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예일맨 Apr 16. 2024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아요

인턴생활을 하고 있는 요즘 가장 힘든 점을 꼽으라면 바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눈빛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 아픈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스스로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자격지심에서 기인한 확대해석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저에게 날카로운 화살처럼 날아와 가슴에 콕하고 박힙니다.


못 미더운 사람, 답답한 사람, 불안한 사람…


그들의 눈빛에 드러난 저라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그것을 보면 저는 또다시, 한 번 더 움츠러듭니다. 안 해도 되는 자책과 한숨이 뒤따릅니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당신들도 예전 과거 그 어딘가에는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느냐고… 가시 같은 눈빛에 가슴에 구멍 난 적 있지 않느냐고…


따져 묻고도 싶지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것은 전 세계 전 세대 인류가 가진 공통점이기에 말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그래도 자꾸 때린데 또 때리면 울컥해서 마음속에서 크게 외칩니다.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말아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눈빛의 빈도나 강도가 점점 줄고 약하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계속 줄어들다가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고, 제가 하기에 따라 정반대 느낌의 눈빛으로 바뀌어있을 수도 있겠지요…?


몇 분이 그만두는 바람에 최근에 우리 병원에 들어온 간호사 선생님들이 몇 분 있습니다. 새로 들어오신 분들이라 아직 동물에 대해서도, 병원 일에 대해서도 잘 모르십니다.


일이 능숙하지 않으니 느리고 매끄럽지 않습니다. 또한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한 발 뒤로 물러나 눈치 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오늘 그분들 중 한 분이 저와 같이 일하는데 실수를 해서 큰일이 일어날 뻔 했습니다. 수습을 하고 일이 종결된 후에 불안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더군요.


그분의 모습에서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제가 보았던 그 눈빛으로 그를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미 아파하고 있을 사람에게 굳이 더 깊숙한 아픔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는 느꼈을지 모르지만) 눈빛에 위로와 격려를 듬뿍 담아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하다 보면 익숙해질 거예요"

이전 08화 인턴과 인생의 아이러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