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문? 브랜드 입문!
늘 그렇듯 삶은 필요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사람은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킬 무언가를 발견하거나 발명하며 삶을 이어왔다. 동물의 힘을 빌거나 도구의 편의를 취하는 것은 삶을 더욱 편안하게 만드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기원전 10,000년에서 9,000 경 인류는 동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문명이 싹을 틔운 서남아시아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는 다양한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생관계도 싹을 틔웠다. 수렵 채집 생활로 이리저리 거처를 옮길 때 동물도 함께였다. 힘을 빌리거나 양식원으로 활용하는 등 그들에게 동물을 사육하는 것은 척박한 자연에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소중한 자산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살이 많은 엉덩이 부위에 불로 달군 쇠인장으로 화인(火印)을 함으로써 동물을 자신의 소유라 표시했다. 고대 노르드어의 ‘태운다’ 혹은 ‘낙인’이라는 뜻의 단어 ‘brandr’가 브랜드의 어원이라는 것은 브랜드 탄생설 중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설이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소의 엉덩이에 ‘왕립 농업 관리’라는 의미의 상형문자를 찍었다. 4천 년 전 이집트에서도 화인으로 소가 왕의 소유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대의 브랜드는 ‘소유’의 개념으로 시작됐다.
로마 시대에는 독특한 유물이 남아있다. 나폴리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폼페이 화산 폭발 유적지 유물 중에는 인장이 찍힌 모습 그대로 화석화된 빵이 있다. 같은 모양으로 생긴 빵이지만 자신이 만든 빵임을 표시한 것이다. ‘소유’로 시작한 브랜드는 ‘구별’이라는 개념으로 변화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다른 빵보다 맛있게 구우려고 하루하루 노력했을 것이고 빵을 사는 사람은 그런 빵장사 중 가장 맛있게 굽는 사람의 빵을 선택했을 것이다. 사는 사람에게는 좋은 물건이라는 약속이었고 파는 사람에겐 맛과 품질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이었을 것이다.
이왕이면 좋은 것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좋은 물건의 인장을 기억하고 찾았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만들고 자신의 인장을 찍는 사람은 더 좋은 물건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물건이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브랜드는 물건을 재탄생시켰다.
경쟁자가 많아지면서 더 좋은 품질의 물건을 생산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동원했다. 다른 것보다 좋게, 특별하게 제품을 만드는 것이 내 브랜드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이라 여겼다. 새로운 기능과 가치가 차곡차곡 쌓인 물건은 구매하는 이의 필요와 요구에 맞도록 만드는 사람의 지혜가 쌓이며 그 브랜드만의 DNA가 된다. ‘차별’의 개념이 시작된 거다.
인류가 생존을 위한 삶의 지혜를 전달한 것처럼 브랜드에 담긴 지혜도 같은 역할을 했다.
병이 걸린 어떤 사람이(문제) 마셨던 물이 그를 치료했다(문제의 해결 : 에비앙)든가, 아무도 구하지 못하는(희소성) 러시아 황실 조향사가 만든 향수를 구해서 귀한 당신에게만 판매한다(귀한 선물 : 샤넬 No.5)던가 하는 그런 이야기 들이 브랜드의 이야기 들이다. 브랜드는 이야기를 타고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이야기는 브랜드를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만든다.
삶 속에서, 이야기 속에서 브랜드와 함께 희로애락을 경험한 사람들은 브랜드에 하나의 상을 갖는다. 마치 브랜드에 영혼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성격과 성향을 느끼듯이 브랜드에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한잔과 애플 노트북을 펴놓고 앉아있으면 디지털 시대의 크리에이티브 노마드라고 느끼고 현대카드를 사용하면 외상으로 돈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기 위한 가치를 지급하는 문화 향유자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그 브랜드의 물건이나 서비스의 사용이 곧 자신을 표현한다고 느낀다. 브랜드 이름만으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들이 소통되고, 아주 빠르고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되어 완벽하게 이해되는 제3의 언어가 된다.
브랜드가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되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 언어로 시간을 절약한다. 브랜드와 대화하고 소통하며 브랜드를 사랑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항상 이긴다. 언제나 더 좋아하는 쪽이 약자이기 때문이다.
새로 만들어지는 브랜드들은 브랜드 언어가 가지는 강력한 힘을 알기에 슬로건이나 캐치프레이즈로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알리고 사람들에게 빠르게 기억시키려 한다. 하지만, 그 브랜드의 슬로건, 캐치프레이즈가 아무리 좋다 한들 정말로 그런 가치를 갖는 것과 그런 척하는 것을 사람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그래서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이
브랜드를 잘 만들고 키워가는 지름길이다.
살펴보면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는 마치 스토커처럼 내 생각과 삶을 옆에서 지켜보고 상품을 만들어 낸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순간 나는 비로소 내 마음에 브랜드를 간직하기 시작한다. 스쳐 지나가듯 사라지지 않고 마음의 피부에 불인장을 찍는다.
비교 | Branding vs Marketing
“마케팅과 브랜드가 무엇이 다른가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두 개를 대등관계로 비교하면 단어가 바뀌어야 한다. 마케팅(marketing)과 브랜딩(branding)이든 마켓(market)과 브랜드(brand)이든 이어야 하지 않을까? 대등비교를 해보니 차이점이 보인다. 마켓은 시장이고 브랜드는 이름이다. 마케팅은 시장에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고 브랜딩은 이름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는 비교가 생긴다. 쉽게 말하면 마케팅은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말하고 브랜딩은 ‘이름을 판매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확실히 비교가 되는 문장이다. 물건만 파는 사람과 자기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사람과의 차이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물건 판매가 중심인 것은 재화를 지향하고 이름 판매가 중심인 것은 가치를 지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브랜드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사람들의 기억에 간직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Marty Neumeier의 ‘ZAG’라는 책을 보면 마케팅과 브랜드에 대한 그림이 나온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브랜드는 진심이 있어야 하고 진심이 알려질 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