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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 bam Feb 28. 2024

아일랜드 골웨이 시내에서

거리가 주는 인연

아일랜드 근교인 골웨이는 보통 서쪽의 자연경관을 보러 온 여행객들이 들리는 곳이다. 나 또한 모허 절벽 방문 후, 이곳을 찾았다. 거리가 울적함에 젖어 있는 더블린과 다르게 이곳은 생기가 넘치며 에너지가 있었다.


골웨이는 국제 예술제를 비롯해 행사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그렇기에 골웨이라는 도시 이름의 뜻마저 '외국인의 도시'이며 많은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다. 나 또한 그 이름에 한몫을 한 셈이다. 골웨이에서 찍은 여러 사진 중 우연히 초점이 나간 사진에는 골웨이 정겨움이 묻어나는 듯하다.



내가 간 시기가 크리스마스 시즌이기에 크리스마스 마켓 및 유럽 특유의 단기 운영되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겨울에만 운영되는 놀이기구인 만큼 낭만이 더해진다. 겉보기에는 허름하고 재미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막상 타면 날 것 그대로의 시설 때문에 상당히 재밌다.


놀이기구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중국인 상인을 만났다. 친구가 반지를 사고 싶어 했고 우리는 흥정을 시도했다. 그 중국인 상인은 같은 아시안으로서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없다며 할인을 해주었다. 사실 상품의 원가가 얼마나 낮은지 모르지만, 그분의 미소를 믿기로 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이런 동양인이 거의 없는 타지에서 이 정도 친절을 믿지 못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것일까. 우리는 그분에게 행운을 빌어주었고, 조용히 발걸음을 돌렸다.


크리스마스 마켓

아일랜드를 같이 여행 한 친구는 음악인이었다. 친구는 골웨이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연주가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대화를 주고받으며 인스타 맞팔을 했다. 난 멀찌감치 그 모습을 보며 골웨이 거리가 주는 인연을 보았다. 음악을 하고 있는 나도 같이 대화를 나누자며 친구가 손짓했지만, 난 조심스럽게 거절하며 그 둘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네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골웨이 거리는 우리에게 시절의 인연을 만들어주었다. 관계의 지속성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분명 우리는 서로를 잊고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기억에 서로가 남아있다면, 그걸로 충분히 값지다.


Photo by B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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