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루질 하러 간 사람들은
나무 담장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뒤뜰에 마른 댓잎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이파리가 떨어진 가지를 흔드는 바람. 풀벌레가 우는 소리. 파도가 물결치는 소리. 바람에 일어난 모래가 제자리에 앉는 소리. 모든 소리가 어울려 가을밤이 된다. 멀리서 깜박이는 고깃배가 물살에 흔들리는 달을 만든다. 해루질을 하러 간 사람들은 소식이 없고. 그들이 지나간 길을 알전구가 비춘다.
숯불 화로에 선홍색 삼겹살을 올려놓는다. 불에 닿은 고기의 겉면이 재색으로 변하다가 노릇하게 익는다. 기름이 숯불에 떨어지며 타탁 튀어 오른다.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 세 마리가 주변을 서성거린다. 한 점을 집어 먹고 한 점을 낮고 부드럽게 우는 고양이 가족에게 던져준다. 엄마 고양이가 낚아채듯 고기를 물고 아기 고양이 앞에 가져간다. 허겁지겁 고기를 앞발로 잡고 이빨로 물어 뜨는 작은 입. 한 점을 더 던져주자 엄마 고양이 보다 덩치가 큰 노란 무늬 고양이가 한 발 한 발 다가온다.
민박집 사장님이 서비스로 준 반으로 갈린 우럭을 불판 위에 올린다. 고소한 냄새와 숯불의 연기가 마당을 감싸 안는다. 고양이 가족이 더 가까이 다가온다. 우럭의 살점을 떼내어 평상 밑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는 아기 고양이에게 던져준다. 평상 밑에서 작은 머리가 나온다. 저녁 시간만을 기다렸을 굶주린 어린 고양이가 길게 운다.
하늘의 별이 깜박인다.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하늘에 별이 깜박깜박 인다. 눈을 깜박이며 더 빠르게 빛났다 사라지는 별. 별끼리 선을 그어 본다. 직사각형의 페가수스자리, 안드로메다자리. 물고기자리. 밤하늘에 손끝으로 그림을 그린다.
우럭의 살점을 뼈에서 발라낸다. 하얀 살점에서 연기가 폴폴 난다. 머리만 남은 우럭의 앙상한 몸. 해루질 갔던 사람들이 해안가를 걸어 돌아오고 있다. 멀리서 비린내가 한 움큼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