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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 Aug 11. 2022

뇌가소성! 내가 나의 뇌를 디자인하다

당신의 뇌는 끊임없이 자신의 회로를 다시 작성함으로써 변신한다

삼십 대 후반이 되면서 점점 우울감과 무기력이 찾아왔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인가 싶었다. 설단 현상이 시작되고, 깜빡깜빡하기도 한다. 중년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증상이므로 수긍하고 받아들이지만 기분이 좋진 않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나의 단점들을 극복할 시간은 정녕 오지 않는 것인가. 그냥 체념하고 살아간다.


이런 나에게 어느 날 하나의 개념이 번개처럼 나를 때렸다. 그것은 바로 '뇌가소성'이다! ‘신경가소성’이라고도 불린다. 가소성이란 외력에 의해 변한 물체가 외력이 없어져도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지 않는 물질의 성질로 예를 들면, 찰흙으로 형태를 빚으면 다시 이전의 형태로 되돌아가지 않는 찰흙의 성질과 같다. 즉 신경가소성이란 신경도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신경회로를 바꿀 수 있다는 개념이다. 당연히 한번 변형된 회로는 이전의 형태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뇌가소성의 개념은 중년의 나이지만 다시 한번 열정적으로 살아봐도 되겠다는 용기를 갖게 했다.



  

( 내 뇌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


의식의 주체라고 생각되는 뇌를 객관화하고 독립된 개체로 사물화 하는 것은 낯설다.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수많은 의사결정이 1.4킬로그램짜리 물질 덩어리에서 생겨난다는 인식은 정말이지 새로운 경험이다.


무엇보다, 내가 인지하는 모든 세상이(소리, 영상, 냄새, 질감 등) 나의 감각기관들이 받아들여서 뇌로 보내는 모든 전기화학적 신호들에 대한 뇌의 해석 결과라는 사실은 매우 신선한 자극이 된다. 하물며 뇌는 그저 어두운 두개골의 암흑 속에 감싸여 있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결국 감각기관이 받이들일 수 있는 신호만으로 우리는 이 세상을 인지한다. 이는 박쥐가 바라보는 세상과 개미가 바라보는 세상이 물리적으로는 동일하지만 해석이 제각각 다르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너와 나의 뇌가 다르니 네가 보는 세상과 내가 보는 세상이 다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면, 내 인생을 행복하도록 설계하는 게 보다 수월해진다. 즐거움과 행복이라는 감정이 뇌의 전기화학적 신호이므로, 이 신호를 조작(?)하면 된다. 우리의 뇌를 속이는 것이다. 뇌의 신경 회로를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한 회로로 바꿀 수 있다.




( 실재란 무엇인가 )


데이비드 이글먼의 <더 브레인>에 나와있는 뇌의 판단 과정을 들어보자.

“세계에 관한 상세한 예측들, 외부 세계에 있으리라고 뇌가 `짐작하는` 바는 시각 피질에 의해 시상으로 전달된다. 그러면 시상은 그 예측들을 눈에서 오는 정보들과 비교한다. 만일 예측과 정보가 일치하면, 시각 시스템으로 되돌아가는 신호는 매우 적게 발생한다. 시상은 단지 눈이 알려주는 바와 뇌의 내부 모형 사이의 차이만 보고한다. 바꿔 말해 시각 피질로 되돌아가는 신호의 내용은 뇌가 예상한 바의 결함, 곧 뇌가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다. 요컨대 어느 순간이든 우리의 시각 경험은 눈으로 들어오는 빛보다 머릿속에 이미 있는 것에 더 많이 의존한다…. 우리는 외부 세계를 직접 경험하며 산다고 느끼지만, 우리가 상대하는 실재는 궁극적으로 어둠 속에서, 전기화학적 신호들로 이루어진 낯선 언어로 작성된다. 방대한 신경 연결망들에서 일어나는 활동이 당신의 이야기로, 곧 당신의 사적인 세계 경험으로 변환되는 것이다.”


“평생 내내 우리의 뇌는 우리가 수행하는 과제를 담당할 회로를 형성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킨다. 예컨대 걷기, 수영, 저글링, 운동 등을 담당할 회로를 형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뇌 구조에 프로그램을 새겨 넣는 능력은 뇌의 가장 강력한 묘수들 중 하나다. 뇌는 복잡한 운동 과제를 전담하는 회로를 하드웨어에 새겨 넣음으로써 그 과제를 아주 적은 에너지만 써서 수행할 수 있다. 일단 뇌 회로에 새겨진 솜씨는 생각(의식적 노력) 없이 실행될 수 있다. 따라서 자원이 절약되고, 의식적인 나의 다른 과제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몰두할 수 있다”


이러한 뇌의 동작 방식을 이해하고 나면 ‘습관’이 바로 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최고의 방법임을 알 수 있다. 에너지를 줄이려고 하는 인간 고유의 본능을 이용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에너지가 들어가는 활동이지만 습관으로 자리 잡히면 더 이상 우리 몸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지 않고도 그 특정 행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더 브레인>에서는 컵 쌓기 10세 미만 아동부 세계챔피언인 오스틴 네이버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는 눈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빠르고 유연한 동작으로 컵 쌓기를 5초 만에 완결해버린다. 한 줄로 겹쳐 쌓아 놓은 플라스틱 컵들을 움직여 피라미드 3개를 만든 다음 이어서 그 피라미드들을 컵 두 줄로 만들고, 그다음에는 겹쳐 쌓은 컵 두 줄을 커다란 피라미드 하나로 만들고, 이어서 원래대로 한 줄로 겹쳐 쌓는 그 과정을 5초에. 저자는 오스틴의 손놀림을 보며 그 복잡한 동작들을 신속하게 해내기 위해 그의 뇌가 과도하게 일하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중이라고 추측했다. 그래서 그와 컵 쌓기 대결을 하면서 뇌 활동을 측정해보았다. 오스틴이 저자보다 8배나 빠른 속도로 해냈기에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으리라는 추론은 합리적일 듯했다. 하지만 의외로 과부하가 걸린 쪽은 오스틴의 뇌가 아니라 저자의 뇌였다. 저자는 새롭고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느라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한 반면, 오스틴의 뇌파는 휴식할 때 발생하는 알파파 구역의 활동이 강했다. 오스틴의 동작들은 빠르고 복잡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그의 뇌는 평온했다.


언 듯 평범해 보이는 이 사례는 나에게 실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흥분되었다. ‘습관’에 대한 믿음은 이 과학적 사실로 인해 더욱 단단해졌다. 우리는 새로운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그 행동은 의식 아래로 가라앉아 물리적 하드웨어가 된다. 근육도 관여를 하지만 중요한 것은 뇌 속 연결망들의 세부 구조이다. 습관은 이 뇌 속 신경망의 구조를 바꾼다. 이러한 활동은 빠르고 에너지 효율이 높다. 우리의 몸이, 우리의 뇌가 좋아하는 행동들이다.




( 엄청난 사실, 뇌가소성 )


한마디로 신경가소성을 통해서 나의 뇌를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oplasticity)이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뇌가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이다. 신경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뜻하며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하는 모든 과정을 일컫는 총제적인 용어이다. 우리의 뇌는 환경에 반응하고 적응하도록 진화되어 왔다. 이러한 신경가소성을 잘 이해하면 내가 스스로 나의 신경 회로를 바꿀 수 있다.


삶의 모든 순간에 뇌가 동작한다. 뇌 속 연결망들이 부지런히 작동한 결과로 우리는 느끼고, 자각하고, 행동한다. 수십억 개의 전자 신호들이 뉴런의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질주하여 뉴런들 사이의 연결부에 화학적 펄스를 유발한다. 우리의 단순한 행동의 기저에는 뉴런들의 막대한 노동이 있다. 우리는 뇌 속의 뉴런들의 활동을 알아채지는 못한다. 우리의 삶은 우리 두개골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의해 빚어지고 채색된다.


우리의 모든 감정과 무의식 등 우리의 행동에 영향은 주는 뇌의 판단은 결국 가장 강한 배선을 가진 쪽으로 뉴런의 화학적 펄스에 기인한다. 여기가 핵심이다. 바로 "습관"이 답이다. 우리가 감정 습관, 행동 습관을 들인다는 건 이 강한 배선을 만드는 작업이다. 나는 인지하지 못한 채, 뇌는 내가 습관에 의해 만들어 놓은 배선으로 화학적 펄스를 보내고, 결국 내가 원하는 감정으로 해석하고, 내가 평소에 가졌던 이상적인 방향으로 무의식을 조종한다.




( 어느 날 다가온 변화의 가능성 )


"당신의 뇌는 끊임없이 자신의 회로를 다시 작성함으로써 변신한다. 그리고 당신의 경험들은 유일무이하므로, 당신의 신경 연결망의 광역적, 세부적 패턴들도 유일무이하다. 그 패턴들은 평생 동안 변화를 멈추지 않으므로, 당신의 정체성은 움직이는 표적과도 같다. 당신의 정체성은 절대로 종착점에 이르지 않는다" <더브레인>


"신경가소성"이라는 단어를 이해한 날,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나는 유레카를 좀 많이 외친다. 바보 돌깨는 소리다.. ). 심장이 벌렁거리고 두 눈은 점점 커지고 동공은 떨림을 멈추지 않는다. 흥분으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나이를 들면서 신체나 정신이 점점 퇴화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만 살아왔는데, 이 생각이 단번에 뒤집혀 버렸다. 내 삶을 나의 모습을 내가 의식적으로 바꿀 수 있구나라는 희망이 생겨났다.


그날부터 나는 실험에 들어간다. 어눌한 말투,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깜빡깜빡하는 기억력, 자신감 없는 태도 등 이 모든 것들을 바꿔 봐야겠다. 어눌한 말투는 스토리텔링으로 극복했다. 나에게 관심 가는 주제가 생기면 이를 스토리로 만드는 습관을 들였다. 생각하고 생각하기를 반복하다가 스토리가 확실해지면 글로 적어서 구체화했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는 직접 발화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내 목소리가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기억력은 메모 습관으로 극복했다. 나에게 영감을 주거나 나중에 확인이 필요한 모든 것들은 기록한다. 메모라는 어마어마한 무기가 내 삶을 안정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여러 습관들, 그리고 하나씩 이뤄가는 작은 성취들이 나의 자신감을 높여주었다. 삶의 어떤 시련이 와도, 어떤 환경에서도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났다.


“나의 뇌 회로도는 내가 직접 만들어간다” 인생을 살며 내가 믿는 가장 중요한 믿음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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