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재회!
24화 무지갯빛 여정의 시작?
-운명의 재회!-
등장인물: 루미나, 카일라, 에드, 소피아
그렇게 하늘 높이 날아가던 루미나는 마침내 꿈의 숲 아래 펼쳐진 무궁무진한 세상을 전부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던 그녀는 어느새 하늘의 무지갯빛 구름을 마주했다. 그녀는 자연스레 무지갯빛 세상으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녀는 꿈의 숲을 지나오며, 꿈결 같은 곳인 무지갯빛 마을로 인도되었다. 그곳은 마치 유토피아를 마주한 듯 평화가 흐르는 곳이었다.
루미나는 하늘에 떠가던 무지갯빛 구름 하나를 자신에게로 천천히 끌어내렸다.
구름이 입술에 닿자,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풍겨왔다. 입안으로 사르르 녹아 사라지는 아이스크림처럼, 그 감촉에 루미나는 미소 지었다.
그녀는 자유롭게 무지개 마을의 곳곳을 누볐다. 어디든 그녀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고, 모든 것이 그녀의 뜻대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색색의 집들을 지나치며, 빛나는 강물 위를 걷기도 했으며, 간혹 불어오는 작은 바람을 타고 쉬이 날아오르기도 했다. 이곳에선 그 어떤 한계도 걱정도 없었다. 오직 온전한 평화와 자유만이 그녀를 반겼다.
볏짚을 얹은 초가 정자에 앉아 쉬고 있을 때였다. 성인 팔 길이만 제비 한 마리가 빠르게 날아와 펜과 작은 노트를 툭 던져 놓고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에게 주고 간 건가? 또 다른 영물일까?’
루미나는 조심스레 제비가 물어다준 펜과 노트를 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때였다.
숲 속을 걷던 중, 갑작스레 언성을 높이는 남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부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 그들의 뒤를 또 다른 여성이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루미나와 그들이 마주친 순간, 모두가 놀란 듯 두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여기 있다! 루미나!”
에드와 카일라 부부는 반가운 듯 루미나를 향해 달려왔다.
“내가 만날 줄 알았어! 보통 인연이 아니야! 정말! 루미나!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고?”
“아하하하! 역시 루미나야!”
에드와 카일라 부부는 루미나를 다시 만나자, 마치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처럼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다들 무사하셨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무사하다뇨? 저런, 루미나. 또 고된 일을 당한 거예요? "
"예, 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고요. 엇! 샘! 샘은 어디에 있어요? "
"샘은..."
에드가 말을 잊지 못하자, 루미나는 애타는 목소리로 다그치듯 물었다.
“왜 그래요! 샘은 어디에 있냐고요!”
“루미나, 샘은 무사할 거예요. 사실은 그 열차 안에서...”
"열차에서 뭐요! "
루미나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꾹 참아내며, 다급하게 외쳤다.
“뛰어내렸어요. 그러니까, 루미나가 열차를 놓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뛰어내렸어요.”
“그래서요! 샘은 어떻게 됐냐고요!”
“주변에 숲과 풀이 많아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을 거예요. 너무 걱정 말아요.”
그들의 위로에도 루미나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자신이 지나온 그 험난한 길을 샘이 홀로 걸어와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그녀는 장이라도 샘을 찾아 나서고 싶은 심정이었다.
“샘! 내 눈앞으로 나와! 얍!”
루미나의 돌발 행동에 에드와 카일라 부부는 얼이 빠진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그들 뒤편에서 아는 얼굴 하나가 불쑥 루미나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 마음... 알아요. 당장이라도 찾고 싶은 그 간절함, 나도 잘 알아요. 흑흑흑...”
여인은 끝까지 말을 잊지 못한 채 눈물을 터뜨렸다.
그러곤 루미나를 향해 간절하게 물었다.
“혹시... 우리 아이 못 보셨나요? 금발의 작은 아이예요...”
"글쎄요. 금발의 아이는 못 봤어요. 그런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요?"
루미나는 낯익은 얼굴의 그녀에게 물었다.
"난 소피아예요. 꿈의 숲 정문에서 봤어죠. 그리고 루미나의 이야기는 에드 부부를 통해 들었고요. 많은 일을 겪었다고 들었어요. "
소피아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말을 이었다.
"난 이곳을 지나오며 단 한 번도 위험한 일을 겪은 적 없어요. 그런데 왜… 루미나만 그런 길을 걸어야 했을까요?"
소피아의 눈가에 투명한 물방울이 맺혔다.
순수한 눈빛으로 자신을 마주하는 소피아의 얼굴을 보며, 루미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들에겐 아름답고 풍요로운 여정이었다. 햇살 가득한 들판, 웃음이 끊이지 않는 마을, 위험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길. 하지만 루미나의 길은 달랐다. 비바람은 몰아쳤고, 거대한 괴수들이 불쑥 나타났으며, 검은 연기의 추적자들이 그림자처럼 그녀를 쫓았다.
그 길에는 상상조차 못 할 환상적인 체험이 간혹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여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그럼, 샘은... 아직도 그 섬총각이 있는 섬에 있는 걸까요?"
"왜요? 다시 찾으러 가려고요? 어머나, 루미나 정말 의리 있는 사람이네."
카일라의 말에 루미나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의리라니...'
그녀는 그들의 가벼운 말에 대꾸할 기운조차 없었다. 더는 대화에 집중하지 않은 채, 그저 생각에 잠겼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로 흘러갔다. 그들은 그간의 일들을 루미나에게 빠짐없이 털어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이야기는 그녀에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마치 샘처럼, 루미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밀어내고 싶은 감정이 조금씩 마음 한편에 자리 잡았다.
그들과의 동행을 망설이던 그녀는, 아이를 찾는다는 소피아의 말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아이를 찾을 때까지만 그들과의 동행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이를 찾는 방법을 두고 그들은 또다시 언성을 높이며 옥신각신했다. 감정이 뒤섞인 말들이 엇갈리는 소동 속에서, 루미나는 조용히 그들을 지나쳐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꺼내든 작은 노트와 펜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동안 기록하지 못했던 숲 속의 일들을 하나씩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