까 나 혼자 생각해 본다. 내가 20대 때만 해도 해외여행하면 일본인 여행객을 꽤 많이 보았다. 서양인들도 국적을 물으면 중국인이냐 아니면 일본인이냐고 물었다. 물론 지금도 그럴게 물을 확률이 많긴 하지만.. 여하튼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니라고 하면 그제야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았다. 그럼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한다. 이런 나의 대답에 바로 북한이냐고 묻는 질문도 몇 번 받았다. 나는 그때 알았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유럽에서는 북한이 꽤 유명한 나라란 것을.

하지만 지금은 동양인을 보고 중국인이라고 단정 지어 물어오는 외국인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 '사우스코리아'라고 하면 대부분 좋아한다. 호의적인 태도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남한을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뉘앙스다. 국력 차이의 변화를 일하면서도 많이 느꼈지만 해외여행을 하면서도 느끼게 된다.

문화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새삼 그 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류여 영원하라!!!


우리는 천천히 식사를 마무리했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많이 먹지 못했고 H는 나의 2배는 넘게 먹은듯했다. 잘 먹으니 보기 좋다. 내가 그렇지 않으니 잘 먹는 사람이 좋다. 우린 2판을 주문해서 2조각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H에게 이제 뭐 할지 묻는다. 그는 배가 부르니 조금 걸으며 소화를 시키자고 한다. 일단 우리는 특별한 목적지 없이 올드시티 메인 거리 쪽으로 가기로 한다. 나는 길눈이 조금 어두운 편이라 감을 잡는데 시간이 걸리는데 H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그는 길 눈이 밝다고 한다. 나는 H의 뒤만 졸졸 따른다. 나란히 걷기도 하지만 그의 뒤를 따라 걷기도 한다. 그럼 앞서가는 H가 오른쪽 왼쪽 방향을 알려준다. 아무 생각 없이 걸을 수 있으니 좋다.

그렇게 걷다가 우리 눈에 한 마사지샵이 들어온다. 2층짜리 정원이 있는 단독 건물에 치앙마이스러운 초록초록한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다. 우리는 가게 앞에 있는 가격표를 본다. 모두 1시간 기준으로 타이마사지는 400바트, 오일은 500바트, 풋은 300바트다.

애초에 우린 오늘 2시간 마사지를 생각하고 나왔다. 우리가 가격표를 보고 있으니 가게에서 한 여인이 버선발로 뛰어나오신다. 그녀는 우리에게 영업을 하러 나오신 듯하다. 조금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녀는 밝은 표정과 친절함 그리고 능숙한 영어로 우리에게 프로그램을 설명해 주시니 금세 마음이 열린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곳이 처음 본 가게이기 때문에 좀 더 둘러보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뜬다.

우리는 돌고 돌아 처음 봤던 마사지가게 앞으로 다시 왔다. 안으로 들어가려 하니 아까 우리에게 말을 건네주었던 여성분이 이번에도 버선발로 나오신다. 그리고는 다시 프로그램을 설명해 주신다. 우리끼리는 그녀의 직책은 영업실장인가 보다 하고 추측했다. 그녀의 친절한 설명 아래 H는 타이 2시간, 나는 오일 2시간 이렇게 선택했다. 1000바트 거금 4만원이다. 이 돈은 한국에서도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2시간 마사지를 받으려면 이보다 더 비싼 금액이기에 이곳에서 호사를 누려 보기로 한다.

1층에서 우린 잠시 대기한다. 보아하니 1층은 풋마사지만 가능한 듯했다.

아~ 너무 시원하다. 역시 마사지의 매력은 이렇게 인위적인 차가운 공간에서 받아야 제맛이다.

잠시 후 H를 먼저 2층으로 데리고 간다. 내가 아로마 마사지를 받기 때문에 우린 룸을 분리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도 2층으로 데리고 갔다.


헉! 뭐지? 이 더운 공기는? 그리고 이 요란한 선풍기 소음은? 설마 2층에 에어컨이 없는 건가?


순간 나는 당황했다.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는 아로마 마사지를 선택했다. 지금 날씨에는 그냥 마사지를 받아도 더울 것 같은데 오일을 바를 것을 생각하니 아찔했다. 탈의실에서 옷을 벗으며 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 갈지 생각했다. 일단 옷을 갈아입고 나와 에어컨이 진짜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에어컨은 천장에 달려 있었다. 심지어 작동도 하고 있다. 그런데 천장이 너무 높고 공간의 크기에 비해 에어컨의 용량이 적어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선풍기를 강하게 틀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공기만 시원했다면 정말 마음에 드는 공간이었을 것 같다. 2층의 분위기는 1층처럼 굉장히 치앙마이스러웠다. 전체적으로 통나무로 건물을 지은 듯했다. 멋스러웠다. 하지만 난 곧 온몸에 오일을 발라야 한다. 그냥 타이 마사지로 바꾼다고 할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그냥 그대로 하기로 결심한다. 타이마사지를 한들 더운 공간에서 하는 것은 마찬가지 일 텐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지불한 4만원이라는 거금을 생각하니 짜증이 살짝 밀려 올라왔다. 그러다가도 이내 가만히 누워 있으면 시원해 지겠지라며 마음을 다스린다. 무엇보다 나를 마사지해 주시는 분은 이 더위속에 힘을 써야 한다. 나보다 휠씬 나이가 많으신 여자분이다. 누워있는 나의 발아래에서 그녀는 경건하게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하는 자세를 취하며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녀의 태도에 더위 때문에 잠시 짜증 난 내 마음이 죄송스러워진다.


그녀의 손은 조금 딱딱하다. 거칠지는 않지만 부드럽지도 않았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손길이다. 눈을 감고 있기에 정확한 시간은 알 수 없지만 한 시간가량은 오일을 바르지 않고 마사지를 했다. 마사지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꽤 잘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의 시간은 오일을 발라 마사지를 준다. 오일이 몸을 덥으니 더워지긴 한다. 생각보다 덥다. 왜 H가 자신은 더워서 오일은 안 한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어차피 에어컨 때문에 시원할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했는데 이곳이 더울 거라고는 의심도 하지 못했다.

참을 수는 있지만 쾌적한 느낌은 들지 않는 온도 속에서 마사지는 계속되었다. 마사지로 인한 릴랙스 되는 몸과 더위의 공존 속에 2시간 지나고 마사지는 끝이 났다. 1층을 내려오니 H가 먼저 끝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이 천국이었다.

1층만 시원한 것을 알았다면 그냥 여기서 발마사지만 2시간 한다고 할걸 후회되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것 또한 나의 선택인 것을.

H는 마사지에 만족스러워했다. 나는 덥지 않았냐고 물으니 괜찮았다고 한다. 뭐지? 내가 있던 공간만 더웠던 것인가? 나는 H가 선택한 샵이라 더는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다. 괜히 선택한 사람에 대한 불만으로 들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대화의 화제를 돌렸다. 우린 각자의 마사지 비용을 결제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확인한다.


드디어 오늘 일정의 하이라이트 도이수텝 사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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