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잔소리

by YS

나의 엄마는 잔소리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포기하지 못하고 잔소리를 한다. 내가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나는 엄마의 바람을 들어줄 수가 없다. 나는 결혼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의 생각이 바뀔지 아닐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는 혼자 생활하는 삶이 편하고 좋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달라질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지가 않다.

나의 아빠는 집에서 왕 노릇을 하는 사람이다.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보고 겪으며 자란 표본이 나의 아빠다. 하나의 표본이 일반화될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걸 아는 것으로 강력하게 박혀버린 편견을 깨뜨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떤 것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기도 전에 하는 경험은 그만큼 강력하다. 결혼해서 알콩달콩 잘 사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그건 친구들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서 좋은 일이고 나와는 거리가 먼 얘기 같다.

나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들처럼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세상에 자식한테 결혼하지 말고 혼자 살라고 하는 부모는 별로 없을 테니까. 이해는 하지만 들어줄 수는 없는 바람이다. 엄마는 아빠와 결혼해서 산 세월이 억울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나에게 결혼을 하라고 한다. 대체 결혼이 뭐라고.

나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결혼의 장점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더 많다. 생각은 해본다. 정말로 좋은 인생의 동반자가 있다면 함께 하는 것도 좋겠다고. 하지만 이런 뜬구름 같은 바람이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사실은 이루어지길 애타게 소망하지도 않는다.

결혼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냥 옆집에 사는 게 제일 좋겠다고. 그러면 각자의 생활에 충실하게 살면서 보고 싶을 때 보고 얼마나 좋냐고. 그랬더니 친구도 남편과 옆집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해 깔깔거리며 웃었다.

결혼은 그저 삶의 한 형태일 뿐이다. 결혼해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에 더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끼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따라가야 하는 삶의 방식이란 없다. 각자의 삶은 각자의 선택이고 책임이지 더 낫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각자의 방식대로 잘 살기를 응원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그냥 이대로 살게 내버려 둬 줘요.

keyword
이전 06화청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