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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윌리를 찾아서 Apr 11. 2023

자퇴하겠습니다.

북한에서는 중고등학교는 여러가지가 있다. (중고등학교 = 중학교와 고등학교 통합. 한국처럼 중학교 고등학교 따로 있지 않음)

- 도마다 하나씩 있는 '도 제1고등학교', '외국어학교', '예술학교'

- 구역마다 하나씩 있는 '구역 제1고등학교' (구역 = 한국의 '구'와 같은 개념)

- 그 외 각 지역마다 있는 일반 고등학교로 구분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다양한 고등학교를 가게 된다. 

제1고와 외고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을 선발하여 시험을 치룬 후 합격하고, 예고는 음악과 관련하여 특출한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선발된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 과외를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물론 불법이지만....


나는 과외를 받을 수 없었지만 초등학교 선생님 덕분에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담임 선생님께는 두 딸이 있었는데 그들 모두 '도 제1고등학교' 재학생이었다. 그만큼 공부를 잘했다. 

선생님은 저녁마다 학생들에게 과외를 하고 있었고 두 딸도 동참했다. 

선생님은 나를 가엾게 보았던 것일까 아니면 잠재력을 보았던 것일까... 큰 딸을 시켜 나에게 무료로 수학과 화학, 물리를 비롯한 어려운 과목들을 과외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초등학교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외고 시험을 치루게 되었고 결국 합격까지 했다. 

처음엔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반면 걱정도 앞섰다. 


좋은 학교를 다니려면 그만큼 경제력도 따라줘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합격 취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우리 학교에서 7명이 외고 시험을 보고 5명이 합격했지만 그 중 나와 한 여학우는 경제력이 좋지 못했다. 




외고 정문 100미터 앞에서부터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떤 공부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운동장에서 무엇인가를 암기하는 소리들이 매일 울려퍼진다. 

그만큼 학구열이 넘치는 학생들이다. 

그렇다고 성적과 실력만으로는 학교를 졸업하기가 어렵다.


학생이 뭔 돈이 필요하겠는가? 공부만 잘하면 되는거 아닌가? 전혀 그렇지 않다. 


북한에서는 겨울철 군인들을 위한 토끼가죽, 그 외 파지, 파고철, 구리 등 매월 내야하는 할당량이 있다. 

만약 제출하지 않으면 이월되어 다음달엔 두배로 늘어나고 은근히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현물이 없으면 돈으로 해결해야 한다. 

조회때마다 이름을 불러 확인하고 하교 시간에 한번 더 언급한다. 당연하게도 전체 학생들 앞에서....


부끄럽다. 초, 중, 고 학생 전체가 이렇다 보니 공장이나 가정에서는 파고철, 파지가 있을리 만무하다. 

화장지도 없는 상황에 파지라니 말도 안된다.

그렇다고 학교를 계속 다니기에도 이런것들이 부담스럽고...


- "선생님 저 자퇴하고 일반고로 전학가겠습니다."

- "그래 잘 생각했다. 선생님이 전학 사유 잘 써줄테니까 일반고에 가서 공부 열심히 해라"


자퇴가 이리 쉬울줄이야... 담임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 잔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차라리 뱀의 머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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