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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May 28. 2024

급식 배식의 공정성

수학이와 멋짐이의 견해 차이

*병가로 3주 동안 예전의 급식시간 이야기를 간단하게 올리겠습니다.


5월 17일인 지난주 금요일, 보통 스파게티 같은 요리는 수요일에 나오건만 이 날은 금요일이었다.

놀러 나갈 생각이 없으니 여유롭게 배식해서 마음들이 서두름 없고 좋아하는 메뉴라 쉽게 배식중이었다.


급식당번 중 평소에도 정확한 계량과 숫자를 사랑하는 수학이가 여러 번에 걸쳐 전체 양을 가늠하며 스파게티면을 배식했다. 1인당 보통 3번에 걸쳐 나눠 담아줬다.


멋짐이가 제일 마지막에 다른 걸 하다 배식을 받았다. 급식당번이 불러서 나왔었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

앞의 친구들처럼 3번에 나눠 스파게티면을 급식판에 올려줬다.

 "수학아, 왜 나만 조금 줘?"

 "내가 조금씩 더 담아주잖아! 리필하는 친구들이랑 급식당번 먹는 거까지 생각해야지!"

 바로 뒤 급식당번도 똑같이 적은 양부터 받았건만 멋짐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너는 왜 나만 차별해? 스파게티면 많이 남아 있잖아!"

보다 못한 선생님이 나선다.

 "(장난스럽게) 남는 거 선생님이 다 먹을 건데?"

 "(발끈하며) 선생님이 그러는 게 어디 있어요!"

 "수학이 너 나한테만 왜 조금씩 주는 건데!"

 옆에 다른 급식당번인 빠름이도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나도 조금씩 받았어. 너만 그런 거 아냐."

 "급식당번까지 다 받고 스스로 리필해 먹으면 되잖아. 멋아, 네가 가져다 먹으면 되는 거야."


속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원하면 일찍 좀 나와서 받지... 남학생은 급식당번 인원이 적어서 선생님까지 손을 보태야 하니 이런 실랑이가 있으면 결국 나까지 급식을 늦게 받게 된다.

 "일단 다 먹고 이야기하자."


멋짐이는 억울함이 남아있는지 벌떡 일어나 여러 번 식사 시작하려는 내 자리로 왔다.

 "멋짐아, 나도 사람이야. 속상해서 지금 너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먹고 이야기하자."


씩씩거리던 멋짐이는 일단 점심식사를 마쳤다. 급식시간 서로 마찰이 있었던 친구들인 급식당번인 수학이, 빠름이, 오늘의 주인공 멋짐이까지 남고 다른 학생들은 화단이 있는 곳에 가서 놀라고 그랬다. 다들 자리를 비켜줬다.


서로 속상한 상태이니 눈 보고 이야기하면 싸울 것 같아 운동장이 보이는 창가에 모였다.

 "멋짐아, 이제 이야기해 볼래?"

 "울 엄마가 먹는 걸로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그랬어요. 10개가 있으면 10개를 똑같이 나눠먹어야지 누구는 1개 주고 누구는 2개 주면 공평하지 않대요. 6명이 있으면 다 하나씩 줘야지 남는다고 한 명한테 2개 주면 안 된대요."

 "내 꺼면 선생님은 똑같이 하나씩 주고 남는 건 내가 할 건데? 내 꺼잖아?"

분배의 공정성을 말하는 제자에게 엉뚱한 말을 한다.

 "그래서 너는 오늘 그렇게 말해서 좋았니?"

 "아니요."

 "수학이는 오늘 똑같이 여러 번 나눠주는 게 힘들지 않았니?"

 "똑같이 나누고 리필하는 양까지 계산해야죠!"

 "이렇게 싸우면 너의 뜻이 전달되지 않잖아."

 그 말에 멋짐이가 한 마디 보탠다.

 "울 엄마가 계산적인 게 좋은 건 아니라고 했어요.

 수학이 너는 매사가 너무 계산적이야."

 또 슬슬 심각해진다.

 "멋짐이 너 그럼 수학이랑 친구 안 할 거야?"

 "저도 수학이가 싫은 건 아니에요. 80프로 정도  좋아하는 마음인데 수학적으로 딱 나누려고 하는 게 싫어요."

 "그래, 그렇구나."


핫초코 미떼 광고에 나오는 장면처럼 네 명이 나란히 창문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마지막에 창가 안전바에 멋짐이랑 친구들이 매달려서 놀아서 떼놓고 또 매달리는 멋짐이를 달랑 들어 비행기를 태워준 뒤 내려오게 했다.

(내가 이래서 그다음 주에 허리가 나갔었나? 알 수 없다. 그래도 그날 멋짐이 비행기에 대한 추억은 기분 좋은 기억이다.)


그날의 점심시간도 아웅다웅 마무리했다. 서로를 더 알아가기 위해서는 많이 싸워봐야 한다.

오늘의 싸움은 공정을 접하는 이과와 문과의 다툼 같이 생각이 다른 것이라 초등학생의 싸움이라 보기에는 언뜻 수준이 있어 보였다.

아마... 역사와 전통이 있는 논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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