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이 며칠 좋았습니다. 오늘 문득 정원을 쳐다보니 어느새 봄이 와있어 놀랐습니다. 이번 주는 좀 바빴습니다. 아침에 정신없이 출근해서 해 질 녘 퇴근하는 일상이었습니다. 봄날은 하루가 다르게 정원이 바뀝니다. 그걸 잊고 있었던가 봅니다. 나무마다 풀마다 좋은 계절이 올 거라는 소식을 잔뜩 달고 있네요. 너무 기뻤습니다. 이 소식을 전하고 싶어 짧으나마 글을 올립니다.
꽃피는 나무들은 저마다 꽃봉오리들을 달고 있습니다. 벚꽃은 손대면 톡 하고 터질 것만 같습니다. 며칠 내로 커다란 꽃다발이 되겠네요. 라일락도 좁쌀만 한 꽃봉오리가 달렸습니다. 저 조그만 봉오리 속에 향기 폭탄을 가지고 있겠죠.
영산홍은 잎 사이에 무슨 색인지 모를 꽃을 품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야 이녀석이 빨간 얼굴일지 하얀 얼굴일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부해당화는 딸기 사탕 같은 색입니다. 맛을 보면 달큰하지 않을까 괜한 상상이 듭니다.
집에 세 가지 색 장미가 있습니다. 하양, 노랑, 분홍입니다. 꽃만 다른 것이 아니라 피어나는 자태들이 모두 다릅니다. 나오는 싹도 모두 다른 매력이 있네요. 소녀같은 하양은 싹도 싱그럽습니다. 노란 장미는 잎도 우아하게 나오네요. 분홍 장미는 한창 잎을 내느라 생명력이 충만해 보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들도 있습니다. 튤립은 잎 안에 꽃봉오리가 두 개 보입니다. 이제껏 매해 하나만 보여주더니, 올해는 두 송이를 볼 수 있으려나 봅니다. 수국은 말라 죽은 것 같은 가지에 연둣빛 싹이 삐죽 나왔습니다. 여름이 될 때까지 한참을 클 예정입니다.
싹수가 빨간 작약들은 여기저기서 돋보입니다. 말라 있는 정원에 저렇게 신기한 싹들이 꽃이 되려고 대기 중입니다. 우리 집 화단 지킴이 빈카도 귀여운 싹이 한 다발 나옵니다. 조만간 팽이 모양의 보라색 꽃이 달려 정원을 한층 귀엽게 만들 것입니다.
항상 푸른 사철나무도 더 푸른 새싹이 납니다. 붓꽃 잎들도 초록을 한껏 머금고 뾰족하니 힘 있게 돋아납니다. 봄볕에 나는 잎들은 어쩜 이렇게 윤기가 돌고 귀여운지 모릅니다. 인간이 만들 수 없는 신비한 힘이 느껴집니다. 봄이 주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이 모든 친구들이 꽃을 보여줄 것입니다. 저마다 제게 놀라움을, 깨달음을, 추억을 선물해 줬습니다. 하나씩 꽃이 피면 그 이야기들을 적어보겠습니다. 잠깐 생각에 잠기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네요. 봄은 봄인가 봅니다.
다음 본편 글은 수요일에 올리겠습니다. 4월1일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