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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나날
06화
뜬금없는 무언가
마음을 끌어당기는 소소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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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
Jun 9. 2023
밤에 잠이 잘 안 오거나
시간이 붕 떠버려
마땅히 할 게 없을 때,
핸드폰 갤러리에 들어가
스크롤을 쭈욱 내리면서
그동안 찍어 놓은 사진을
천천히 구경하는 걸
꽤 좋아한다.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이런 걸 왜 찍었나 싶어지는
사진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집을 청소하다가 발견한
98년도산 계피 통을
찍은 사진이라든지,
이미 반쯤 먹은
와플 과자 사진이라든지.
지금의 나에게는
계피 통과 와플 과자가
굳이 사진으로 남길 정도의
임팩트가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최근에 필름 카메라
사진전에 다녀왔는데,
전시장 안에는
작가가 구매한
빈티지 박스에 들어있던
주인 없는 필름을
인화한 사진으로 가득했다.
필름 속에는
40년대부터 80년대의
어느 순간을 살았던
이름 모를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담고 있었다.
내가 살아보지 못 한 시대라
그 당시에 어떤 게
유행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시된 사진과 내 앨범 속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이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건
확실한 것 같다.
화단에 핀 작은 꽃,
생일 케이크,
사랑스러운 강아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뜬금없는 무언가들.
반세기가 흘러도
그때나 지금이나
기록하고 싶은 순간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유통기한이 지난 계피 통을
처음 발견했을 때
엄청난 걸 발견한 듯이
뿌듯했던 것처럼,
그리 특별하지 않아도
마음을 끌어당기는
소소한 순간을
하나의 조각으로
남기고 싶은 것 같다.
지금 계피 통을
다시 발견한다면
사진을 찍기는커녕
발견 즉시 쓰레기통으로
골인 시켰을 수도 있지만,
3년 전에 사진을 찍던
그 순간만큼은
낡은 계피 통이
조금은 특별했던 것 같다.
일상이 똑같고
재미없다고는 하지만
핸드폰 갤러리에
새로운 사진들이
잔뜩 쌓여가는 걸 보면,
시시콜콜한 일상 속에서
마음에 드는 순간들이
꽤나 많았나 보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갤러리를 구경하다가
또다시 이해가 안 가는
사진들이 가득해질지라도,
그저 지금의 순간이
특별하기에
당장의 끌림대로
셔터를 눌러본다.
어쩌면 한 장씩 넘기다 마주하는
조금은 뜬금없는
순간의 조각 덕분에
사진을 구경하는 게
재밌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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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보통의 나날
04
틈 : 마음에 들다
05
흔적
06
뜬금없는 무언가
07
어깨너머의 세상
08
서로를 닮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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