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 혹은 유토피아

by YS

사람들이 점점 사라진다. 사람이 있던 자리를 기계가 대체한 지 오래다. 물건을 사서 스캔으로 결제를 하고, 음식, 커피의 주문과 결제도 스크린 터치로 간단하게 처리하는 것은 이미 말할 필요도 없이 일상화된 일이다. 한 번은 친구들과 식당에 갔는데, 주문한 음식을 로봇이 가져다주었다. 로봇이 조용하게 테이블 옆에 다가와 서 있으니 우리는 접시만 옮기면 되었다. 우리가 테크놀로지의 혜택으로 편리하게 생활하는 것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집안의 전자제품은 언제든 제어할 수 있고, 심지어 자동차도 타기 전에 미리 시동을 걸고, 에어컨을 켜 놓고, 컨트롤이 가능하다. 그야말로 내 손안에 모든 것이 다 있다. 머지않아 자율주행 자동차도 운행될 테니 단순한 동작은 사람이 할 필요가 없어진다. (날아다니는 자동차는 언제 나오려나?)

한편 인공지능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때때로 우리를 두렵게 한다. 아마도 체스, 바둑 대결에서 본 것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의 처리 속도는 인간의 능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학습 능력 또한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속도도 능력도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한다. 인공지능과 속도를 비교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 애초에 테크놀로지란 것이 인간의 수동력보다 효율적이고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것이었으니까. 그럼에도 우리의 예상을 넘는 엄청난 발전 속도에 적잖이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는 얼마나 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지.

인공지능, 로봇, 미래와 관련된 영화나 책들이 꽤나 많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 I.>를 비롯해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아이, 로봇>,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 김영하의 <<작별인사>>까지. 영화에서 보듯이 정말로 인공지능이 스스로 진화해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인간의 욕망까지 가질 수 있을까? 지금도 인공지능은 방대한 양의 학습을 토대로 음악을 만들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판례들을 분석해 판결을 내릴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영화 <그녀>(스파이크 존스 감독)에서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는 인공지능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분)와 사랑에 빠진다. 사만다는 사용자의 요구에 맞추어 발전하는 AI이다.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이상형 인물 그 자체다. 영화를 보면서 나도 상상을 한번 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졌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주제에 맞추어 대화가 되고, 유머 코드도 맞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통하고, 오직 나에게만 딱 맞춰주는 그런 존재가 있다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처럼 이상적인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만다는 현실로 나올 수 없는 존재이다. 사람의 외양을 갖춘 로봇으로 내 눈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사람은 아니다. 물론 사람이 아닌 존재와 사랑에 빠질 수는 있다. 그런데 로봇이 인간을 대신할 수 있을까?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두뇌를 가졌다는 것인데 이 두뇌의 능력을 가진 것이 인공지능이다. 클라라(<<클라라와 태양>>)와 철이(<<작별인사>>)는 인간의 감정까지 학습하고 느끼는 존재들이다. 실제로 인간의 감정까지 느끼는 인공지능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클라라는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이 되고자 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클라라는 왜 그토록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지. 우리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인간성은 과연 무엇일까? 나의 생각이지만 인간의 감정, 느낌은 똑같이 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 인간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언제 논리에서 벗어날지, 언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없다. 그냥 기분에 따라 행동하기도 하는 변덕스러운 존재가 아닌가. 이런 변덕스러운 감정까지 그대로 모방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는 의식의 메커니즘 형태를 갖춘 인공물을 만들 수는 있지만 인간의 정서, 즉 느낌이 느껴지는 방식은 실리콘으로 똑같이 재현할 수 없다고 한다. 인간에게서 의식이 나타나려면 느낌이 존재해야 의식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인데, 느낌은 육체가 복사되지 않는 한, 육체에 대한 뇌의 작용이 복사되지 않는 한, 뇌가 육체에 작용한 후 뇌가 그 육체를 감각하는 과정이 복사되지 않는 한 복사될 수 없다고 한다. 신경학적으로, 심리학적으로 두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이 많으니 인간과 똑같은 인공물을 구현해 내는 데는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엉뚱한 상상력이 인간이 가진 특성이자 장점인 것 같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인간 고유의 인간성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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