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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육아 Feb 03. 2023

아기 없이 조리원에 들어간다는 것

02 조리원 특별관리 대상이 되다

  오늘은 병원 위층에 있는 조리원으로 옮겨가는 날이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내려가지 않고 우리 집에서 '대기'하고 계시겠다는 친정엄마를 겨우겨우 설득해 친정으로 내려보내드린 뒤였다. 친정엄마께는 참으로 죄송한 말씀이지만, 드디어 숨통이 트였다. 이제 모모에 대한 이야기도, 내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마음껏 소리 내어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며칠 입원해 있었을 뿐인데 짐이 한가득이다. 모모아빠와 나는 짐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소위 '천국'이라 불리는 조리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런데 하나도 설레지 않았다. 모든 산모에게 '천국'일 산후조리원이 '나에게만' 천국이 되지 못할 것임을 알고 들어가는 중이라 사실 기분이 엉망이었다.


  조리원 입구에서 소독을 마치고 들어서자 마중 나온 직원 분이 차트를 들고 “산모 분 성함이…?” 하고 물었다. 내 이름을 대자 순간 깜짝 놀란 듯 휴대폰을 꺼내 들고 어디론가 다급하게 “ㅇㅇㅇ 산모님 오셨어요!” 하고 연락을 했다. 곧 조리원 실장이라고 하는 분이 '뛰어'나오셨다.

 

  “아이고, 산모님 오셨어요. 짐은 이게 다예요?”

  “아직… 다 못 가지고 올라왔어요.”

  “카트! 카트 가져오세요! 남은 짐은 저희가 옮겨 드릴게요.”


  실장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직원 몇 분이 아래층으로 수레를 밀고 달려갔다. 왜 이렇게 다들 허둥지둥하시나 어리둥절해 있는데 실장님이 내 손을 잡으시더니 얘기했다.


  “산모님, 얘기 들었어요. 괜찮아요. 그동안 아기 못 데리고 들어오신 산모님들 여럿 계셨거든요. 근데 그 아기들 다 건강하게 퇴원했어요. 한 명도 잘못된 아기 없어요. 산모님도 꼭 아기 데리고 와서 같이 퇴소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 말에 그동안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5박 6일간 꾹꾹 참아왔던 눈물이었다.

  





  입원 기간 내내 병원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모르다가, 가서 ‘출산축하선물’을 받아오라는 말에 퇴원 직전에 서야 내키지 않는 발걸음으로 처음으로 가봤던 신생아실. 나는 병원 깊숙이 위치한 그곳을 물어 물어 겨우 찾아갔는데 다른 산모들은 너무나도 익숙하게 아기를 보러 그곳을 오가는 모습에 굉장한 소외감을 느꼈다.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행복해 보였다. 모두가 컬러인 그곳에서 간호사 호출방법도 몰라 신생아실 입구에서 마냥 기다리고 있던 나만 흑백이었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신생아실에서 잠시 나온 간호사선생님이 나를 발견하고 다가와주셨다. 나에게 아기 상태를 묻고 너무 걱정 말라시며 ‘출산을 축하한다’며 육아용품이 가득 든 무거운 기저귀 가방을 주셨다. 그 무거운 기저귀 가방을 들고 병실로 돌아오는 내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고 그동안 있는지도 몰랐던 ‘신생아실’의 존재와, 거기서 신생아를 데려와 같이 입소하게 되는 조리원의 존재가 갑자기 너무 불편하게 느껴졌다. 다른 산모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 나에게는 아니라는 것을 체감한 순간, 조리원에 가기 싫어졌다. 다른 산모들이 아기를 안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조리원에 있는 2주 안에 과연 모모를 데려올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조리원 생활이 천국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집으로 갈 수도 없었다. 출산휴가가 끝난 남편은 출근을 해야 했고, 친정엄마는 등을 떠밀어 내려보낸 참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수술로 산도에 걸린 모모를 꺼내는 과정에서 양쪽으로 추가로 절개가 필요했으며 출혈 또한 상당했다고 한다. 모모아빠는 그날 호출을 받고 들어온 수술실에서 봤던 참담한 광경을 잊고 싶다며 나에게 한 번도 자세히 말해준 적이 없다. 그저 나의 질문에 두 눈을 질끈 감는 모모아빠의 표정과 나의 출산을 책임져준 의사 선생님의 설명, 그리고 나와 같은 날 제왕절개를 한 산모들이 나와는 달리 퇴원 무렵에는 잘 걸을 수 있게 된 모습에서 그날의 심각성을 어렴풋이 느낄 뿐이었다. 돌봐 줄 사람도 없는 집에 이 상태로 가는 것 또한 무리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모를 데리고 집에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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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출산을 꿈꾸었으나 결코 완벽하지 못했던  출산기를 담은 “망가진 인형” 책에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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