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맛
어디서 날아와 잡초처럼 숨죽이고 있다가 이제야 꽃대를 올리고 총총총 꽈리고추 옆에 꽃을 피워낸 부추. 여름의 반찬에도 여름 꽃이 핀다.
끝도 없을 것 같은 2차선 고속도로는 멀어질수록 좁아지다가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하늘에 닿아있다. 끝없이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이 길의 끝에 늘 목적지가 있다. 모르는 곳에 가도 늘 어딘가에 도착했다. 멈추어 있을 때도 멈춘 게 아니었다. 살아있는 한 무엇이든 해야 했다. 하루도 걷지 않은 날이 없었고, 살아있다는 증거를 스스로 증명해야 했다.
달리다 보니 도로가 어둑어둑해졌다. 시골길은 유난히 깜깜해서 속도를 줄었다. 해가 막 떨어진 산길에선 흰꽃들이 이정표처럼 헤드라이트 빛을 반사해 냈다.
산자락이 겹치는 곳은 더 짙고 어두워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고속도로를 나와 40분간 더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른 멸치를 중불에 볶는다. 남아있는 비린내를 날린다. 식용유를 넣고 노릇해지기 전까지 볶는다. 팬의 중간을 비우고 설탕과 진간장, 물 두 숟가락을 넣는다. 간장에 설탕을 녹인 다음 멸치와 버무린다. 꽈리고추를 삼등분해서 같이 뒤섞어준다. 그리고 잔불에 뚜껑을 덮는다. 가장 약한 불에 찌듯이 익힌다. 꽈리고추의 맛이 멸치의 맛과 어우러지게 기다린다. 둘이 하나가 되는 시간이 지나면 매큼하고 단짠 한 냄새가 난다. 꽈리고추의 색깔이 노릇한 연두색이 되면 불을 끈다. 찬 밥에 물을 말아, 꽈리고추멸치볶음을 올려 먹으면 이 여름을 기필코 나보겠다는 반짝이는 의지가 생긴다.
도착한 목적지에 주차를 하고, 한숨을 돌린다. 낮은 집들을 산이 무섭게 둘러싸고 있다. 깜깜한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마을의 지붕 위에 앉아있다. 그 위로 수 없이 많은 별들이 보일 듯 말 듯 깜박인다. 눈이 어둠에 익자 저 멀리 우주가 들어온다. 검은 구름 사이에서 반달 옆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갓길에 나있던 부추꽃이 저기서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