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보다 충실했던 즉흥의 하루들
나의 십 대는,
햇빛을 오래 받은 이불 같았다.
따뜻했고, 가볍게 부풀어 있었고,
어딘가로 금방이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땐
세상이 다 놀이터처럼 느껴졌고,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서
하루가 모자랄 정도였다.
노는 게 좋았고,
친구들이 좋았고,
무언가를 ‘처음’ 해보는 그 설렘이
하루를 가득 채우던 때.
나는 꽤나 낙천적이었다.
‘안 되면 말고, 다시 해보지 뭐’
그 말 하나면 웬만한 일들은 견뎠다.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아도
금방 웃었고, 금방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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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웃음 뒤에서 나는
나 자신을 몰래 들여다보기도 했다.
왜 이렇게 하나에 오래 집중하지 못할까,
왜 끝을 보는 게 이렇게 어려울까.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오히려 아무것도 끝내지 못하는 날들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미완이라기보단
탐색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나랑 어울리는 색을 찾아보던 시기.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떨 때 지치고,
어떨 땐 눈빛이 살아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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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십 대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진심이었고, 생생했다.
조금은 산만하고,
조금은 서툴렀지만
그 덕분에 나는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조용히 웃는다.