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사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
저는 작년에 30살이 되었습니다.
30살이 된 기분이 어땠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고 싶네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어."
저의 20대는 내 인생의 꽃밭을 찾아 철없이 날아다니는 나비같았달까요.
그런 나비가 이제서야 깨달은거죠.
학자금 대출을 갚기 전까지 꽃밭에 도착할 수 없구나.
학자금 대출 그까짓거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이것저것 대출을 하려고 보니 학자금 대출이 큰 걸림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자금 대출 때문에 좋은 자취방을 구하는 것도, 좋은 사업체를 차리는 것도 어려운 것이 30살의 제 현실이었습니다.
대출금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4년간의 생활비 대출까지 약 3천만원이 넘는 큰 금액이더라구요.
10년간 쌓인 이자만 약 300만원, 앞이 깜깜했습니다.
직장인 월급은 많아야 300만원인데, 한달에 200만원씩 저축한다고 해도 15개월, 1년 3개월 ???????
처음부터 300만원씩 벌 수 있는 직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1년 넘게 매달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는 돈의 2/3를 저축하면서 살아야한다는 것이 너무도 막막했습니다. 그렇게 1년 넘게 꼬박 학자금 대출을 겨우 갚고 나면 전 31살인데, 결혼할 돈도 없이 결혼은 어떻게 하지??? 나 결혼은 할 수 있는건가???
돈보단 무조건 경험이라는 패기 넘치는 소리를 하며 현실을 외면해온 제 20대로 돌아가 팔자 좋은 소리말고 제발 정신차리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머리 싸매고 고민해봐도 일반 직장으로는 답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사업밖에 없잖아, 돈도 없는데 갑자기 어떻게 사업을 해 ?
사업을 하자니 더 막막했죠. 하지만 빨리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곤, 학원 밖에 생각이 안나더군요.
저는 10년동안 크고 작은 학원에서 초중고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왔습니다.
그럼 그게 직업인거 아니냐구요? 천만의 말씀.
20살때 대학교를 다니면서 할 수 있는 고액 아르바이트가 과외밖에 없어서 시작하게 된 일입니다.
20살때 맡은 아이를 3년 넘게 가르치게 되고, 21살에 또 맡은 아이를 또 3년 넘게 가르치게 되면서 20대 중반까지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었고, 어느새 힘들이지 않아도 되는 익숙한 일이 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10년째 아르바이트로 수학을 가르치게 되었네요.
직업으로 삼아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20대 중반에 대형 수학학원에 정식으로 취직한적도 있습니다. 그때 1년 정도 대형 학원에서 일하면서, 다시는 학원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며 그만두었습니다. 학원 원장의 실적 압박, 학부모들의 시도때도 없는 전화, 예의 없는 학생들까지 뭐 하나 견딜만한 구석이 없었거든요.
그 때 학원 강사 일을 그만둔 후로는, 운동 자격증을 따서 운동도 가르쳐보고 카페 창업하려고 인수 받고 싶은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도 해보고, 학원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다른 길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학원으로 돌아가게 될텐데, 그것만큼은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학자금 대출 앞에선 장사 없더라구요.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을 때려보니 학원을 운영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다 하는 그림들이 쉽게 그려졌습니다.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원장님들이 운영하는 방식들을 많이 봐왔기에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2023년 12월 31일, 재작년 연말부터 상가 건물을 알아보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마음 바뀌기 전에 당장 계약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학원이 들어갈 수 있을만한 장소라면 죄다 가봤습니다. 10곳이 넘는 곳을 가본 끝에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습니다. 마음같아선 당장 계약하고 싶었으나 이전 세입자가 2달 후,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까지는 사용하겠다고 하여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2달 후에 계약하면 바로 오픈할 수 있도록 2달 동안 만반의 준비를 다 해두었습니다. 학원 홍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제 블로그에 수학 공부법에 관련된 글을 매일 올렸습니다. 원장인 저를 소개하는 글, 제 교육관, 제가 학생때 공부했던 이야기 등등 학부모님들께 진정성을 느끼게 해드리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열심히 썼습니다. 학원 이름, 학원 커리큘럼, 홍보 자료 등등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갔습니다.
2달이 지나갈때쯤, 이전 세입자가 그 상가 건물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럴수가. 설상가상으로 마땅한 다른 매물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학원 오픈은 괜찮은 매물이 구해질때까지 무기한 연장되었습니다.
"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는 뜻인가? " 하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나 왜 이렇게 조바심이 나지? 몇 달 더 기다린다고 문제 될 것은 없잖아."
고민을 해보니, 지금 당장 무언가 진행되지 않으면 제 마음이 변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사실 저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이 일을 선택했을 뿐,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습니다.
학자금 대출에 가려져 저도 몰랐던 제 마음을 제 친구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날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만나자마자 친구가 그러는겁니다.
"너 왜 이렇게 생기가 없어졌어"
"그래? 나 생기가 없어? 맞아, 그런거 같아.. 사실 하기 싫은거 같아. 나 사는게 재미없어진지 몇달 됐어."
저도 모르게 제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때서야 제가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사실 난 하기 싫었다는 것을.
하기 싫은 마음을 겨우 부여잡고 억지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는데, 일이 순조롭게 흐르지 않다보니 겨우 정해놓은 마음이 바뀔까봐 두려웠던겁니다.
한마디로, 이 직업이 나한테 편하고, 익숙해서 계속 하고 있는 것일뿐 '본질'은 내가 원하는게 아니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제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말로는 매일 '도전'을 외치면서, 사실 전 아직도 제 안전한 영역에서 벗어날 용기가 없었던거죠. 아직 겪어보지 않고 걸어보지 않은 길을 개척할 엄두가 안났다. 진짜 이 일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도전할 용기가 안나서 그나마 제가 가장 편하게 잘할 수 있는걸 선택한 것뿐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나니 내 자신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직도 제자리걸음을 하는 기분? 아직도 내 우물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분?
마침 그 시기에 제 친구도 저랑 나랑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 친구는 마케팅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그만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꿈을 향해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너무 작아지게 만든다며, 스스로를 위해서도 되든 안되든 도전해봐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둘이 약속했습니다.
당장 무언가를 바꿀순 없겠지만,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고 단계별로 차근차근 밟아가자고.
"우리 꿈 찾으러 여행갈까!!"
앞으로의 방향성을 같이 정하기 위해 떠난 여행.
[ 니모를 찾아서 ]
극 P의 여행, 가는 버스만 예약한채로 무작정 노트북과 책 한권을 들고 속초로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