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하이라이트를 빌려
단조로울 뻔한 인생이
다양한 색으로 가득해졌다
"달달한 부분이 하이라이트 아니야?"
참외를 먹다가 시작된
하찮은 논쟁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내가 그렇듯,
다른 사람들도 참외를 먹을 때
단 맛이 덜한 겉 부분보다
달달한 씨 부분을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할 줄 알았다.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대학교에서 직장으로
조금씩 사회의 영역이 확장되면서
세상에는 나와 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아주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름의 차이가
명확하게 느껴질 때면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그럴 수 없으니
잠시 엉뚱한 상상이라도 해본다.
모든 사람이
나랑 똑같은 성격에,
똑같은 취향이면
어떨까 하는.
아마 그 세계는
꽤 많이 조용할 것 같다.
그 세계 사람들은
에너지가 그리 많지 않아서
유명한 연예인의 콘서트가 열려도
열정적인 환호 소리보다는
소심한 박수 소리로 가득할 거고,
식당과 카페에는
신나는 가요보다
차분한 재즈가 들린다.
거리는 현대적이면서
감각적인 디자인보다는
우드톤에 투박하고
빈티지스러운 구석이 있어
약간은 촌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들이라
마라탕 0단계같이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으로 가득하고,
식후 과일로는
망고보다 딸기를 먹는다.
상상한지 3분도 안 돼서
조용한 것을 넘어
인생이 재미 없어진 것만 같아
고개를 저어 버렸다.
모두가 한마음이니
살기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시작된 상상이었는데,
하마터면 망고를 멸종 시킬 뻔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내 취향의 범위를 벗어난
선택을 할 때가 있다.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요즘 좋아하는 노래라며
누군가 흥얼거렸던 신나는 멜로디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미래적으로 생긴 카페이지만
누군가 맛있다 했던 말에
한번 가보고 싶어진다.
스트레스 받은 날에는
누군가의 인생 음식이라던
약간 매콤한 곱창이 생각나고,
스타벅스에 가면
망고 바나나를 맛있게 먹던
누군가의 모습이 생각나서
평소에 먹지도 않는 망고 음료를
괜히 먹어보고 싶어진다.
주변 사람들이 무심코 흘린
그들의 취향 덕분에
확고했던 나의 취향 경계선이
모호해져 버릴 때면,
나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다른 사람의 취향을 빌려
때로는 도전적이고,
때로는 외향적으로 변하는
나의 낯선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
그제야 네가 참외의
겉 부분을 왜 좋아하는지,
최신곡을 흥얼거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은 너와 나의 취향이
골고루 섞여 있기에,
단조로울 뻔한 인생이
조금 더 다양한 색으로 가득해진다.
인생이 지루해질 때쯤
다시 한번
너의 하이라이트를 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