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가장자리
밤산책을 다녀오니 방바닥에 딸기 꽃잎이 떨어져 있다. 택배로 온 딸기에 붙어있던 꽃잎이 딸기를 꺼낼 때 떨어진 걸까. 멀리서 봄을 알리러 겨울에 온 꽃잎. 가장자리가 노랗게 시들어 꽃잎인지 모를 뻔했다.
딸기를 찬물에 씻어 접시에 놓고 오후의 티타임을 갖는다. 딸기를 씹으며 빨간 과육 사이에 박힌 씨앗을 느낀다. 이 사이에 아작아작 씹히는 딸기 씨앗. 논산 비닐하우스에서 주렁주렁 달려 있었을 딸기의 과즙이 입안에 퍼지면 상콤하고 달콤한 맛을 낸다.
버스에서 우르르 내린 사람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피부에 와닿았다. 딸기모종이 지상에서 일 미터 위 화단에 넝쿨져 있다. 늘어선 가지 끝마다 달려있는 딸기는 희고, 빨갛고, 분홍, 초록, 반은 희고 반은 빨갛다.
딸기 따기 체험을 온 20명쯤 되는 사람들이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 딸기를 따서 담았다. 입으로 들어가는 양이 훨씬 많다. 딸기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동안에 잘 익은 딸기를 따서 다시 입안에 넣었다. 그리고 하나를 따서 통 안에 넣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통은 한 이랑을 도는 동안 다 차지 않았다. 딸기에 붙어있는 흰 꽃잎을 후후 불어 딸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먹으면서 걷느라 걸음이 느렸다. 딸기 꽃잎이 바닥에 떨어져 사람들에게 밟혔다. 사람들은 신발 밑창에 딸기 꽃잎이 붙어있다. 몇몇 개는 신발 밑창에 붙어서 비닐하우스를 나갔다. 어느 집 현관에 누워있을 딸기 꽃잎들.
입춘이 지나도 바람이 차가워 패딩을 입고 밤산책을 다녀와 바닥에 떨어진 딸기 꽃잎을 본다. 겨울의 가장자리에서 꽃을 피운 꽃의 열매를 떠올리며, 봄을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