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브랜드텔링
메시지는 낱말을 사용해서 정보를 주고받는 언어적 메시지(Verbal)와
행동으로 뜻을 주고받는 비언어적 메시지(Nonverbal)로 나뉠 수 있다.
위키백과 ‘메시지’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비싼 땅값을 가진 5번가에 정말 이상한 전자제품 판매점이 있다.
비용은 아끼고 수익을 늘려야 하는 판매점이 일하는 사람만 300명이 넘는다. 한쪽에 ‘지니어스바(GENIUS BAR)’라고 쓰인 장소에는 직원의 절반인 150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다. 게다가 직원들은 곳곳에서 고객들과 신변잡기부터 제품정보까지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지만 제품을 구매하란 말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도 그들은 모두 기분 좋아 보인다.
1년 365일 24시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해서 열려있는 이곳은 애플 스토어이다.
모든 것이 하나같이 일반적이지 않은 애플스토어의 의문을 풀기 위해선 키가 되는 메시지 하나를 알아야 한다. 2001년 5월 19일 버지니아 타이슨 코너 센터에 첫 번째 애플스토어가 오픈되었을 때 스티브 잡스는 인터뷰를 통해 말 한마디를 툭 하고 던진다.
Not to sell,
but rather to help customers solve problems.
판매가 아니라, 오히려 고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는다.
그리고, 새로운 애플의 오프라인 스토어는 하나둘씩 생겨나더니 이젠 전 세계에 퍼지고 있다.
단어는 사람, 삶, 이야기 등을 담고 태어났다. 그 단어들이 모여 만들어진 메시지는 전달하고자 의도하는 내용을 세심하게 담을 수 있기에 더욱 직접적인 묘사와 표현이 가능하다. 게다가 메시지는 전달자의 말과 글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아주 쉬운 의사소통이다.
하지만, 브랜드에겐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브랜드는 사람들의 귀에 대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은 시각물을 통해 알릴 수 있겠지만 말과 함께 제스처, 얼굴 표정, 표현 등이 어우러져 이루어내는 설득력 있고 신뢰가 가는 직접적인 대화를 브랜드는 할 수 없다.
그래서 브랜드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텔링 하려면 언어적 메시지보다 비언어적 메시지를 잘 활용해야 한다.
애플은 비언어적 메시지를 참 견고하게 잘 만들어 실행하고 있다.
판매를 위한 것이 아니다.
애플스토어에선 직원이 판매를 해도 판매수수료가 따로 없다. 판매를 위한 스토어가 아니니 판매를 하는 것이 공이 아닌 것이다. 공이 아니니 상을 줄 필요는 없다. 직원들에게 판매가 우선이 아니라는 것을 규칙을 통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판매를 많이 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고객이 뭘 원하는지, 어려워하는 점이 무엇인지 찾아내면 됩니다."
David Ambrose 데이비드 암브로스, 버지니아주 알링턴 애플스토어 근무 직원
고객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는다.
판매가 목적이라면 직원이 300명까지 필요하진 않지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많은 직원이 있어야 한다.
메시지를 비언어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고객 접점은 브랜드 구성원이다. 그들이 메신저가 되어 행동으로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잘 짜인 매뉴얼과 교육이 필요하다. 애플은 직원 교육 매뉴얼에 APPLE이라는 글자를 이용하여 서비스 단계 지침을 만들었다.
Approach customers with a personalized warm welcome
개인화된 따뜻한 환영의 메시지를 가지고 고객에게 접근할 것
Probe politely to understand all the customer’s needs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두 이해할 수 있도록 공손하게 알아볼 것
Present a solution for the customer to take home today
고객이 오늘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
Listen for and resolve any issues or concerns
주의 깊게 듣고, 어떤 문제나 걱정이든지 해결할 것
End with a fond farewell and an invitation to return
친절한 작별 인사와 함께 다시 방문할 것을 초대하는 것으로 끝맺을 것
이 지침을 살펴보면 판매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고 고객의 문제가 무엇인지 공손하게 경청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라는 내용이다.
지니어스바(Bar)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고객들의 문제를 멋지게 해결해 주기 위해 150여 명 정도가 교대로 자리를 채우며 찾아온 사람들을 돕고 있다. 그리고, 문제의 발생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니 판매점은 24시간 열려있어야 한 것이다.
맨해튼 애플 스토어의 경우, 24시간 열려 있게 될 것이며, 300명의 직원이 일하고, 그중 절반인 150명이 지니어스 바(Genius Bar)에서 일합니다.
새벽 2시에 영화를 편집하다 문제가 생겼다고요? 그럼 여기로 오면 됩니다.
Steve Jobs, 2006. 맨해튼 5번가
한번 더 스티브 잡스의 메시지를 조금 더 꼼꼼히 읽어보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 아닌 ‘고객이 문제 해결하는 것을 도우라’는 말이다. 고객이 직접 사용하고 문제를 해결한다면 고객 자신이 주체가 되어 브랜드를 체험하며 더 가까워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만의 특별한 메시지와 구성원들의 행동, 그리고 고객 체험이 일치할 때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그동안 기업들의 훌륭한 메시지를 많이 보아 왔다. 훌륭한 문장가들이 지은 탁월한 느낌의 메시지들이 많은 매체를 통해 전파되었다.탁월한 메시지, 훌륭하고 이상적인 메시지 다 좋지만 메시지에 부합하는 지속적인 행동이 겸비되지 않으면 메시지는 모두 사라지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덧붙여 허언을 하는 브랜드가 되어 가볍게 느껴지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그 옛날 공자(孔子)도
말은 좀 느리고 둔해도 행동이 민첩해야 한다.
君子欲訥於言, 而敏於行.
라고 했나 보다. (논어 이인 편 2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