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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준선 Nov 12. 2024

[명언 속 심리학] 마야 안젤루

창의성은 인생의 순간을 즐기는 것 이상으로 삶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이다

서연은 매사에 호기심이 넘치는 성격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 똑같이 하는 것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시도하는 걸 즐겼습니다. 서연은 회사에서도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왜 항상 이렇게 해야 해?”라고 묻곤 했는데, 이 질문을 던질 때마다 눈가에 호기심 어린 반짝임이 스쳐 지나갑니다. 정해진 규칙보다는 스스로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걸 더 좋아하는 성향이라, 가끔은 윗사람들로부터 눈총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시선을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


서연은 퇴근 후 시간을 다양한 취미와 활동으로 채우며 회사에서는 채우지 못하는 자유를 만끽합니다.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나 사진을 찍거나 페인팅을 즐기고, 주말에는 요리 동아리에서 자신만의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어 나눕니다. 친구들은 서연을 두고 "참 독특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삶을 경험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니까요.


하지만 서연이의 열정은 순간적인 즐거움에 머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진 동아리에서 독특한 콘셉트의 촬영을 제안해도 그저 한 번의 재밌는 활동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의 답답한 틀을 벗어나고자 다양한 활동에 몰두하지만, 그것들이 단순히 자신을 일시적으로 해방시키는 도피처로 작용하고 있다는 걸 그녀도 어느 순간 느끼기 시작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서연의 주변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엔 자유롭게 만나 수다를 떨고 여행을 가곤 했던 친구들이 어느새 아이와 가정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며, 서연은 어딘가 조금 고립감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들이 현실적인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예전에는 주말마다 함께 취미 생활을 즐겼던 동료들이 이제는 승진과 성과에 매달려 삶의 방향을 바꾸는 모습도 보게 되었죠. 또 어떤 친구는 사업을 시작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었죠. 


서연은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그저 재미있는 일을 찾으며 살아도 괜찮은 걸까? 혹시 내게도 더 “어른스러운” 목표가 필요한 게 아닐까?’


서연은 자신만의 소소한 재미와 자유로움을 중요하게 여겨왔지만, 이제는 ‘재미만으로 충분할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현실에 발을 딛고, 구체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자신도 이제 ‘어른답게’ 무언가를 이루고 남들에게도 인정을 받는 길을 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죠.


You can’t use up creativity. The more you use, the more you have.

- Maya Angelou -
창의성은 그저 인생의 순간들을 즐기는 것 이상이다. 그것은 삶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넓히는 일이다.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자존감이 높다고 합니다. 한 연구(White & Shah, 2006)에 따르면, 다양한 창의적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높고, 삶의 만족도가 높다고 합니다. 그러나 취미 활동이 단순한 즐거움에 머물고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 이는 외로움과 성취 결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서연처럼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호기심을 느끼고 개방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이와 같은 외로움에 더욱 취약합니다. 말 그대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려면,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늘 의식해야 하니까요. 10대와 20대에는 이러한 성향이 개성과 젊음을 상징하며 호기롭게 보일 수 있지만, 30대가 되면 그 다름이 오히려 불안감으로 바뀌곤 합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점차 안정적인 것을 목표로 하며 삶의 노선을 바꾸어갈 때, 서연은 그러한 삶을 거부했을 겁니다. 


서연이 다양한 취미를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실현해 보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취미 활동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틀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적 욕구를 해소하기에 좋은 방법이죠. 그러나 이러한 열정이 취미로만 그쳤을 때는 어떨까요? 서연이 많은 취미를 즐기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했지만, 결국 그 열정이 깊이 있는 결과물로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허전함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생각은 자유롭지만 그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 취미 수준 정도로만 만족하려고 했을 수도 있죠.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이 10가지 일을 1번씩만 시도하는 것과, 1가지 일을 10번 반복하며 꾸준히 몰입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같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더라도 후자가 더 깊이 있는 성과를 내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깊이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같은 길을 걷는 인내와 그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극복할 의지가 필요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우주선을 띄우고, 다시 착륙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단번에 이루지 못했던 것처럼요. 


물론, 모두가 머스크처럼 위대한 목표를 가지고 살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있습니다. 서연이 스스로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은 취미 활동을 늘리고, 지금보다 더 다양한 일을 시도하는 것이 그 외로움을 해소해 줄 수 없다는 것이죠. 




마야 엔젤루(Maya Angelou, 1928-2014)는 미국의 시인이자 작가, 배우, 활동가로, 특히 인권과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며 널리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대표적인 자서전 I Know Why the Caged Bird Sings에서 흑인 여성으로서의 고난과 성장을 강렬하게 묘사해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후에도 다수의 시와 에세이를 통해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습니다. 마야 엔젤루는 평생 동안 시와 문학, 연설을 통해 인종 차별과 불평등에 맞섰으며, 특히 "Still I Rise"와 같은 시로 강한 메시지와 희망을 전달했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인종, 성,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조명하며, 오늘날에도 전 세계에서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Reference

White, K., & Shah, P. (2006). Creativity and its role in mental health: An overview. Psychology Today, 37(2), 121-134.

Brown, S. L., & Blanton, P. W. (2002). Physical activity, mental health and well-being in the general population: A review. Mental Health and Physical Activity, 2(2), 85-98.

Duckworth, A. L., & Quinn, P. D. (2009). Development and validation of the Short Grit Scale (GRIT-S). Journal of Personality Assessment, 91(2), 166-174.

Vallerand, R. J., et al. (2003). Passion and performance attainment in sport. Psychology of Sport and Exercise, 4(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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