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닮은 구석 찾기

by 가담



"내 발가락을 쏙 빼닮았네"


아침밥을 다 먹고 식탁 앞에 서서
물을 마시고 있는데,
내 발가락이 엄마의 눈을
사로잡았나 보다.


발을 유심히 보더니
엄지부터 새끼발가락까지
전부 다 엄마 발이랑
똑같이 생겼다며 깔깔 웃으신다.


발에 이어 손도 한번 보자며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얄팍한 엄마의 손가락과는 다르게
호리병처럼 툭 튀어나온
손가락의 중간 마디가
꼭 아빠를 닮았다고 얘기하신다.


너무 당연해서
무뎌진 걸지도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의 증언 덕분에
부모님과 많이 닮았다는 사실을
조금 더 실감하게 된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엄마 판박이라는 결론이 나오는데,
또 어떻게 보면 아빠의 모습도
보인다는 의견이 종종 들린다.


당사자인 엄마가 보기에도
가끔가다 놀랄 정도로
지금의 내 모습이 엄마의 20대 시절과
겹쳐 보인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면
아빠보다는 엄마를 더 많이
닮은 게 맞는 것 같지만,
핸드폰 사진첩을 구경하다가
오랜만에 본 사진 한 장으로
주변 사람들이 했던 말에
완전히 납득이 되어 버렸다.


5년 전 추석 날
할머니 댁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린
미륵사지 석탑 앞에서
아빠가 양팔을 하늘 위로 쭉 뻗은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인데,
사진 속 아빠의 모습이
어딘가 낯익어 보였다.


웃을 때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도드라지는 턱과,
입술과는 상반되게
아래를 향하는 눈매까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빠와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 한 장을 찾아봤는데,
복사 붙여넣기를 한듯한
아빠와 나의 웃음을 통해
내 입술과 턱 그리고 눈매의 출처가
아빠였다는 심증이
확신으로 바뀌는데 충분했다.


전체적으로
엄마의 느낌이 많이 나지만
곳곳에 아빠의 모습이
숨어 있는 걸 보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엄마와 아빠를 골고루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외의 흔적들은
엄마 아빠의 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주고,
엄마가 나를 보며
과거를 회상하셨듯이
나는 부모님을 보며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보게 된다.


어쩌면 손가락 마디처럼
너무 사소한 부분이라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모님과의 공통점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추석 연휴 때
숨은 닮은 구석 찾기를 핑계로
부모님의 얼굴을 오래오래
진득하게 눈에 담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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