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제가 깬 건 옆집 차 때문이 아니에요.
<대문사진: BMW홈페이지>
새벽 4시 30분쯤인가... 언제가 들어봄직한 드릴소리가 우르릉 울린다. 안방 창문 근처에서 자고 있었는데 층간소음에 시달렸던 시절에 잠깐씩 들었던 소리였다. 어제저녁 안방에서 먼저 잠들었던 아들이 화장실 다녀와서 원래 자던 작은 방으로 들어가서 나 혼자 있다 소음과 진동으로 잠에서 깼다.
이번주 수요일이 성적제출 마감일이라 밀린 일을 할까 이러다 베개 하나를 들고 오글오글 사이좋게 자고 있는 남편과 아들 옆으로 갔다.
그런데, 창문으로 복도등이 켜졌다 꺼졌다. 아들이 사용했을 화장실은 큰 볼일은 안 봤는지 깨끗했고 새벽 5시가 안 된 시점에 다른 집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해서 나와 계신 경비아저씨께 여쭤보니 BMW가 이 열 주차가 되어 있어서 차 한 대가 못 나가는 바람에 옆집에 아주 조용히 연락하신 거였는데 깨셨냐고 물어보셨다.
사실 내가 깬 건 그 소리가 아니었다. 새벽 5시인데 검정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은 남학생(뒷모습만 봐서는 중고등학생) 한 명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소리와 진동의 근원지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결론은 나가지 못했던 자동차에 타 있었을 운전자가 시동을 계속 걸고 있었을 것이고, 그 위치가 우리 집 앞 1층 주차장이었다는 거다. 다행히 차가 나간 빈자리에 이웃 분이 차를 주차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저 차 빼달라고 연락하는 일 없을 테니 남은 잠을 잤다.
잠깐 눈만 붙였는데 눈을 뜨니 7시 30분이다. 망했다. 오늘도 기본요금 거리를 택시 타고 출근해야 한다. 귀가 밝고 소음에 취약한 나 자신을 커버하기 위해 새벽이지만 다시 귀마개를 했었다. 거기에다 어젯밤 우유에 시리얼까지 말아먹어서 우유 섭취 후에는 시간이 경과되어야 복용할 수 있는 감기약과 항생제를 아침에 털어놓고 잔 게 너무 효과가 좋았다. 이러다, 내 할 일은 언제 하게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