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by 가담



누가 관리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본가 아파트 화단에는
겨울을 제외한 매 계절마다
날씨와 어울리는 꽃들이
잔뜩 피어있다.


이번 여름에는 장미와
해바라기로 가득했는데,
가을이 짙어지면서부터는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어우러진
메리골드라는 꽃이 자주 보인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꽃말 때문인지,
화단 곳곳에 피어있는
메리골드를 보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생각해 보면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에 비해
특출나게 잘 하는 것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사에
자신감이 없다기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였던 것 같다.


시험이나 면접을 준비하는 것같이
긴장되는 상황을 앞두고 있을 때
두더지가 구멍 속으로 재빠르게
들어가 버리는 게임처럼
곧장 자신감이 밑바닥
깊숙이 숨어 버리다가,
점차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푹 꺼져있던 자신감이
다시 슬금슬금 올라오면서
불안했던 감정이 잠재워지곤 한다.


자만심이나 근자감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왠지 모를 느낌에 가까운데,
중학생 때부터 종종 들어왔던
엄마의 말에서 비롯된
일종의 신념 덕분인 것 같다.


학창 시절에 한두 명 차이로
원하는 성적 등수 안에 들거나
대학교 추가 합격 마지막 날에
합격 전화가 온다든지,
간발의 차이로 상황을 모면할 때마다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는
너는 참 운이 좋다며
이야기하곤 하셨다.


그때 이후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마음이 조급해질 때,
'나는 운이 좋으니까'라고
마음속으로 되새기다 보면
솜털만큼 일지라도
불안한 마음이 확실히 덜어졌다.


사실 엄마에게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극도로 소심한 성격과
유창하지 않은 언변술에,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불운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갇혀
스스로를 못 미더워 했다.


학교에서 가창 시험이 있던 날에는
노래를 잘 부르다가도,
아직까지 실수를 하지 않은
나 자신을 의아해하다가
정말로 머릿속이 하얗게 돼버리는 바람에
열심히 외운 가사를
통으로 까먹은 적도 있었다.


자기 의심과 불신이 가득 담긴 생각은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을 넘어서
말하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그 자리에 주저앉게 만들었지만,
엄마가 툭 던진 작은 말씨가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후로는
설령 제자리걸음일지라도
그저 서있을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정체되고 더디더라도
여전히 꿈꿔왔던 행복을
바라보고 있는 걸 보면,
엄마의 말은 나에게 있어
메리골드의 씨앗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의 말에 덧붙여
잘 하고 있다든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행운의 말을
스스로에게 건네며,
마음속에 여러 송이의
메리골드를 심어 가고 있다.


적당한 햇빛과 물을 줄 때
작은 새싹이 돋고
화려한 꽃을 피는 것처럼,
행운을 머금고 있는 말이
활짝 필 수 있을지는
말뿐이 아닌 그에 맞는
적절한 행동에 달려있는 것 같다.


오늘도 완벽하지 않은
스스로의 편이 되어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해보며
내 안에 있는 메리골드를,
훗날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맞이할 준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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