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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나날
16화
인생은 베이글 같은 거야
인생 속에 더할 나만의 한 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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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
May 21. 2023
"인생은 베이글 같은 거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꿈속에서의 나랑
꽤 친해 보이는 여자애가
비밀스럽게 해 준 말이다.
이 엄청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에
꿈속의 나는
스스로를 어이없어했고,
까먹기 전에 어디라도 좋으니
얼른 적어야겠다 생각하며
꿈에서 쫓겨나버렸다.
파란 물감 한 방울
떨어트린 것 같은
푸르스름한 새벽 6시 반,
주말이라 평소 같으면
더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뿌연 필터를 낀 것처럼
흐릿한 시야 속에서
최소한의 초점만 맞추고서는,
무의식의 내가 시키는 대로
급하게 메모장 앱을 열어
기억을 더듬으며
굳어있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인생의 베이극듸 최고의 순간이어.'
아침을 먹기 전에
새벽의 일이 생각나서
메모장을 확인해 봤다.
오타도 오타지만
이상한 얘기를 왜 이리도
소중하게 적었는지...
벅찼던 마음에게는 미안하지만
현실의 내가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문장이었다.
겨우 보물지도를 손에 넣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서
또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느낌이랄까.
베이글과의 연은
가끔 생각날 때
한두 번 정도 먹는 게 전부인데,
수많은 빵들 중
왜 하필 베이글인지
물음표로 가득해졌다.
허무맹랑한 꿈이라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무의식의 내가 무안하지 않도록
베이글 만드는 방법을
예의상 한번 찾아봤다.
강력분에 설탕, 소금, 이스트를 넣어
미지근한 물로 반죽하고,
1차 발효가 끝나면
2차 발효해주고.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던지,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도 못 할 만큼
나를 게으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만들지는 못 하더라도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기에,
몇 개의 영상을 더 찾아보다가
약간의 실마리를 발견한듯했다.
베이글을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재료는 비슷하지만,
만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비중을 두는 재료가
한 꼬집 정도 달랐다.
누구는 설탕 한 꼬집을 더 넣어
달달한 베이글로,
누구는 소금 한 꼬집을 더 넣어
짭짤한 베이글로.
꿈속에서의 그 애는
인생이 베이글을 만드는 과정처럼
복잡하다는 것과,
인생 속에 더할 나만의 한 꼬집을
찾으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그렇다고 너무 심심하지 않은
그런 인생을 굽고 싶은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는
절제된 반 꼬집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반 꼬집.
사실 인생이 베이글 같다는
아리송한 말의 의미를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혹시 무의식적으로
오랜만에 베이글이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
한 입 베어 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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