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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붕이 Jun 06. 2024

큰 일은 점심시간에 생긴다

아들 일로 전화 오면 가슴이 철렁

 직장맘들은 한 번씩 겪는 일이다. 교육기관 보내놓은 자녀 일로 전화 오면 가슴이 철렁한다.

특히 점심시간 전후로 전화를 걸 정도면 식사가 불가할 정도로 아프거나 전염성이 있는 질병이 의심되어 함께 식사하기 힘든 경우다. 점심식사 후에는 기본적으로 체온이 오르기 때문에 보건교사의 권고로 점심식사 전 하교 권유를 받게 되면 점심을 먹지 않고 의료적 처치가 우선되어야 할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점심시간 직전은 의료기관도 점심시간일 때가 있어서 대기를 하거나 심각한 경우 응급실로 직접 가는 것이 좋다.

 오늘의 이야기는 일상적이지 않은 응급상황을 겪은 울 아들내미 이야기라 주관적인 글이고 교육기관도 초등학교에 한정되지 않아 초등학교 급식과 관련된 본 브런치북과는 차이가 있다.

 ***개인적인 일상이 아닌 작가의 응급상황이라 취지에 어긋난 글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께서는 여기까지만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들이 7살, 어린이집에서 주말농장에 가는 날이었다. 미리 일정을 알고는 있었지만 처음 가는 일정이 아니라서 이모님의 도움으로 등원을 한 날이었다.

 엄마인 나는 일상적인 오전 수업 후, 당시 급식실이 임시로 생긴 학교여서 우리 반 학생들을 데리고 급식실로 이동해 식사를 받아 자리에 앉았다. 급하게 교무실무사가 뛰어와서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경기를 해서 구급차를 타고 대형병원에 실려 갔단다. 복무 올릴 세도 없고, 교장선생님께서 얼른 다녀오라 하셔서 택시를 타고 대형병원 응급실로 갔더니 MRI, 뇌파검사 이런 걸 해야 한단다.


 아들을 데려오신 어린이집 선생님과 당시 아들을 맡아주시던 이모님께서 울먹거리고 계셨다. 이모님 아들도 몇 개월 전에 경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자신의 아들한테 엄하게 대했던 걸 많이 후회하셨다고, 이제는 평소에 잘해 주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말씀 중 두 눈이 촉촉하셨던 기억이 났다.

  "내 아들도 그러더니, 맡아서 본 아이까지 이런 일을 겪다니..."

 말을 잇지 못하시니 아들의 담임선생님께서 엉엉 우시면서 이모님을 안으셨다.

 당시 7월 초라 약간 더운 날씨에 농장활동을 하고 들어온 아들이 힘없이 누워있다 갑자기 토했단다.

그러면서 홍채가 커지면서 숨이 멎어서 상주간호사가 심폐소생술로 숨이 돌아온 후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옮긴 것이란다.


 이런저런 검사 후 3일 있다 어린이집에 가니 아들을 데려온 이모님께 어린이집 원장님께서 안부인사도 안 하시고 아무 이야기도 안 하셨단다. 이모님께서 다음 해부터 그 어린이집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 엄마인 나보다 더 상처받으신 상황이었다.


 어려서 약하던 아들이 스무 살이 넘는 청년이 되고 또 점심시간 직전에 교육기관에서 전화가 왔다.

다행히 교과담임일 때라 복무만 올리고 뛰어나갈 수 있었다.

 당일 오전에 요리실습이 있어서 핫도그 메뉴라 학생들은 단순작업만 하고 전공과 담임선생님께서 직접 튀겨내시면서 학생들에게 기름이 튀지 않게 조심을 시키고 계셨다. 보조선생님, 모니터선생님까지 각각 맡은 역할을 하시던 때, 심통이 난 아들이 인덕션 상판을 주먹으로 내리쳐 산산조각을 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이 조리 중이 아니었던 인덕션을 부셔서 아들 손만 다친 거였다. 눈 깜짝할 순간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같은 반 학생들, 담임선생님, 보조선생님, 모니터선생님까지 모두 다 놀라시고 사고 대처와 병원 이송까지 한 마음으로 도와주셨다.

 선생님들께서는 일단 피 흘리는 아들과 학생들을 진정시키시고, 보건선생님께서 발 빠르게 유리조각을 생리식염수로 씻어내시고 상태를 확인하신 후 바로 상처봉합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봐 주셨다. 전공과 담임선생님, 보건선생님께서 아들자가용에 태워 직접 응급병원으로 데려오셨다(구급차가 다른 곳 출동으로 오는데 30분 정도 걸린다는 상황이라 담임선생님께서 놀란 마음에도 침착하게 운전대를 잡고 직접 데려와 주셨다).

 오후 연구소 수업이 있으신 아들의 모니터 선생님께서도 따로 오셨다. 엄마인 나도 그렇지만 내가 다치는 순간이나 아들이 다치는 순간은 순식간이지만 슬로비디오처럼 생생하다.

 그 순간 자신의 손으로 인덕션을 덮었다면 아들이 다치지 않았을 거라 자책하시면서 울먹거리시는데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씀드렸다. 아들도 그런 행동으로 자신이 다칠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배워서 알아야 한다고... 다른 학생들 수업이 소중하시니 연구소 수업 우선하시라고...

 나도 지금의 상태로 다른 학생들 수업하시기 참 힘드실 거라 생각되어서 오시는걸 더 막을 수 없었다.

 아들이 잠시도 가만히 못 있고 피부에 무언가 붙어있으면 참지 못해 남자선생님이신 모니터선생님, 직장에서 달려온 남편, 응급실의 남자 의료진이 총동원되어 무사히 봉합을 마쳤다.


 아들의 봉합 후 상태확인까지 마치니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식사라도 대접하고 복귀하시게 해야 했는데 아들 사고 후 교실 뒷수습과 학교 보고 상황, 수업, 남편 직장 복귀 등으로 헤어져야 했다.


 스무 살이 넘은 아들을 둔 본인도 그렇지만 학교에서 전화 와서 급한 직장일에도 달려오셔야 하는 직장맘, 학부모님의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내 자녀가 조금 아파도 학교에서 쉬고 정 힘들면 조퇴해서 집에 있으라고 해야 하는 학부모님들, 직장에 내 자녀가 아프니 조퇴나 연차를 쓰겠다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정을 다 안다. 그런데, 교육기관에서 연락 올 정도의 상태면 만에 하나라도 울 아들처럼 큰일을 겪을 수 있으니 꼭 열일을 제치고서라도 뛰어와 주시길 바랄 뿐이다.

 요즘은 보건교사도 학부모 동의 없이 해열제를 쓰지 못한다. 1도 정도의 체온을 낮추긴 하지만 약을 복용한 상태로 의료기관에 가는 건 정확한 진단을 늦출 수 있기 때문에 오래 학교나 병원에 근무하신 경험이 있는 보건교사의 경우, 보호자 인계 후 병원진료 하길 권고하신다.


 작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보건실에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혼절해 발견이 지체되어 골든타임을 놓쳐 생명을 잃는 사고가 있었다.

 내 자녀의 생명보다 중한 것은 없고, 학교는 의료기관이 아니기에 재빨리 발견해서 구급차로 우송하는 게 최우선이다. 학교 안의 골절사고나 각종 응급 상황에서 구급차를 가끔 보게 된다.

 제발 내 학생들이 구급차로 학교문을 나서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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