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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꼰떼 Nov 05. 2023

나의 치앙마이 이야기 Day-4 (2부)

(2023.5.1 월요일)

마사지샵에서 나온 우리는 택시를 잡아 도이수텝사원으로 가기 위한 1차 목적지인 치앙마이 대학교로 향한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는 이곳 주변에서 도이수텝 사원까지 가는 썽태우를 찾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썽태우 특유의 빨간색 차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린 그쪽으로 다가간다.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기사님들의 시야에도 우리가 들어왔는지 그들도 우리 곁으로 다가오신다. 그리고는 호객행위를 시작한다.


아... 굳이 우리한테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에게는 도이수텝 사원을 가기 위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택시가 있긴 하지만 다시 돌아올 때를 생각하면 썽태우가 가장 합리적이다. 도이수텝 사원까지 비용은 1인당 왕복 300바트다. 가격은 정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우린 기사님과 가격흥정을 하지 않고 그냥 타기로 한다.

기사님은 우리에게 주차되어 있는 썽태우 옆 인도 위에 펼쳐진 빨간색 간이 의자에 앉아 일행을 기다리라고 한다.

함께 타고 갈 여자가 3명이 있는데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갔단다.  보아하니 어느 정도 인원이 모여야지 출발하는 시스템인 듯하다.


간이의자에는 이미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있는 동양인 남성 한 명이 앉아 있다.

그는 무선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 나는 상대방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으면 말을 걸기가 조심스러워다.

왠지 '제게 말을 걸지 마세요'라는 무언의 신호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건 내가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도 그럴 거라는 나의 편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H는 과감하게 먼저 그에게 한국어로 말을 건다.

H는 자신의 생각에 그는 무조건 한국인일 것이라고 한다. 왜냐고 물으니 그가 신은 운동화 때문이란다.

나는 그의 운동화를 힐끗 본다. 그가 신은 나이키 운동화는 글로벌 브랜드인데 그것 때문에 한국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아닌가라고 물으니 H는 그가 착용한 디자인이 한국남자가 많이 신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 나는 남자가 뭘 많이 신는지 관심이 없으니 모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말을 건 H가 무안하게 그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나는 아마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어 듣지 못했을 거라고 H가 무안해할 까봐 내가 대신 변명을 했다.

그렇게 국적을 알 수 없는 동양인 남자와 나, H 이렇게 셋은 나란히 인도에 펼쳐진 빨간색 간이 의자에 앉아 세븐일레븐에 갔다는 얼굴을 알 수 없는 일행들을 기다린다.


잠시 후 멀리서 3명의 동양인 여성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같은 동양인이지만 그녀들의 패션과 언어가 중국인임을 알게 한다. 그리고 나의 추측상 그녀들의 나이대는 20대다. 국적을 떠나 20대 특유의 발랄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렇게 6명이 모두 모이니 기사님은 출발한다고 우리에게 차에 타라고 하신다.

처음으로 썽태우에 탔다. 매번 타보고는 싶었는데 어떻게 타는지도 모르겠고, 굳이 탈 일도 없었기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썽태우는 승용차와 트럭의 결합 같다. 사이즈는 승용차이나 형태는 트럭이다. 짐을 싣는 짐칸 뒤에 2줄로 마주 보며 앉을 수 있도록 의자가 있고, 타고 내릴 수 있는 곳에는 딱히 문이라는 게 없었다.


나와 H 그리고 중국인 여자 한 명이 나란히 앉고, 맞은편에는 동양인 남자와 중국여자 2명이 앉았다.

중국인여자 3명은 달리는 썽태우 위에서 인증샷을 찍느라 바쁘다. 서로 포즈를 바꿔가며 썽태우의 생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여념이 없어 보인다. H는 그런 그녀들을 보며 위험해 보인다고 걱정이다. 사실 살짝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나도 찍고 싶긴 했다. 하지만 괜히 부끄러워져서 얌전히 앉아 있는다.

나의 시선이 그녀들에게 가 있는 사이 H는 다시 동양남자에게 대화를 시도해 본다.

두 번째 시도만에 동양남자는 자신의 귀에 꽂은 이어폰을 뺀다. 그는 H의 추측대로 한국인이며, 지난주 금요일밤 비행기로 이곳을 왔다고 한다. 나와 같다. 어쩜 같은 비행기를 다고 왔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휴가가 길어서 아직 일주일의 여행기간이 더 남아 있는데 다른 도시는 말고 오로지 치앙마이에만 머루를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동생과 그 남자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정적이 흐른다.


치앙마이의 올드시티만 있다가 처음으로 나간 근교다. 썽태우가 산의 능선을 타고 올라간다.

나의 등 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느덧 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사라지고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진다.  썽태우는 20분 넘게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썽태우에서 내린 기사님은 함께 탄 우리 6명을 옹기종기 모이게 하더니 몇 시에 이곳에서 만날지 시간을 정하라고 하신다.

본인은 몇 시에 만나든 상관이 없다며 우리들이 서로 의견을 조율하게 한다.

지금은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이다. 야경을 봐야 하기 때문에 7시 40분까지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

그렇게 약속시간을 정한 우리들은 서로 찢어져 발길을 움직인다. 하지만 예전에 이곳에 한번 와봤던 H는 어차피 뷰포인트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조금 있으면 모두 만나고 결국 거의 비슷한 시간에 함께 내려오게 될 거라 한다.


약속 시간을 정한 후 나는 뭔가 시원한 것이 마시고 싶어 주변 노점상에서 수박주스를 H는 생수를 산다.

그런데 수박주스를 만드는 제조과정을 분명 보았는데 아무런 첨가물을 넣지 않았음에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달다.  너무 달아 오히려 마시는 게 힘들 정도다.

태양이 내려쬐는 더위 속이었다면 지나치게 달콤한 시원함이 좋았겠지만, 이미 태양이 기울어가고 있는 산 위에서는 오히려 서늘함 때문에 춥게 느껴진다.

나는 H에게도 마셔 보라고 한다. 하지만 그도 몇 모금 마시더니 너무 달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렇게 한참 남은 수박주스가 들어 있는 비닐봉지를 손목에 걸고 사원으로 올라간다.


우린 무작정 사람들이 많이 가는 방향으로 따라 걷는다.

일단 모르거나 헷갈릴 때는 그냥 사람들이 가는 데로 따라가면 된다. 역시 도이수텝 사원으로 가는 방향이 맞다. 올라가는 계단에는 강아지라고 하기에는 꽤나 큰 개들이 널브러져 있다. 살짝 무서웠지만 일행이 있으니 두려움이 덜하다. 그런데 사원으로 가는 길에 계단이 너무 많다. 309개란다.

하... 걷자.

그래도 해는 사라지고 더위도 누그러졌으니 걸을만하다.


걷고 또 걸어 100바트의 입장료를 지불하고 사원 안으로 들어간다. 사원은 이미 사진으로 봤기 때문에 크게 감흥이 없다.

이래서 여행에도 스포가 있다고 한 건가?

스포를 통해 감흥은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치앙마이의 핫스팟에 왔다는데 의의를 가진다.

스포도 스포지만 원래 건축물이나 박물관 이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냥 자연을 좋아한다. 특히나 대자연.


사원 내의 일부분은 복장 제한이 있다. 나는 민소매를 입고 있었다. 복장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는데 당황스럽다. 하지만 H는 아마 주변에 복장 때문에 제한을 받는 사람을 위한 숄 같은 게 있을 거라고 걱정하지 말란다. 그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니 나 말보고도 민소매를 입은 여자들이 보인다. 그제야 나는 걱정을 거둔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들어가는 입구 앞에 바구니가 있고 그곳에 천들이 쌓여있다. 근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남아 있는 천들은 반바지를 입을 사람들을 위한 용도로 남은 천인 것 같다.  도무지 상체를 가리는 용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내가 당황해하니 주변에 있는 백인여자분이 고맙게도 같이 찾아봐준다. 하지만 없는 것을 그녀가 뒤진다고 나오겠는가. 어쩔 수 없이 나는 하의를 가리는 용도로 추정되는 것을 집어 들어 어깨를 가린다. 거울이 없어 나의 모습이 어떤지 알 수 없었는데 사진을 통해 보니 의외로 어울려 보인다. 누가 스커트를 숄로 사용했다고 생각할까 싶다.




몇 장의 인증샷을 남기고  H는 야경을 볼 수 있는 스팟으로 나를 인도한다.

그의 예견대로 그곳엔 아까 우리와 함께 올라온 일행들이 모두 있다.  치앙마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치앙마이의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해서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조금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서울보다는 미세먼지가 없다. 그리고 해가 사라지니 시원하기까지 하다. 완벽하다. 아직은 밝지만 점점 어두워짐이 느껴진다.  H는 우리와 함께 썽태우를 탄 중국인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 단체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말을 건다.

H가 이렇게 사교적인지는 몰랐다. 아까 함께 올라온 동양남자에게도 그렇고 스스럼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나는  H에 대해 잘 모른다. 우리는 작년 11월 아이슬란드 여행을 위한 동행으로 처음 만났다. 그리고 열흘이 넘는 기간 동안 24시간 동거동락하며 일정을 보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링로드라는 여행특성상 함께하는 동행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H의 저런 면을 몰랐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여행 중에 그가 애교가 많다는 것은 알았다. 살면서 내가 본 남자 중에 애교가 가장 많다. 그리고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애매함이 없다. 그래서 편하다. 첫인상과는 너무 다른 그다.


해가 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명이 들어오는 치앙마이 시내를 바라본다. 반짝이는 야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H와 나는 말없이 야경을 바라본다. 좋다. 이 순간이 좋다. 혼자 하는 여행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이 좋다. 비록 이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혼자이지 않아서 행복하다.


사실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

H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괜히 부담스러울 것 같아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타인이 나의 생일을 아는 것이 부담스러워 카톡에서 나의 생일을 알려주는 기능을 없앴다.

어설프게 친한 사람들에게 부담 주기가 싫다. 어쩌면 내가 그다지 친하지는 않은 사람들이 나의 카톡 프로필에 생일이 뜨면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라도 먼저 나의 생일 때문에 조금이라도 고민하는 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의 생일알람을 꺼버렸다.

어쨌든 H와의 인연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생일날 옆에 있어줘서 그래서 생일이 외롭지 않아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다.



한참을 야경을 보고 있으니 어느덧 다시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이 다 되어 간다.

우리는 늦지 않기 위해 자리를 뜬다. 역시 내려가는 길은 금방이다.

우리가 타고 올라왔던 31번 썽태우 앞에 다가가니 기사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님 옆 앞 좌석에 타란다.

엥? 무슨 소리지?

그러고 보니 우리가 타고 왔던 썽태우 좌석에는 함께 왔던 일행 외에 못 보던 서양인들까지 가득 차 있다.

즉 우리가 탈 수 있는 좌석이 없는 것이다. 불편하긴 해도 뒷좌석이 재미있어 좋았는데 살짝 아쉽다.

어쩔 수 없이 나와 H는 운전석 옆 좌석에 올라탄다.

근데 이런... 그런데 의자가 하나다.

기사님 대체 어찌 여기에 두 명을 타라고 하시는 건가요?

기사님은 날 보고 쩍벌을 하여 사이드브레이크를 내 다리 사이에 끼우고 운전을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게 무슨 황당한 경우인지...

운전도 위험할뿐더러 야시시한 시츄에이션이기 때문에 H가 문 옆에 딱 붙어 앉아 나에게 최대한 앉을자리를 마련해 준다. 참고로 H는 왜소함과 거리가 멀다. 우린 비좁은 앞 좌석에 끼어 앉아 내려간다. 역시 내려가는 것은 한순간. 조금만 참으니 치앙마이 대학교 앞에 도착한다.


우리는 H가 검색했던 햄버거와 스테이크가 파는 가게를 찾아간다.

치앙마이 대학교 길 건너편은 앞은 마치 우리나라의 홍대 같은 느낌이다. 쇼핑과 음식점으로 매우 번화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가는 가게에는 음료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블로그 후기를 보았기 때문에 세븐일레븐을 먼저 들려야 했다. 술을 좋아하는 H는 당연히 맥주를 찾았으나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단다. 대학교 앞은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글을 어디서 보긴 했는데 진짜였다.

이건 마치 우리나라 홍대 앞 모든 가게에 주류가 판매금지인 것과 같은 것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법.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린 탄산음료만 2개를 산다. 그리고는 우린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먹으러 간다.


어! 근데 그곳에 썽태우를 함께 탄 한국인 남자분이 계셨다. 그분도 방금 도착한 듯하다. 역시 한국인이 가는 곳은 거기서 거기인듯하다.

주변에 테이블이 널널했지만 H는 그에게 합석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본다. 그는 좋다고 한다.


대화를 통해 알았다. H와 그 남자분은 같은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먼저 도착한 남자분이 햄버거와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그리고 우리도 스테이크와 햄버거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솔드아웃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메뉴가 솔드아웃된 상태라 현재 주문가능한 메뉴는 오리스테이크와 피시 앤 칩스뿐이란다.

이런...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난 이곳의 후기를 찾아보진 않았지만 중식집에서 돈까스를 주문한 기분이다. 우리가 조그만 빨랐어도 햄버거와 스파게티는 주문할 수 있었는데 아쉽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우리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런데 도무지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에라이 모르겠다~

H와 그 남자분이 대화를 이어나가는 동안 나는 머릿속으로 계속해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한다. 집에 가고 싶다가도 치앙마이에 더 있고 싶고...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한참을 기다린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메뉴 하나하나 플레이팅에 신경 쓴 게 느껴진다.

이러니 음식이 늦게 나오지..

부디 플레이팅만큼 맛도 좋았으면 했지만 내가 입맛이 없는 건지 맛이 없는 건지 내 입맛에는 타인에게 추천할 곳은 아니었다.  여기가 왜 유명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먹는다. 평소 음식을 잘 먹는 H도 이 얼마 되지 않는 양의 식사를 남긴 것을 보면 그도 별로이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그리고 우리 셋은 도무지 좁혀지지 않는 어색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마무리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여행지에서는 조금만 마음이 맞으면 금방 친해질 수 있는데 그와는 도무지 가까워지지 않는다. 괜히 혼자 식사라고 싶었는데 우리가 방해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그와는 잠깐의 인연으로 끝이 나고 H와 나는 마야몰 쪽으로 서둘러 걷는다. H가 화장실에 가고 싶단다. 야시장에 화장실이 있긴 했는데 유료라고 해서  참고 있었단다.


마야몰로 가는 거리에는 쇼핑몰이 줄지어 늘어서있다.

그중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던 곳은 태국대학생들의 교복을 파는 상점들이었다.

태국은 대학생들이 교복을 입는다. 전 직장동료이자 친한 동생이 방콕에서 대학을 다녀 교복을 입는다는 것을 말해준 적이 있다. 하의는 검은색 스커트, 상의는 하얀색 셔츠 그런데 셔츠는 굳이 특정 디자인이나 브랜드(혹은 업체)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흰색이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흰색 셔츠에 박혀 있는 로고가 유일하게 멋과 부를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동생은 라코스테나 폴로를 즐겨 입었다고 했다.

그래서 예전에 회사에 출근할 때 이 셔츠가 대학교 교복이었다고 나에게 말한 것이 생각났다.


쇼핑상가를 지나 마야몰에 있는 해우소에 도착했다. 우린 각자의 공간으로 들어간 후 왓슨스 매장에서 다시 만났다. 먼저 나온 H가 반바지를 입고 다녀 모기에게 계속 물리고 있어 모기약을 찾고 있다. 모기에 물리고 난 후에 바르는 약인지, 전에 바르는 약인지 구분이 어려워 일하는 직원의 도움을 받는다.

그런데 직원분이 분명 남자인데 H에게 매우 호감을 보인다. 나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순간 H가 당황스러워한다. 그 모습이 나는 재미있다. 역시 태국은 성에 자유분방한 느낌이 강하다.

남자 같은 여자 그랩기사님, 여자 같은 남자 왓슨스직원. 그 외에도 많이 보았다.

태국이 왜 이렇게 성에 자유? 개방적인지 역사가 궁금했다.

그날 숙소에 돌아와 유튜브에 “태국은 왜”라고 까지만 검색하니 나의 질문에 답을 주는 영상이 나온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여러 이유가 있지만, 뭐라고 하나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원래 하나의 현상이 나타나기까지는 여러 수십 가지의 원인들이 얽히고 섰여 있다. 내가 찾은 나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정확한 정보인지 알 수없기에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여하튼 H에게 호감을 보인 직원의 설명을 듣고 모기약을 구입한 후 우린 숙소로 바로 들어가기 아쉬워 맥주 한잔 마시러 가기로 한다.

어디로 갈까?

H는 이번엔 나보고 어디로 갈지 결정하란다. 어렵다. 결정장애인 나에게..

하지만 고민도 잠시다. 원래 어딘가를 찾아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냥 구글지도를 보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엇! 마야몰 바로 앞이네.

야외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는 펍이다. 서늘한 여름밤이다. 우린 각자 맥주를 한 병씩 주문한다. 그런데 가격이 한 병에 8,000원이다. 한국에서도 이 가격이면 비싼데 이곳은 태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지금 손님으로 꽉 차있다. 다들 관광객인가? 이번 여행에서 즐겨 먹은 음식도 한 끼 50바트 한화 2,000원 정도인데 이곳은 현지인이 즐기기엔 매우 비싼 가격이다.

우리는 안주는 주문하지 않는다. 조금 전 식사를 마쳐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음악소리가 지나치게 크다. H와의 대화가 어려울 정도로 크다.

우린 멍하니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나는 생각한다.

H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가 편한 듯 하지만 항상 일정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한 걸음 다가가고 싶은데 뭔가 벽이 있는 느낌이다.

내가 불편한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보니 뭔가 이야기를 하다가도 조심스러워진다.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 왠지 나에게 거리감을 주는 느낌이다.


그나저나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결정의 시간이다.

내일 떠날 것인가? 아님 연장할 것인가?

나를 기다리는 이가 없기에 더 머무를 수 있다. H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H가 며칠만 더 머무르면 좋겠다고 한다면 연장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H는 나의 선택에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우린 각자 따로 왔기 때문이다. 그린고 만약 내가 이곳에 더 머무른다면 H와의 동행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순간 H가 혼자 있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혼자 있고 싶지 않다. 나는 외로움을 즐기지만 남은 시간 이곳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말벗이 되는 H와의 시간이 즐거웠기 때문에 혼자가 되면 여행이 허전할 것 같았다.

그리고 괜히 H에게 나를 신경 쓰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과 그가 어쩌면 온전히 혼자 있고 싶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H에게 내일 예정대로 한국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H는 나의 결정이 의외라며 내가 연장할 줄 알았단다. 하지만 H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그의 표정을 보니 나의 선택이 잘한 것 같다.

한편으론 동성 친구사이라도 이렇게 먼저 가면 아쉬워할 텐데 아무런 아쉬움이 묻어나지 않는 그를 보니 괜히 서운해진다. 그렇게 우린 각자 맥주 한 병을 비우고 숙소로 돌아가는 그랩을 잡는다.

돌아가는 그랩 안에서 내일 일정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다.


나는 내일밤 10시 30분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지금의 숙소에서는 오전 11시 체크아웃이다.

처음 이곳 숙소로 오기 전 H는 나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숙소 체크아웃 후 본인 숙소에 짐을 두고 쉬다가 비행기를 타면 되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저렴한 숙소를 잡아서 낮에 놀다가 잠시 쉬고 비행기를 타는 게 어떻겠냐고 말한다.

나는 아쉬운 마음은 내려놓고 H의 의견이 맞는 것 같다고 답한다.

성별이 다른 동행과의 여행은 이래서 불편한 건가? 아님 내가 불편한가? 만약 H가 나의 입장이 되었으면 난 당연히 내 숙소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줬을 텐데.

자꾸 서운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는다.

택시 안에서 나는 계속 숙소를 검색해 본다. 최대 3만원 초반대의 숙소를 생각한다. 1박을 하지 않기 때문에 호스텔도 좋은데 이번 여행에서 뒤늦게 머무르고 싶은 호텔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곳으로 예약한다. 별 3개짜리 호텔이다. 그곳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

에라이 모르겠다~

얼리체크인이 안되면 그냥 숙소에 캐리어를 맡기고 놀다 들어가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결정했다.


10분 정도 택시는 달린 후 우리의 숙소가 있는 콘도 앞에 도착한다.

술이 아쉬웠던 H는 세븐일레븐에서 술을 한 병 산다. 그리고는 거리에서 팔고 있는 로띠를 산다.

내 것도 사준단다. 처음 먹어 보는 로띠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그렇게 우린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각자의 숙소로 들어간다.

H는 7층 나는 15층. 그 층수만큼 거리가 있다.

H와는 친한 듯 친하지 않은 뭔가 좁혀지지 않는 거리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그 거리감이 좁혀질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와 같이 한 잔 할 수도 있는데 H는 내게 권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에게 권하지 않았다. 각자의 숙소에 돌아가 우리는 혼술을 했다. 여행하는 멤버가 1명만 더 있어도 편하게 숙소에게 같이 한잔 하며 밤새 수다를 떨 수 있었을 텐데 아무리 동생이라도 성별이 다르니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다.


아쉽다. 전부.

내일이면 떠난다. 떠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는 이번 여행에 아쉬움이 없었다.

그런데 떠나는 것으로 결정하니 아쉬움이 밀려온다.

여행은 항상 아쉬움을 남기는 것 같다.

더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음과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는 생각.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즐거운 여행이었다.

첫날 블루누들에서 만난 4살 어린 동생과의 동행. 그리도 H와의 동행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는 것을.

즐거웠다.

작년 몽골, 스페인, 아이슬란드 모두 좋았지만 지금 이 순간 치앙마이가 가장 즐거웠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내일을 기다리며 서둘러 눈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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