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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로부터의 초대

생애 첫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다

by 디베짱

30분 연속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도 한동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두근거림이 성취감 때문인지, 땀 때문인지, 아니면…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이제 내 안에서 무언가가 시작되고 있다는 막연한 무언가를 느낄수는 있었다.

그 흥분이 사라져버릴새라 그 즈음 나는 거의 매일 걷고 달렸다.


금요일 오후, 그날도 평소처럼 오후 러닝을 마치고 생 코코넛을 한모금 쭉 빨아들이킨 후 느긋하게 휴대폰을 보았다.

매주 금요일에는 아들의 학교에서 주간 소식지를 보내준다.

마침 메일을 확인하던 참이었는데 가장자리에 작게 실린 한 줄이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Pattaya Marathon Festival – Join the first run around Maprachan Lake!“


맙소사!!!

마프라찬 호수라고?

내가 매일 달리는, 바로 그곳에서?

게다가 그 호수에서 열리는 "첫 회 마라톤 대회"라는 말에, 알 수 없는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흘렀다.


누구를 위한 대회였을까?

당연히 나만을 위한 대회는 아니었지만,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확신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마치 이 대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것만 같았다.


그 수많은 장소 중에서,

그 수많은 시간 중에서,

하필 내가 힘들때 처음으로 걷기를 시작했고,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는 매일같이 땀흘리는 그 길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마라톤이라니...

“여보 여보! 이거 좀 봐봐.”

나는 설레는 손끝으로 남편에게 휴대폰 화면을 돌려 보여주었다.

무슨일인가 싶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던 남편도 곧 무언의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이제 겨우 30분 연속 달리기를 마쳤을 뿐, 여전히 30분 달리기도 버겁고 마라톤이라는 단어는 생각할수도 없는 러닝 생초짜, 요즘말로 런린이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도전하고 싶었다.

운동이라는 목표를 좀 더 크게 잡아야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날 바로 10km 코스에 함께 접수했다.

이 모든 것이 갑작스러웠지만 동시에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마치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있던 이야기의 한 장면에 드디어 도달한 느낌이랄까.


그날 이후, 매일 마프라찬 호수길을 달릴 때마다 감정이 조금 달라졌다.

이전에 달리기는 그저 몸을 깨우고 마음을 다스리는 운동이었는데, 지금은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정이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호수는 늘 그렇듯이 조용하고 고요했다.

하지만 호수 저편 어딘가에서 “어서 와”하고 손짓하는 마라톤의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그 초대는 작지만 분명했고 나의 발걸음은 이제 그 목소리를 향하고 있었다.


'이 달리기 소식을 우연히 접한 건, 운명이 준비해 둔 필연이었는지도 몰라.'


나의 생애 첫 달리기 대회는 그렇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처럼 나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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