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심리학

by YS

요즘 MBTI를 모르면 대화가 안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성향에 관심이 많은 것은 것 같다. 심리 검사를 제대로 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간단한 버전으로 쉽고 재미있게 테스트를 즐길 수 있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다만 테스트 결과로 너는 이것, 너는 저것으로 분류하고 규정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살아가면서 상황이 변하고 생각이 바뀌면 그에 따라서 결과도 바뀔 수 있고, 심리 검사를 통해 사람들을 여러 개의 유형으로 나누는 것은 공통의 성향을 말해주는 것이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잘 유지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혼자만 있다면 문제도 발생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가족, 친구, 사회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분명 우리가 사람들의 성향에 대해 알게 되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내가 나이기 때문에 나를 가장 잘 알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가 않다.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남들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는 얼마나 같은 사람일까?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나조차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서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을 것이다. 행동뿐만이 아니라 말이나 감정 상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것들이 무의식에 남아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보통은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나는 어릴 때 예민하고 까다롭다는 얘기를 들은 편이다. 나는 그것이 나의 잘못인 줄 알았다. 그래서 예민한 내가 싫었다. ‘대체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한 걸까. 남들처럼 둥글둥글 수더분하면 좋을 텐데’하며 나 자신을 비난했다. 남들이 말하는 ‘남들’과 같아지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던 것 같다. 하지만 노력한다고 민감한 신경 체계가 무디어질 리 없다. 사회적으로 외향적이고 사교성이 좋은 사람들을 좋게 평가하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들은 대하기가 좀 어렵고 불편한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사람들과 더 편안하고 친근하게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그러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는 내향형(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향형: 외향형이 70:30이다.) 성격에 민감한 감각을 가진 사람이다. 어릴 때는 외부의 시각에 맞추어 나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타고난 성향은 노력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 인정하게 되었다.

내향형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잘 못하거나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단지 많은 활동에 좀 더 빨리 지치고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다. 융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물질적인 세계보다 내면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심리치료사 일자 샌드는 남들보다 예민하고 민감한 성향은 많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으므로 자신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자신의 민감함을 받아들일 때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타인의 기대에 맞추려 하고 자신의 부족한 점에 집착하면 부족한 점이 더 크게 확대되어 보이고 자존감도 낮아진다.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은 감정 이입 능력이 뛰어나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럴 때에 자신이 가진 장점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100퍼센트 맞는 유형은 없다. 자신을 어떤 특정 범주로 끼워 맞추려 하면 자신의 일부를 부정하거나 제외하게 된다. 자신을 구체적인 유형과 동일시하면 그 역할을 떠맡는 것이고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그렇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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