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오 Jan 01. 2024

브랜드텔링 | Brandtelling

브랜드가 말하는 방법

지금부터 쓰려는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인류사와 지독히 개인적 관점의 브랜드 이야기이다.

거대하고 아름다운 모습 뒤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자연 속에서 인류는 생존의 방법을 터득하며 살아왔다. 인류에게 자연은 미지투성이었고 미지 안의 위험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자신의 몸집보다 커다란 동물과 싸워서 이기고 먹어도 죽지 않는 먹거리를 찾아 생존했을 것이다.


야생 동식물 중에서 인간이 먹을 수 있고 사냥 또는 채집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종은 소수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의 종은 음식으로서 쓸모가 없다. 다음과 같은 이유 중에서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소화가 안되거나(나무껍질), 독이 있거나(모나크나비와 광대버섯), 영양가가 낮거나(해파리), 까서 먹기가 따분하거나(아주 작은 견과류), 채집하기 어렵거나(대부분의 유충), 사냥하기엔 위험한 경우(코뿔소) 등이다.

총,균,쇠 Guns, Germs, and Steel | 제레드 다이아몬드


함께 싸우기 위해 신속하게 소통할 수 있는 말이 필요했고 해가 되거나 득이 되는 음식에 대한 경험을 후대에 전할 기록을 위한 글이 필요했다. 그래서 인류에겐 말과 글이 전해져 온다. 생존을 위해서다.
생존을 위한 정보는 파충류의 뇌 속으로 차곡차곡 쌓여 간다. 그리고 DNA 안에 모든 생존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후대에 전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글을 보면 읽는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은 살기 위한 본능인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뇌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끊임없이 말과 글이 흘러 다닌다.
매체는 홈페이지, 미니홈피, 블로그, 카페, UCC, SNS로 변해가고 말하는 방식과 내용은 일방적인 정보전달에서 다자간 대화 형태로, 전문적으로 가공된 콘텐츠에서 삶의 현실이 반영된 일상다반사의 콘텐츠로 변했다.

말을 전하는 매체와 방법만 달라질 뿐
그 안에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있다.


브랜드도 정체성 확립을 위해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들려주어 공감을 통해 인정받아야 한다. 정체성이 확립된 브랜드 만이 사람들 곁에서 함께 호흡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드도 브랜드만의 말이 필요하다. 이른바 브랜드가 말을 하는 ‘브랜드텔링(brandtelling)’이다. 
'브랜트텔링'은 시각적인 방법일 수도 비시각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언어적일 수도 비언어적일 수도 있다. 그 방법이 어떻든 '브랜드텔링'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어 인정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브랜드가 효과적인 방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훌륭한 브랜드는 '브랜드텔링'을 통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그들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영국의 '헤어드레싱' 브랜드 토니앤가이 TONI&GUY 는 로고에 사용된 글꼴의 패밀리 서체를 사용하여 때론 강하게 때론 섬세하게 이야기한다. 글꼴을 Fontface라 부르는 이유는 그 모양이 사람의 얼굴을 표현하듯 브랜드의 외모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이야기할 때 글꼴은 효과적 수단이다. 우리가 말을 할 때 평음으로 말하다 강조를 위해 큰소리를 내기도 하면서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듯이 글꼴도 두꺼운 서체와 얇은 서체 등을 조화시켜 보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다. 눈을 통해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토니앤가이 로고 - Futura font family


디즈니랜드 Disneyland는 방문하는 손님을 Guest라 호칭하며 자신의 집에 초대한 귀한 손님이라 이야기한다. 디즈니랜드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 - 청소하는 사람까지도 -을 Cast라 호칭을 바꾸어 모든 활동-청소하기도 포함-을 공연이라 이야기한다. 호칭 두 개의 변화만으로 디즈니랜드는 초대받은 집이 되고 일하는 모든 사람이 배우가 된다.
 브랜드 조직에서 사용하는 용어 하나가 사람들을 변화시켜 문화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청소하는 직원이 거리에 디즈니 캐릭터를 그리는 모습


언어는 사람들의 삶, 문화 등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단어 하나라도 응축된 힘이 있다. 언어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상상 이상의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애플스토어 Apple Store는 판매가 우선이었던 기존의 컴퓨터 판매 스토어 개념에서 벗어나 체험할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스토어의 콘셉트로 공간을 디자인한다.

 Not to sell, but rather to help customers solve problems. |  판매가 아니라 오히려 고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는다.”
 애플스토어 공간은 사람들에게 참여를 통해 가까워지자 말하고 제품을 체험해 보라고 말한다. 애플 스토어의 직원들은 무슨 문제든 돕겠다며 친근하게 다가온다.
 애플 스토어의 공간은 말 그대로 판매가 아닌 체험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진화된 것이다.


언급된 세 브랜드는 각자의 자리에서 많은 사람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면 글꼴을 잘 써서, 직원들이 친절해서 혹은 아주 잘 된 인테리어 때문에 사랑받고 있을까?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공통된 분모가 보인다. 우리가 무엇(What)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보다는 왜(Why) 하는지에 대해 분명히 말한다. 그리고 그 ‘Why’는 고객이 쥐고 있다. 그들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내세우기보다는 고객이 바라는 바를 바라보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진심을 더해 실행하며 그들 마음 한편에 살포시 들어간다.


진정성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전해진다.
 2011년 애리조나주 세이프웨이 슈퍼마켓 앞에서는 개브리엘 기퍼즈(Gabrielle Dee Giffords) 하원의원이 유권자들과 만나고 있었다. 이때 무장한 괴한이 나타나 총을 난사했고 9살 소녀를 포함해 6명의 사망자를 낸 슬픈 일이 일어났다.
 사건 이후 추도사를 하던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은 9살 소녀 크리스티나(Christina-Taylor Green,2001년 9월 11일 생)를 언급하며 유가족들과 눈을 마주친 순간에 연설을 멈추었다. 51초의 침묵. 말이 사라지고 진심이 드러난 그 순간 대통령의 말을 듣던 모든 사람의 가슴엔 같은 울림이 있지 않았을까?


51초의 침묵

훌륭한 브랜드는 이야기를 잘한다. 고객을 바라보며 진심이 깃든 가치에 대해 아주 잘 설명한다. 훌륭한 말이나 글로 혹은 침묵으로…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마음을 주고 곁을 준다.


훌륭한 위인들에게 그러했듯이...


 

이전 04화 브랜드의 정체성 | Brand Identity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