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사랑의 모양
언제부터였을까.
부모님의 어깨가 유난히 작아 보이기 시작한 건.
어릴 땐 항상 넓고 든든하게 느껴졌던 그 어깨가
요즘 따라 이상하리만큼 초라하고 연약해 보인다.
한참을 말없이 걷다 문득 뒤돌아본 어느 날,
아버지의 등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늘 앞장서서 이끌어주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보다 반 발짝 뒤에서
조용히 따라오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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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왜 몰랐을까.
어머니의 손등에 깊어진 주름도,
아버지의 눈가에 남은 피로도.
그저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부모님의 얼굴에선 시간이 흐른 자국이 너무나도 뚜렷했다.
‘이제는 내가 어른이 되어야 하나 보다.’
그 말이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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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뭔가를 이루는 속도보다
부모님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무언가를 이뤄드리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아직도 나는 한참 부족하고,
어른이 되었다 말하기엔 어설프기만 하다.
그래서 더 조급해진다.
부모님의 어깨 위에서 받은 사랑이 너무 커서
그 무게만큼 돌려드리지 못하는 내가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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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도 부모님은
아무 말 없이 나를 기다려 주신다.
나보다 먼저 늙어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조금씩 천천히 어른이 되어가는 걸
묵묵히 지켜봐 주신다.
그 모습은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넓고 단단한 어깨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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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던
그 어깨가 작아졌다고 느끼는 지금,
나는 조금씩
부모님을 이해해가고,
나를 만들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