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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육아 Feb 01. 2023

자꾸 마주하게 되는 내면의 어린 나

01 친정 엄마와의 입원 생활

  모모를 출산하고 다섯 번의 밤이 지나고 여섯 번째 아침을 맞았다.


  모모의 외할머니가 된 우리 엄마는 출산 당일 정신없이 달려온 그때부터 지금껏 작은 간이침대에서 내 옆을 지키고 있다. 5박 6일의 입원기간 동안 엄마가 옆에 있어서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었다.

  

  일단 좋은 점은 병실 내에서의 나의 움직임을 최소화시켜 주신 것, 그리고 병원 두 곳을 왔다 갔다 하며 두 사람을 케어해야 하는 모모아빠의 짐을 덜 수 있었던 점이다. (사실 집에 고양이들도 있어서 세 곳을 케어해야 했다)


  안 좋은 점은 엄마가 너무 걱정하실까 봐 힘들고 슬픈 우리의 몸과 마음도, 모모의 상태에 대한 얘기도 어느 정도는 숨겨야 했는데, 좁은 입원실 안에서 24시간 붙어있는 상황에 그게 참 쉽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모모아빠와 둘이 모모 면회를 다녀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심란한 마음은 일단 접어두고, 어느 정도까지 엄마에게 얘기할 것인지를 항상 먼저 정했다. 그렇게 입단속을 신신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 앞에서 자기도 모르게 불쑥불쑥 그 이상의 말을 꺼내는 모모아빠에게 그만하라는 눈치를 주는 것도 쉽지 않았고, 모모의 상태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앞으로 남은 여러 고비와 검사 결과들이 걱정되고 불안한 내 마음을 감춰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무엇보다 손주 얼굴도 한번 못 보여드리고 딸 간호만 시켜드리고 있는 나 자신이 참 못난 자식 같았다. 그래서 입원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마음 편히 누워서 엄마 이거 해줘 저거 해줘 하는 응석을 부리지도 못했다. 그냥 으레 해야 하는 일들-공용 소독기에서 유축기 부품과 젖병을 가져오는 일, 마친 식사를 병실 밖에 내어두는 일 등-을 엄마가 알아서 처리해 주셨을 뿐이었다. 나는 매일, 매 시간 가시방석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모모의 상태를 완전히 오픈하지 못하는 지금의 내 처지가 그 옛날, 형편없는 점수의 구겨진 시험지를 책가방 속에 숨겨둔 채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던 어린 시절의 내 처지와 다를 바가 없다고 느꼈다.






  새벽 6시, 아침형 인간과는 전혀 무관한 내가 모모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다 그 시각에 눈을 떴다. 옆을 보니 엄마는 아직 주무시고 계신다. 휴대폰을 들고 살그머니 입원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전화를 걸었다.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신호가 가자마자 상냥하고 밝은 목소리의 간호사 선생님이 전화를 받는다.


 “네, 신생아집중치료실입니다.”

 “안녕하세요, ㅇㅇㅇ아기 보호자인데요, 아기 상태가 궁금해서 연락드렸어요.”

 “네, 어제저녁 8시에 모유 5ml씩 투여했고요, 아직 토하거나 한 것은 없는 걸로 봐서 잘 소화시킨 것 같아요. 10ml로 늘릴 건데 언제 늘릴 건지는 이따 교수님 회진하실 때 정하려고 해요.”

 




  모모가 드디어 엄마 모유를 먹었단다! 비록 아직 입으로는 먹을 수는 없고 말 그대로 ‘투여’한 거지만 어찌 되었든 ‘먹었고’, ‘흡수’를 한 것이다.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왠지 우리 모모가 생각보다 빨리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을 것 같다!



 


브런치북 “망가진 인형”에 계속 이어지는 글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조리원에서의 생활과 신생아집중치료실 면회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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